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청주의 한 여성인사가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냈다가 철회한 적이 있었다.

전문직 여성으로서 지명도 있고 능력도 있는 것으로 거론됐던 그 여성은 선거출마가 알려지고 나서부터 자신과 가족에게 쏟아지던 무수한 음해성 소문 때문에 견딜 수 없었다고 말했었다.

처음에는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독려하던 남편 마저 태도가 변해간다고 느끼게 된 어느날 목욕탕에서 샤워기를 틀어놓고 마구 목놓아 울고난 뒤 마음을 결정했다는 그녀였다.

출마를 포기하고 나니 후련하다는 표정의 그를 보며 여성 지역구의원의 탄생이 얼마나 요원할 것인가 새삼 절망스러웠던 기억이 새롭다.

남성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선거판은 정치적 역량과 조직능력, 미래 비전을 놓고 겨루는 경쟁의 장이 아니다.

마치 빗발쳐 날아오는 총탄과 수류탄을 피해 고지를 점령해야 하는 전쟁처럼 후보를 겨냥해 날아드는 숱한 비난과 음해, 흑색선전의 가격을 요리조리 피해 말그대로 사투를 벌이는 곳이다.

그런 만큼 본능적인 승부근성과 치밀한 생존전략이 요구되는데 남성들에 비해 치열한 생존의 정글에서 훈련되지 않은 여성후보들의 경우 낙오하기 십상이었던 것.

바로 그같은 점에서 이번 16대 총선 지역구의원 5명의 배출은 반갑기 그지없다.

큰 시혜라도 베푸는 양 주어지던 비례대표의원이 아니라 피비린내 진동하는 선거판에서 당당히 승리해 달게된 금배지가 아닌가.

비록 5명이란 적은 숫자지만 50명 몫을 너끈히 해낼 그녀들의 건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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