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회가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는 모양이다. 카드 빚에 쪼들려 자녀와 함께 동반자살을 하고 자녀에게 농약을 먹이는 극단적인 사태가 일어나더니 급기야 여자가 새마을금고를 터는 강도 사건까지 발생하여 우리를 아연실색케 한다.
 최근 청주시 상당구 율량동 내덕·율량·사천 새마을 금고에서 발생한 여강도를 잡고 보니 어이없게도 20대의 평범한 주부였다. 전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문털이범도 아닌 가정 주부가 장난감 총으로 새마을 금고를 털은 것이다.
 주민의 신고로 검거된 피의자 김모씨는 주부로서 놀랍게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용의주도한 범행계획을 세웠다. 새마을 금고의 경비상태를 미리 살핀뒤 취약시간인 오후 5시 10분쯤 이곳에 침입, 장난감 총으로 직원을 위협하고 1천5백여만원을 든 돈 봉투를 빼앗아 달아났다.
 김모씨는 딸을 시켜 새마을금고에 직원이 몇명이 근무하는지 상태를 점검했으며 강탈한 돈을 유모차에 싣고 유유히 사라졌다. 다행히 인근 소아과에 자주 오간다는 주민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지만 맑은 고을 청주에서 보기드문 여자 강도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이번 사건의 원인도 역시 카드 빚에 있었다. 김모씨는 카드 빚을 내어 8천여만원을 주식에 투자하였다가 실패하였다. 두 아이의 엄마에다 남편마져 실직한 상태에서 카드 빚 독촉에 시달린 그는 급기야 막다른 길을 선택하고 만 것이다.
 소아과를 자주 들락거린 것으로 보아 아이가 아팠던 모양이다. 아이는 아프고 남편은 실직하고 주식투자로 빚만 떠안게 된 것이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 볼때 동정의 여지는 다소 있으나 어떤 이유로도 강도행각을 정당화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김씨로서는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사회에 대해 일말의 원망감을 가질수도 있겠으나 건전한 경제생활을 포기하고 한탕주의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김씨 자신에 원초적인 문제가 있다.
 살림이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착실히 돈을 벌어 분수에 맞는 생활을 해야 마땅하다. 생계마저 어려운 판에 자신과 남편 명의로 8천여만원의 카드 빚을 내어 주식투자를 했다는 자체부터가 위태롭기 짝이 없는 불건전한 경제행위다.
 모름지기 주식은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는 것이 상식이다. 있는 전 재산을 다 거는 것도 위험한데 더구나 빚을 내어 투자를 한다는 것은 투자 손실분과 이자가 합쳐져 자칫 잘못하면 파산을 하게 된다.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주식투자를 한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매한가지다.
 이번 사건의 근본원인은 한 젊은 세대의 그릇된 가치관에서 비롯되었다. 땀흘려 일하려 들지않고 하루아침에 일확천금을 꿈꾸는, 빗나간 배금주의가 빚어낸 어쩌구니 없는 사건이었다. 더욱이 걱정이 되는 것은 모방범죄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뒤늦은 후회도 소용이 없게 됐다. 신혼의 단꿈은 여지없이 깨졌고 꽃다운 나이에 쇠고랑을 차게 됐으니 말이다. 평범한 가정주부가 강도짓을 한다는 것은 사회가 그만큼 병들어 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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