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가까워지면 활기가 넘치는 대목장에 나가 어머니는 제수용품을 준비하고 도시로 나간 누나·형들은 부모님과 동생들에게 줄 옷을 사고, 기차표 버스표를 예매하기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고, 고향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폼나는 옷도 한벌 사입고. 고향갈 마음은 한가위 달처럼 부풀어 오른다.

뿔뿔이 객지로 흩어졌다 다시 모인 식구들. 저녁을 먹고 대청마루에 앉아 남자들을 밤을 치고, 여자들은 누가 예쁘게 송편을 빚나 즐거운 경쟁을 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햅쌀밥과 햇곡으로 빚은 송편, 술, 과일, 나물, 전, 조기등을 정성껏 차려 차례를 지내고 성묘길엔 떨어진 알밤을 하나 둘 줍고.

추석날 오후면 어릴적 친구들을 만나 밀렸던 이야기에 웃음꽃을 피우고 사람들로 꽉찬 극장에서 영화 한편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추석 뒤풀이. 하늘 높이 떠오른 보름달을 보며 식구들의 건강과 소원을 빌며 추석날은 그렇게 저물어 간다... 점점 희미해져 가는 추억속의 추석풍경이다.

추석이라고 몇시간씩 고생하며 꼭 고향에 가야하는가 하는 사람들도 많고 미리 성묘를 다녀온후 가족끼리 여행을 떠나는 것도 이미 오래된 풍경이다. 송편도 만들기보다 사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고 차례상엔 중국산 조기와 고사리는 물론 뉴질랜드산 키위,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들이 오르기도 해 갈수록 다국적화 되고있다.
정이 넘치고 부모형제가 오손도손 모여 서로의 소중함을 느껴야할 우리 전통명절이 현대의 편의주의에 따라 한해 한해가 다르게 변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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