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칼럼] 한인섭 편집국장

심의보(왼쪽)·황신모 충북교육감 예비후보 / 중부매일 DB
심의보(왼쪽)·황신모 충북교육감 예비후보 / 중부매일 DB

충북도교육감이 되겠다고 나선 심의보·황신모 후보의 싸움이 '목불인견(目不忍見)' 이다. 보수성향의 두 후보가 단일화를 하더라도 진보성향의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에 맞설 구도가 되겠냐는 게 세간의 시각 인 데, 양분된 것도 모자라 연일 거친 공방을 하니 말이다. 여기에다 두 후보 를 단일화하겠다며 나선 이른바 '좋은교육감 후보 추대위'의 행태 역시 '도대체 왜 이럴까' 혀를 차게 한다. 이들은 단일화(후보추대) 무산 이후 심 후보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 15일 청주지검에 고소장까지 접수했다. 단일화 무산에 대한 두 후보의 논쟁만해도 넌더리가 날 지경 인데, 추대위까지 가세한 한심한 공방은 이들 '3주체'가 과연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이들 인지 의심을 살만하다.

충북좋은교육감추대위원회는 심 후보가 단일화 합의를 깼다고 규정하고 일련의 행위에 대해 '도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사기적 편법 이었다'는 거친 표현으로 몰아 세웠다. 추대위가 공을 들였던 보수후보 단일화는 애초부터 낙관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주목할 부분은 불발 이후의 행태이다. 모름지기 중재와 합의는 옳고, 그름을 떠나 일방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깨지는 게 당연하다. 중재자 역할도 합의가 깨진 지점에서 중단되는 게 보통의 일이다. 그럼에도 단일화 불발 이후 심 후보 경쟁자인 황 후보 손을 굳이 들어준 것이나, 신문광고를 통해 '○,×'식의 표현까지 했다면 애초 좋은교육감을 추대하겠다고 나선 의도와 거리감이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추대위가 '추대'나 '단일화를 위한 노력'을 고유의 역할로 설정했다면 양측의 입장이 확연히 엇갈린 시점에서는 존재의 이유를 한번쯤은 돌이켜 봐야 했다. 그렇지 않았던 탓에 결국 충북도선관위가 단체 대표 등을 고발한 것 아닌가.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특정후보를 반대하는 광고를 게재했다는 게 혐의이다. 그래서 이들의 활동은 결론적으로 '중재·합의·추대'에 진정성이 있었는지, 다른 의도는 없었는지 의심을 받는 것이다. 

두 후보가 최근 전개한 공방도 마찬가지 이다. 성명서를 통해 이들이 사용한 표현은 '삼류 정치판'에서나 오갈 얘기들이다. 황 후보는 심 후보를 겨냥해 "김병우 2중대라는 추측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공세를 취했다. 황 후보는 또 "추대위 단일화 과정에서 심 후보가 단일화 의도 없이 (교육감 선거를) 3파전으로 만들려 한 의혹이 일었다. 김 후보와 같은 성향을 보인다는 것은 도민과 교육가족을 기만한 행위"라고 몰아 세웠다. 지난 12일 열린 김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심 후보가 참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기다렸다는 듯 보인 반응이다.
 

한인섭 편집국장
한인섭 편집국장

황 후보측의 거친 언사만큼 심 후보의 행보 역시 아리송 했다. 심 후보는 지난해 12월 출마 선언문을 통해 "행복으로 포장된 씨앗학교는 씨앗이 썩어간다"고 규정했다. 알다시피 '씨앗학교'는 김 후보가 역점을 둔 진보교육 정책이다. 그럼에도 심 후보는 개소식 축사를 통해 "김 후보는 교육철학이 매우 훌륭한 분"이라고 했다. 덕담이라 여길 수 있지만 '노림수가 뭘까'라는 의구심을 낳기 충분했다. 심 후보는 황 후보와 연대해 김 후보를 겨냥한 '反전교조 연대'를 꾀했던 점을 고려하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심 후보는 16일 '단일화는 더 이상 없다'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 그래서 더 이상의 논란은 의미를 찾기 어렵다. 종전과 같은 공방을 멈추지 않는다면 조롱만 자초할 것이다. 승자만 존재하는 선거판이 낯설어 감정을 억누르기 어렵더라도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교육감 선거는 '3류 정치판'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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