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로 개운한 아침을 맞는다. 지난밤의 고요를 깨뜨리고 오늘도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아침은 어김없이 새벽창을 뚫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좋은 느낌을 갖게 된 일이 있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하라.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내일로 미루지 말라.? 오쇼라즈니쉬의『명상의 길』에서 나오는 말과 같이 아침에 생각났던 일들이 가장 좋은 시작일 수가 있다. 대부분 좋은 느낌은 순간적으로 급하게 나타난다. 이런 시점에서 시작하는 것들이 때로는 개인의 운명을 바꾸게 하는 기회가 될 때도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란 그가 생각하는 만큼 이루어진다. 태어날 때 개인이 천성적으로 갖고 있는 자질은 그 자체로 머물고 말지만, 행동화할 수 있는 습관으로 바뀔 때 타고난 자질은 세상을 바꾸는 커다란 힘과 운명으로 결정되어진다. 좋은 느낌과 새로운 운명의 전환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것이다.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게 건강이다. 삶과 죽음 어느 것도 호출부호 없는 신호음이다. 탄생의 시작은 기쁘고 힘차고 희망적인데 비하여 죽음은 그렇지 않다. 살아 있을 때는 돐, 백일, 회갑연 등 흥겨운 일들로 축복을 받고 있으나, 죽음에 이를 때에는 평안의 인내와 종교적 숙연을 감내하지 못하여 최후까지 애착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 같다. 죽음은 인간관계의 해체이고 살아있는 세포의 이완이라고 한다. 우리 주위에서 보면 어제까지만 해도 조깅도 힘차게 하고 술도 잘 먹던 사람이 갑자기 영혼의 혼돈 속에 빠져 병원신세를 지다가 세포소멸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는 평상시 『나의 건강은 끄떡없다』고 장담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너무 강하지도 말고 너무 약하지도 말라는 충고가 있는가 보다.

꽃피는 춘삼월 새봄을 맞아 내가 서있는 기둥이 튼튼한지, 실내장식물도 헤진 곳은 없는지, 그리고 소프트웨어인 두뇌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는지 한번 짚어보고 싶다. 이름 있는 병원에서 종합진찰 좀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과연 내 몸의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인지 말이다.

내가 생각하고 신뢰했던 건강과 모든 사물에 대한 생명력이 변질되지 않고 한결같기를 바라지만 알 수 없는 게 인간의 수명이요 감정인 것 같다. 청주시가 역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 가운데 하나인 화장장을 건립 하면서 인간이 수명을 다하고 그곳을 가는 길이 살아가는 것만큼이나 험난하여 지역주민과의 괴리된 감정과 이해관계를 풀어 가는데 필요한 신뢰의 벽이 매우 높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장묘문화 개선에 따라 매장으로 인한 국토의 훼손을 방지하고 자연경관을 보호하고자 매장에서 화장으로 葬事패턴이 바뀌어 가고 있다. 2002년도 전국 시도별 화장율을 보면, 화장장 보급이 잘된 지역은 최고 66.13퍼센트인데 비하여 충북은 24.16퍼센트에 불과하다. 63만 청주시민 뿐만 아니라 주변지역의 주민들에게 편의를 주기위하여 2백억이 넘는 예산을 투입, 화장장은 물론 인접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하여 주민숙원사업과 대규모 지역개발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살아있는 사람들에게는 화장장의 필요성이나 건립의 당위성을 깊이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

하루라도 빨리 우리시와 주민들 간에 약속된 것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공사가 착공되어 전국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공해 없는 최신시설을 갖춘 모습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화장장 가는 길이 시계바늘 가운데 가장 느리게 가는 시침과 같이 천천히 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차피 그 길을 갈 때는 빈손인 데 우리 인간의 속성은 욕심의 한계를 모른다. 마구 가지려고 하는 자는 몸은 부유하지만 마음이 가난하고,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몸은 가난하지만 마음이 부자(貪得者, 身富而心貧. 知足者, 身貧而心富)라는 명나라 채근담구에 나오는 말과 같이 너무 많은 것을 가지려 하면 꼭 갖고자 하는 것은 내 곁에 있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잃는 것이 있어야 얻음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동안 밀고 당기면서 같이 웃고 부딪쳤던 일들이 훌륭한 역사의 장으로 채워져 훗날에 화장장 건립이 갈등관리의 좋은 행정사례가 되고 지역주민들에게는 지역개발이 앞당겨져서 폭풍후의 고요처럼 지역의 모든 주민들이 행복하고 잘사는 마을이 되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김동관 청주시청 사회과장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