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 아이들에게 자연놀이터 선물
잡풀 우거지고 뱀 출몰로 출입금지된 뒷산 생태공원 탈바꿈
무지개 가족 통한 무학년제놀이로 유대감·배려·자존감 키워

금산초 어린이들이 7월 6일 학교 뒷산에 조성된 생태공원에서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 금산초

[중부매일 김금란·이지효 기자] 춘천시 서면에 위치한 금산초등학교에는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장소가 있다. 바로 학교 뒷산에 조성된 생태공원이다. 이 곳에 생태공원이 조성되기 전까지는 잡풀이 우거지고 뱀이 나오는 위험한 장소로 학생들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의 놀이공간, 학습공간, 쉼터로 탈바꿈해 교육활동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금산초의 '발상의 전환'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자연놀이터를 선물했다.

2014년 금산초로 부임한 최대일 교장은 학교가 가지고 있는 좋은 자연조건을 방치하는 것이 안타까워 공원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최 교장은 가장 먼저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었으며 생태공원의 조성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었다. 관련분야 전문성을 갖춘 학부모는 좋은 의견도 제시했다.

학교 구성원들은 공원조성에 찬성했지만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일부는 강원도교육청의 공모사업에 선정돼 예산을 지원받았으며 부족한 부분은 마을사람들과 지역의원들의 협조를 구했다.

최 교장은 '아무리 훌륭한 공원도 아이들의 접근성을 떨어지면 다시 잡풀이 우거지고 무용지물이 된다'는 생각에 뒷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한 클린하우스(쓰레기장)도 옮겼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실내화를 신은 채 생태공원으로 올라가 쉴 수 있고, 내려오면서 손을 씻을 수 있도록 최적의 동선을 마련했다. '학생 중심'의 사고가 지금의 생태공원을 탄생시켰다. 아이들은 이 생태공원에서 도토리, 밤 등 열매를 이용해 숫자놀음도 하고, 국어시간에는 나뭇잎 글자를 만들어 미술과 접목시키는 융합교육도 한다. 생태공원이 모듬학습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금산초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에콜스쿨 모델학교를 운영했다. 이 학교는 생태학교답게 복도에 병아리 부화 장치를 설치했으며 누에도 직접 키운다. 아이들은 직접 뽕잎도 주고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누에의 생태에 대해 알게 된다. 교과서로 배우는 설명식 교육보다 효과가 좋다고 한다. 또 이 학교에는 닭장, 토끼장도 있고, 학년별로 텃밭도 가꾼다.

1박2일 에콤캠프에 참가한 무지개가족이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 금산초

처음에는 여러움도 있었다. 닭장을 조성할 당시 여러 가지 문제에 부닥쳤다. '냄새가 난다', '닭 울음소리 시끄럽다', '닭장 청소는 누가 하느냐' 등등 구성원들의 반대에 중단되기도 했다. 이러한 반대는 규모를 줄이고 하나씩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해결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얻어진 계란은 전교생과 교직원들이 돌아가면서 건강 간식으로 먹는다.

최 교장은 "교육활동이든 놀이교육이든 교장이 하라고 강요하면 그냥 쉬늉만 하게 된다"며 "교직원들이 필요성을 느끼게 하고 단계적으로 점차 확대해 나가는 것이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의 마인드를 바꾸기 위해서는 교사 연수가 중요하다"며 "이론적인 연수도 있지만 체험적인 연수도 있고 또 현장을 직접 가보기도 하고 다양한 연수를 통해서 교직원도 좋다는 느낌을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에콤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누에실뽑기 체험을 하고 있다. / 금산초

기자가 금산초를 방문한 7월 6일은 1박2일 에코캠프가 열리고 있었다.

이날은 전교생이 교실수업을 진행하지 않고 교내 및 지역의 유관기관과 연계해서 체험학습을 진행한다.

아이들은 오전에 학년별로 가꾼 텃밭에서 농작물 수확을 했다. 또 1,2학년은 춘천 농업기술센터에서, 3~6학년은 춘천 로즈랑스 장미농장으로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오후에는 대운동장에서 전교생이 우비로 중무장을 하고 물총놀이를 벌였다. 교사들도 함께 물을 흠뻑맞으며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에코체험부스에서는 EM발효액·EM흙공 만들기, 천연모기약, 천연비누, 부채만들기, 누에실뽑기 등 다양한 체험을 했다.

또한 무지개가족은 주어진 미션 다섯 가지 열매구하기, 손수건에 풀잎 물들이기 등 11가지를 수행해야 한다.

이 학교는 전교생을 무학년제 6개 가족(빨,주,노,초,파,보)으로 조직한 무지개가족은 운영하고 있다.

무지개가족은 매월 2회씩 금요일 아침 놀이시간을 활용해 가족별 놀이를 하고, 학기별 1회 전체 가족이 모여 놀이의 장을 펼친다.

놀이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이혜원 교사는 "형제가 많지 않은 요즘 무지개가족 운영을 통해 저학년은 형님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어깨 너머 배움을 갖게 되고, 고학년은 동생들을 배려하고, 가르침을 나누는 활동으로 자존감을 키우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에콤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EM발효액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 금산초

이날 빨간팀의 맏형인 6학년 정현호 학생은 "1학년 동생들과 함께 활동을 하다보면 소통이 안 돼 이해하도록 쉽게 말해주는 것이 힘들지만 오늘은 리더십을 발휘해서 미션을 잘 수행했다"고 말했다.

금산초는 학생중심의 놀이 활동이 확대되고 있다.

방과후 전래놀이는 학생과 교사의 합의에 의해 운영된다. 또한 학교 정자인 '도담도담'에서의 놀이 활동은 학생자치회 주관으로 '맘껏 놀이상자'를 관리하고 정리한다.

이와 반대로 학부모들의 참여는 저조하다.

학부모들이 놀이 연수를 이수했는데도 불구하고 학부모놀이지원단의 활동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동행을 이끌어내는 것이 금산초의 숙제다.

금산초는 갈수록 신입생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교실도 작고 유휴교실도 없어 내년부터는 신입생을 제한할 방침이다. 여느 농촌의 작은 학교는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몰리고 있는데 금산초는 몰려드는 학생들 때문에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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