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세계 이민사는 가히 수백년을 웃돈다. 자의적인 이민은 아니지만 임란당시, 수많은 도공(陶工)들이 일본으로 끌려가 일본열도에 찬란한 도자기 문화를 이룩했고 '안토니오 꼬레아' 라는 사람은 일본에서 다시 이탈리아로 팔려가 이탈리아 반도에 '꼬레아' 성씨의 시조가 되었다.
 1세기전에는 조선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하와이 땅을 밟았다. 이민 초기에 그들은 대부분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며 한국혼을 심었다. 사진으로 맞선을 보고 고국의 신부감을 맞은 이민 1세대는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겪어가며 미국내 한국자본과 코리아 타운을 형성했던 것이다.
 60년대에도 한국의 젊은 남녀들이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진출했고 브라질 이민선이 뱃고동을 울리며 눈물을 뿌렸다. 그때와 이민의 유형은 다르지만 한국을 떠나려는 이민 대열은 좀체로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시의 이민이 생계형 이민 이라면 요즘의 이민은 이른바 삶의 질 향상을 겨냥한 이민이다.
 며칠전, 모 업체에서 해외이민을 홈 쇼핑을 통해 상품으로 내놓았는데 순식간에 매진 되었다. 2차례에 걸친 모집에서 매출액만도 770억여원에 달해 시쳇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캐나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이민 아이템이 적중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응모자의 절반가량이 20~30대의 젊은 층이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를 위해 한창 일할 나이에 고국을 등지고 해외이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하겠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 비전, 자녀교육, 노후대책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40세가 넘으면 벌써 퇴직을 걱정해야 하고 50대가 되면 거의 퇴물취급을 받고 있지 않은가.
 젊은 나이에 뼈빠지게 일하고 중견이 되려면 여지없이 '팽'당하는 현실에 대한 반작용이 바로 이민이라는 길을 선택하게 만든 것 같다. 선진국은 우리나라보다 노후를 위한 복지대책이 잘 돼 있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교육비를 들이지 않아도 자녀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이 젊은층의 입맛을 돋구고 있다.
 이같은 이민은 개척 정신이라는 긍정적인 일면도 있으나 브레인의 유출이라는 부정적인 일면도 함께 지니고 있다. 이민을 가면 바라는 것이 모두 이뤄질 것 같지만 문화적 갈등이라든지, 언어의 장벽 등으로 적응치 못하고 되돌아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이민은 단순히 환상적인 측면보다 현실적인 손익계산서를 따져보고 신천지를 개척할 의지가 있는지 다짐해 본 연후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한국사회의 불안정성을 해결해야 할 젊은이들이 안정성을 찾아 해외로 자꾸 떠난다면 우리사회의 버팀목은 누가 담당할 것인가. 더구나 고급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고국의 발전에 기여치 않고 해외만을 선호할 때 우리사회의 성장 엔진은 더디게 돌게 마련이다.
 장·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해외 이민은 당사자가 심사숙고하여 결정할 일이다. 남이 간다고 덩달아 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해외 이민은 환상이 아니라 냉엄한 현실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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