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지도위에 또 하나의 ‘군’(郡)이 생기고, 그리고 12번째 기초단체가 탄생했다. 증평군이 13년간의 ‘출장소’ 시대를 마감하고 30일 역사적인 개청을 했다.
 29일 증평출장소는 청내 직원과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출장소 간판 하판식(下板式)을 가졌다. 통상적인 이별에는 ‘석별’로 표현되는 아쉬움이 뒤따른다. 그러나 이날의 하판식은 아쉬움보다는 ‘희망의 분위기’가 넘쳐흘렀다고 한다.
 13년간의 서러움이 빗물 씻기듯 씻기고 ‘우리들의 손으로, 우리들을 위하여. 우리들이 행정’을 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도민의 이름으로 ‘막내 郡’, 증평군의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러나 증평군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것도 작은 산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태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증평군은 인구 4만에 공무원 표준정원도 280명밖에 되지 않는 등 전국 최하위권 군세(郡勢)를 지니고 있다. 더욱이 그 출생 과정은 ‘자연분만’이 아닌 ‘인큐베이터’ 출산에 가깝다.
 자연히 제반 기반시설이 열악할 수 밖에 없고, 자립기반인 군재정도 당분간은 ‘가난한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런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당연히 있어여할 군 기반시설이 왜소한 군세 때문에 설치가 지연되고 있다.
 또 오는 10월 30일로 예정돼 있는 ‘제 1회 기초선거’를 둘러싸고 출마 예상자들이 난립을 하는 등 ‘총화’가 아닌 ‘분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백번을 강조해도 첫 단추를 잘 꿰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해서는 ‘사심’보다 ‘공심’(共心)이 앞서야 한다.
 가족사가 그렇듯이 역사에 ‘치사랑’은 없다. 출범의 수고를 담당했던 사람들은 한발짝 뒤로 물러나 유능하고 패기있는 지도자의 등장을 지켜봐야 한다. 이것이 ‘내리사랑’ 정신이다.
 차제에 집고 넘어갈 것이 있다. 8년전에 김대중 정권은 릫작은 정부릮를 만든다며 대대적인 행정구역 통폐합 작업을 단행했다. 그 결과로 충주시와 중원군, 체전시와 제원군이 ‘한 지붕 살림’을 하게 됐다.
 그러나 불과 7만명 밖에 안되는 괴산군은 4만의 증평군과 3만의 괴산군으로 분리됐다. 그동안 두 지역이 ‘화학적 결합’을 하지 못한 것을 인정하더라도 이는 행정의 일관성에 흠을 내는 것이었다. 이는 간단없이 제기되고 있는 청주-청원 통합문제에 대해 논리의 곤궁성을 제공 하고 있다.
 증평군민들은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복잡한 심사의 주변 ‘형제郡’들이 “앞으로 증평 잘해갈까”라는 생각과 함께 ‘장뜰’을 주시하고 있다. 그리고 증평군민들은 자신들의 환호 뒤에는 소수 군으로 전락, 눈물흘리는 괴산군민들도 있다는 것을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