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어마한 크기의 솥 거푸집과 두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담은 솥뚜껑 금형은 완성됐지만 가마솥은 끝내 쇳물을 받아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번번히 실패를 거듭하자, 괴산군민가마솥제작추진위원회(위원장 안이신)는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시한성 보다는 예술성을 가미해 완공일을 오는 10월로 연기한다”며 제작상 어려움을 토로했다.
당초 군은 지난 7월 13일까지 솥투껑을 주조하고 10일뒤인 23일쯤 본체를 만들어 이송을 거쳐 7월안으로 모두 완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축제일을 앞두고, 괴산읍 시가지는 세계 최대의 가마솥을 알리는 현수막이 나부끼고 전국 각지에서 문의전화가 쇄도하는등 이번 가마솥이 괴산의 이미지와 청결고추를 알리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대의 기술로 가마솥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주민들은 번번히 실패했다는 소식과 결국 완공일을 10월로 연기했다는 추진위의 발표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들이다.
기네스북에 오를 세계 최대의 가마솥을 만드는데 어려움은 뒤따를 것이라 예상했지만 가마솥 제작보다는 그 가마솥으로 과연 밥을 지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더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결과를 놓고, 일각에서는 주먹구구식인 제작업체나 주먹구구식으로 계획을 입안해 군의 공신력을 실추시킨 대목을 나무라면서 ‘한가지를 보면 열까지를 안다’는 푸념섞인 소리까지 내뱉고 있다.
사실 괴산군민 가마솥 처럼 무게가 25톤이 넘는 에밀레종은 신라 35대 경덕왕이 그의 아버지 33대 성덕왕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큰 종을 만들려고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자 그의 아들 혜공왕이 뒤를 이어 10여년만에 완성했다고 전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쇳물을 거푸집에 넣는 어려움은 마찬가지지만, 때묻지 않은 어린아이를 넣어 에밀레종을 완성했다는 전설처럼 괴산군은 그만큼 정성을 기울였는가 반문하고 싶다.
정병상 / 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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