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청주 직지축제’가 4일 동안의 행사를 마치고 지난 7일 폐막됐다.
 ‘돋음에서 펼침으로’를 테마로 했던 이번 축제는 그 주도권이 ‘官’에서 ‘民’으로 처음 이양됐고 또 종래 산발적 모습을 보이던 행사를 한 곳으로 집중시켰다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시민들의 적지 않은 관심을 끌었다.
 피부적인 느낌이지만 추진위의 노력은 어느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종래의 축제는 광장에서 ‘판’만 벌어졌지 이른바 ‘축제 소비자’인 관중이 보이지 않는 예가 다반사였다. 그러다보니 ‘그들만의 축제’, ‘깃발만 있고 사람이 없는 축제’, ‘공무원만 바빴던 축제’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그러나 이번 축제는 비록 중간에 행정조직이 위치하기는 했으나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어느정도 실현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동(洞)별로 참가한 ‘달맞이 축제’ ‘고려 퍼레이드’ 등은 비록 주민자치센터 인원으로 참가자를 구성하고 있으나 어떻게 하면 ‘자발적 축제’가 가능한지를 시험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고증의 정확성 여부를 떠나 고려시대 의상을 처음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지역축제 소재의 지평을 한층 다변화했다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이밖에 ‘한국 베스트셀러 100년전’도 책을 통해 시대의 단면을 다시 한번 보고 또 당시 사회상을 반추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 매우 참신한 기획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축제는 그 성과 못지않게 개선점도 많이 노정시켰다. 이는 내년 축제의 ‘반면교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문제점으로 ▶중심테마였던 ‘돋움에서 펼침으로’가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았고 ▶관람객들에 대한 편의제공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으며 ▶청주 국제 공예비엔날레에 행사기간이 너무 근접해 있는 점 등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중 중심테마와 편의제공 부재는 그리 어렵지 않게 개선될 수 있는 성질의 것 들이다. 그러나 공예 비엔날레와 행사기간이 너무 근접해 있는 점은 두 행사 모두에게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용접하는 소리’(공예 비엔날레 준비)를 들으며 직제 축제장을 방문해야 했고, 또 많은 사람들이 “금속활자와 공예는 따지고 보면 사촌지간이 아니냐”는 말을 자주하고 있다. 한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이번 직제축제의 핵심은 ‘체험 인프라’에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등장한 체험 인프라는 직지판을 ‘등사’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고려시대 때 행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밀랍주조’ 방법은 어느 곳에서도 시연되지 않았다. 이것이 없으면 직지에 대한 감동과 감흥이 일어날 수 없다. 다음 행사부터는 관련 기능공을 육성, 시민들 입에서 “아 직지가 저렇게 만들어지고 있구나”라는 소리가 나오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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