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박은하 자유기고가·여행작가

지난 청주어린이큰잔치에 함께한 친구들이 환호하고 있다. / 중부매일 DB
지난 청주어린이큰잔치에 함께한 친구들이 환호하고 있다. / 중부매일 DB

5월이다. 일 년 중 가장 화려한 달력을 뽐내는 달이다. 5월은 근로자의 날로 시작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날, 성년의날, 석가탄신일 등 다양한 기념일이 이어진다. 가정의 달로 불리는 5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을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매년 1인 가구의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18년에는 총 가구 수 중 29.06%가 1인가구로로 나타났다. 10명중 2.9명이 혼자 살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TV에서는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다룬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혼밥'과 '혼술', '혼행' 또한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단어다.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눈여겨볼 점은 역대 최저 혼인율과 출산율이다. 낮은 혼인율은 더 낮은 출산율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속적인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현실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나는 1983년생이다. 올해 한국 나이로 36세. 결혼한 지는 1년이 조금 넘었다. 이쯤 되니 주변에서 슬슬 2세 소식을 물어온다. 지난 주말에는 시댁에 다녀왔다. 시어머니께서는 직접적으로 임신계획을 묻지 않으셨지만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셨다. 요즘 60-70대 분들은 저마다 손주를 보는 재미로 살아간다고. 휴대폰 메신저의 프로필에도 손주 사진을 올리기에 바쁘다고 했다. 아직 출산에 대한 확신이 없는 나는 옅은 미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 친구 중에는 벌써 아이가 둘인 친구가 있다. SNS에 올려놓은 아이사진을 보고 있으면 많은 생각이 든다. '결혼을 했으니 아이를 낳아야 하는 걸까'부터 시작해 '지지고 볶고 살아도 저런 게 행복인가'싶기도 하고, 아이를 다 키워놓은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 부럽기까지 하다. 반대로 내 주변엔 아이 없이 살기로 합의한 부부도 여럿 있다. 불임은 아니지만 여러 생각 끝에 결정한 사항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기쁨은 체험하지 못하겠지만 아이 없이 부부끼리 사는 즐거움을 택한 경우이다. 더 이상 결혼과 출산이 필수인 시대는 지났다. 결혼을 하든 말든, 아이를 낳든 말든 개인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될 때에는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비혼과 저출산, 고령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데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청년 실업률과 취업난으로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겼고, 결혼을 한다 해도 높은 주거비와 사교육비로 인해 출산을 기피하게 되었다. 일과 가정. 양립이 어려운 직장 환경과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사회적 경력단절도 문제다. 이러한 이유로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사람이 증가하면서 'n포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사회적인 분위기도 한 몫 거든다. 아이와 동반할 수 없는 노키즈 존이 많아지고, '맘충'과 같은 혐오표현도 흔하게 쓰인다. 유소년층이 감소하면 아이를 동반한 부모세대의 배려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만사가 그렇듯 경험해보지 않으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 할 수 없다.

박은하 자유기고가·여행작가
박은하 자유기고가·여행작가

악순환의 고리를 어디에서부터 끊어나가야 할까? 국가적인 대책과 국민의 의식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출산과 양육에 부담을 주는 주거, 교육 분야의 지원을 생애주기 관점에서 현실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더 나아가 청년실업문제와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사회복지도 재정비 되어야 한다. 한편 우리는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을 함께 바꿔 나가야 하며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는 사회분위기 조성해야 한다.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국가와 개인이 함께 손을 잡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마음 놓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세상이 왔을 때 우리는 자발적으로 임신과 출산을 장려하게 될 것이다. 어렸을 때 불렀던 어린이날 노래를 흥얼거려본다. "우리가 자라면 나라의 일꾼. 손잡고 나가자 서로 정답게.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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