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젊은이들의 대축제인 2003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가 오늘 개회식을 갖고 오는 31일까지 열하룻동안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하나가 되는 꿈(Dream for Unity)’을 대회 주제로 유서 깊은 교육ㆍ문화도시이자 앞서가는 섬유ㆍ패션도시 대구에서 열리는 하계유니버시아드는 자연의 섭리와 첨단문명의 조화로움 속에서 모든 경계와 차이를 넘어 하나가 되려는 인류의 염원을 담은 녹색 문화제전으로 치러진다.
 17세부터 28세까지 아마추어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이 대회는 북한팀을 비롯, 전쟁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이라크와 이스라엘,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 당사국은 물론 바레인과 아루바, 지부티, 세이트키츠네비스 등이 첫 출전의사를 밝힘으로써 더욱 뜻깊다.
 특히 개막을 사흘 앞두고 발생했던 북한측 참가를 둘러싼 진통은 이번 대회가 명실상부한 민족 화합의 장으로 치러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더욱 높인 바 있다.
 체제모독을 이유로 한 북한측의 불참시사와 이에 대한 노무현대통령의 유감표명, 그리고 예상보다 빠른 북한측의 화답으로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남북이 이질적인 정치체제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정서체계를 갖고 있다는 현실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한편 서로를 유연하게 긍정하는 태도로써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소중한 교훈을 남겨 주었다.
 진통 끝에 이루어진 북한팀 참가가 땀을 흘리며 우정을 나누는 대회의 취지를 더욱 살려 행사 성공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남북한 국민들 가슴에 남아있는 이념의 장벽을 조금이라도 허물어뜨리는 평화의 축제로 치러지기를 희망한다.
 이와 함께 대구 유니버시아드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것은 그동안 대구가 감당했어야 했던 크고 작은 상처들이 이를 계기로 치유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더욱 절실하다. 대구는 섬유산업 퇴조에 따른 경기침체에 더해 최근 지하철 화재와 경부선 열차 추돌사고 등의 참사를 잇따라 겪으면서 극심한 마음고생을 감수해야했다.
 그런 만큼 전세계인들의 관심 속에 펼쳐지는 유니버시아드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과정을 통해 대구 지역사회가 한 마음으로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힘차게 도약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지난 부산아시안게임에 이어 다시 한번 지역단위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국제행사는 우리 사회가 반세기동안 견고하게 쌓아올렸던 중앙집권체체적 속성을 탈피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다소간의 허점과 아쉬움은 있을 수 있겠지만, 전세계인을 초청해서 지역사회의 단합된 역량과 다양한 문화를 선보이는 굵직한 행사를 차질없이 치러냄으로써 우리 사회가 더 이상 ‘강력한 중앙과 허약한 지역’의 불균형적 구도로 굴러가지는 않음을 증명해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170개국에서 8500여명이 참가하는 하계유니버시아드와 같은 전세계적 행사를 지역 단위에서 치러내는 경험은 지역사회의 편협한 인식과 경험의 폭을 일시에 확장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구가 대회 슬로건처럼 ‘벽을 넘어 하나로, 꿈을 펼쳐 미래로’ 나아가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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