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가 종이박스에 들어앉아 웃고 있다. 해맑은 미소에 눈이 부시다. 아이도 택배로 보내온 선물처럼 누군가의 선물이 되고 싶은가. 박스를 보니 21세기는 배...
올 가을은 다른 해보다 좀 짧아진 것 같다. 꼭 가을 한 부분을 싹둑, 도둑맞은 느낌이랄까. 갑자기 찾아온 추위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든다. 한밤중 쌀쌀함에...
애초에 어느 해풍이 짭쪼름한 해안 아슬한 절벽에 각혈하듯 붉게 피어났어야 했을 동백이었다.지난해 평소 가까이 지내던 후배가 칠순이라며 보내준 동백나무 화분...
노랗게 익어가는 모과 상자와 며칠째 눈싸움을 하다 결국은 소매를 걷어붙였다. 간식 몇 번 갖다 드린 걸 잊지 않고 경비아저씨가 애써 챙겨주신 걸 그냥 굴러...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혀있던 어느 날이다. 증평과 연이 닿으면서 아득히 잊고 있던 다락방 문을 열었다. 지붕 아래 제일 높은 곳, 천장 낮은 다락은 꿀단지...
주말 아침이다. 출근하지 않는 아침이니 평소와 다르게 느긋하게 일어나 주방으로 간다. 오늘 아침 메뉴는 무엇으로 할까? 걱정은 없다. 남편이 어제 밭에서 ...
대교에서 시민공원을 지나 무심히 흐르는 물을 바라보노라면 흰 백로 떼와 오리들이 먹이 사냥을 즐긴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걷고 있는 시민들과 자전거를 타고...
말, 말, 말. 다 받아들일 수도 없다. 다 밀어낼 수도 없다. 말에 치여 어지럽다.옛날과 달리 이젠 어수선한 마음쯤은 바깥바람 잠시 뒤집어쓰면 그만이다....
베란다 구석에 아이스팩을 쌓아놓은 봉지가 산더미처럼 커지고 있다. 물건 배송받고 쌓아놓고, 냉동실 정리하며 이제 쓸모가 없어 꺼내놓은 것이 몇십 개는 족히...
자연의 섭리는 위대하다. 바이러스가 창궐해도 건들바람이 행복을 싣고 달려온다. 들녘에는 가을볕을 듬뿍 받은 벼가 황금빛으로 물들고, 온갖 곡식이 영글어가는...
어머니가 계시는 곳이 고향이고 봄이다. 엄마! 하고 달려가면 언제든지 오냐! 하고 반겨주시는 그 곳이 친정이다. 어머니가 늘 하시던 말씀을 귓등으로 듣다 ...
가을이 되면 결혼식장에 하객으로 갈 일이 잦아진다. 코로나19가 결혼 풍속도를 바꿔놓기는 했지만 축의금을 건네는 미풍양속만큼은 그대로다. 청첩장을 받게 되...
아침과 저녁에는 제법 차가운 기운이 옷깃을 스치곤 한다. 그런가하면 하루가 멀다 하고 산에 나뭇잎은 연분홍에서 진한 붉은 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어디 그...
바람이 꽃을 흔든다.작년에도 그랬고 해마다 가을이면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보러 갔지만, 꽃이 시들어 싱싱한 꽃이 별로 없었다. 매번 시기를 놓쳤기에 올해는...
아기 울음소리 듣기가 어렵다고 한다.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해 출산율이 역대 최저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꼴찌인 0.84명을 기록했다. 68개...
사람들은 모든 생물이나 무생물이 존재하면서 하늘의 영혼(靈魂)이 그(生物·無生物)에게 깃들어서 그와 함께 지내다가 천명을 다하면 고향인 하늘나라(天堂)로 ...
구름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하늘이 흐려지고 어느새 어둑어둑하다. 저녁 어둠이 깔리듯 세상이 컴컴해진다. 빗방울이 한둘, 앞 유리창에 맺히더니 거센 폭우가 되...
가을이 점점 깊어가는 며칠 전 의미 있는 어린이 음악극을 보고 왔다.지난봄에 대본 의뢰를 받았다. 몇 번 뮤지컬 대본을 써 본 경험은 있지만 소심한 성격인...
우리 고장 충주에는 시민들이 사랑하는 산이 있다. 멀리 가지 않고도 산행과 산책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장점을 가진 남산. 이곳은 금봉산이라고도 불리는데 산...
유월에 아들이 결혼했다. 며느리와 첫 번째 맞는 추석이다. 차례 준비도 누가 오는가에 따라 음식이 조금씩 달라진다. 작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만날 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