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참여정부 출범 이후 변화된 국가정보원의 위상을 확인하게 하는 두 가지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첫번째는 국정원이 지난 21일 고영구 국정원장 명의로 밝힌 ‘수지 김 사건 판결에 따른 국정원 입장’이라는 성명이다. 이 성명에서 국정원은 “지난 87년 발생했던 수지 김 사건과 관련, 유가족과 국민 앞에 심심한 사과의 뜻을 밝힌다”며 “오랜 기간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유가족들이 겪어야 했을 고통과 슬픔, 그리고 국민들이 느끼셨을 실망감을 생각할 때 실로 죄송스럽고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은 이미 지난 2001년 11월 수지 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이후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해왔지만 유가족들의 고통과 억울함을 덜어주기에 터무니없이 미흡했음을 절감한다고 재차 사과했다. 또한 법원의 42억원 손해배상 판결 수용입장을 밝힌 뒤 “이번 일을 거울 삼아 조직 내부를 재점검하고 불합리한 관행을 철저히 쇄신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이 성명 발표가 있기 하루 전에는 최근의 취업난 속에서 국정원이 인기 직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국정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달 초 7급 직원 30여명을 선발하는 공개채용에 5300여명이 지원, 예년보다 응시자 수가 30% 이상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토익 점수 900점 이상의 응시자가 전체의 30% 가량 되는데다 여성 응시자의 비율도 25%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참여정부 출범 이래 진행되고 있는 국정원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지난 6월 20일 국가정보원을 방문한 노무현대통령이 “정권을 위한 국정원 시대는 이제 끝내달라”고 당부했던 것처럼 비로소 국정원이 국가 안전을 위한 전문적 정보기관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가기관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을 것인가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다.
 특히 워낙 취업난이 극심하고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화되는 현실임을 감안하더라도 국정원이 인기직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은 실로 상전벽해의 소회를 갖게 한다. 국가안보 대신 정권의 안위만을 위한 권력기관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던 지난 시간동안 국정원은 젊은이들에게 매력있는 직장으로 부각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국익실현에 기여하는 정보기관으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굳혀갈 수 있다면 국정원은 자신의 꿈을 펼치려는 젊은이들을 위한 멋진 도전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정원은 수지 김 사건 관련 사과성명에서 앞으로의 업무 수행에 있어 인권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고 법과 원칙을 엄격히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탈권력-탈정치화를 실천으로 입증해 나가면서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들에게 봉사하는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다짐들은 두려움과 불신의 눈으로 국정원을 바라보던 과거 국민들이 절실하게 원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과 다짐들이 과거 정권에서도 수차 구두선에 그치고 말았었다는 점에서 더욱 철저한 자기반성과 변신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과거회귀의 유혹을 과감히 떨치고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함으로써 국민적 신뢰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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