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박은하 자유기고가·여행작가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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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문화칼럼 박은하]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평소처럼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거리를 나섰다. 일회용 컵에 빨대를 꽂아 음료를 마시는 모습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일상 풍경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다. 웹 서핑을 하던 중 한 영상에 눈길이 멈춰 섰다. 코스타리카 해안지역에서 발견된 바다거북이의 코에 박힌 플라스틱 빨대를 뽑아내고 있는 영상이었다. 거북이는 코피를 흘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약 8분만의 사투 끝에 플라스틱 빨대가 거북이의 코에서 빠져나왔다.

우리가 무심코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빨대가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빨대의 개수는 연간 26억 개 이상에 이르는데 자연에서 썩어 없어지기까지 200년 이상이 걸린다.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이 비단 플라스틱 빨대만의 문제겠는가.

지난 7월초 지상파 방송에서 플라스틱 문제를 다룬 다큐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인 바다와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을 집중 조명했다. 방송을 보는 내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현실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먼나라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의 문제였기에 마음이 불편했다.

미세플라스틱은 5mm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을 말한다. 자외선과 파도에 의해 플라스틱이 부서지면서 생성된다. 작은 알갱이로 쪼개진 미세플라스틱은 표면적이 커지는데 이렇게 되면 바다에 떠다니는 중금속과 독성 오염물질을 더 많이 흡착하게 된다. 문제는 미세플라스틱의 크기가 너무 작아 하수처리시설에 걸러지지 않고, 강과 바다로 그대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바다로 흘러간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통해 상위포식자의 몸으로 옮겨간다. 결국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은 다시 우리의 식탁에 오른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 2위로 나타났다. (2015.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 2016년 기준 국내 하루 평균 플라스틱 발생량은 약 5천 450톤에 이른다. 우리가 무심코 쓰고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디로 간 것일까?

태평양 한가운데 플라스틱 쓰레기의 종착지가 있다. 거대 태평양 쓰레기 섬(GPGP·Great Pacipic Garbage Patch)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바람과 해류를 타고 흘러온 세계의 쓰레기가 이곳에 모여든다. 그중 99%가 플라스틱이다. 해마다 쓰레기 섬의 크기가 커져 지금은 한반도의 7배정도에 이른다고 하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청정해역으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미세플라스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안 모래에서 검출되는 미세플라스틱도 예외는 아니다. 다큐 프로그램에서는 우리나라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를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생선의 배를 갈라 보니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고, 어패류의 미세플라스틱 흡입실험결과 미세플라스틱이 어패류의 먹이가 되고 있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생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플라스틱이 나노 크기가 되면 결국 세포벽을 통과해 몸 안으로 흡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박은하 자유기고가·여행작가
박은하 자유기고가·여행작가

집안을 살펴보니 우리집에도 플라스틱 제품이 많다. 칫솔, 양치 컵, 세수 대야, 세제 통 등의 욕실용품부터 물병, 그릇, 쓰레기통, 의자, 학용품, 인테리어 소품에 이르기까지 생활 속에 이렇게나 많은 플라스틱이 있었나 싶다. 플라스틱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부, 기업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정책과 캠페인 외에도 개인의 실천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100%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살기는 힘들다. 하지만 노력은 할 수 있다. 일회용 컵 대신 머그컵이나 텀블러 사용하기, 비닐포장이 많은 마트보다는 재래시장 이용하기,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 이용하기 등 지금 당장은 조금 불편하고 힘들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바꿔 보는 것은 어떨까? 나 하나쯤이 아닌 나 하나부터 실천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노트북을 메고 카페로 향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텀블러에 담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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