향로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 안에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의 푸른 녹이 스며들어, 빛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걸 본다. 예술 이전에 금속이었을 몸과, 불꽃의 한복판을 지나왔을 뜨거운 적금의 순간과, 우주였을, 우주의 일부를 통과했을 수천 년의 나날들이, 반짝이고 있는 게 보인다. 명멸하는 불빛을 매만지고 다듬었을 손, 손의 일부가 굳은살이 되어가던 날들을 떠올린다. 향로를 공예 이전이거나, 공예 그 이후로 나아가게 하고 싶다. 향로를 만들던 최초의 땀내로 돌아가, 사람의 냄새와 구도의 향훈이 만나게 하고 싶다. 지구 구석구석을 위로하며 순례하게 하고 싶다. 전쟁과 기아로 죽어가는 이들의 가엾은 이름 앞에, 지진과 해일로 무너진 이웃의 지붕 아래에, 오늘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이의 탁자 위에 올려, 서로를 가만히
외부칼럼
중부매일
2017.06.28 1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