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애등에'로 만든 사료 인기…곤충산업 1번지 만든다
2016년 서울서 성공창업 불구 정치이슈에 투자 약속 물거품
좌절 딛고 올해 고향서 재도전…진천군·도내 각 기관 적극 지원

김태훈 푸디웜 대표가 진천군 초평면 농장에서 동애등에 번식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지난 2016년 9월 동애등에를 활용한 프리미엄 사료 개발기업으로 창업한 푸디웜은 파충류·조류를 비롯해 강아지와 고양이 간식 개발에도 잇따라 성공하며 국내 곤충산업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진천군과 청주 오송읍에 있는 농장과 사무실을 오가며 곤충연구에 온힘을 쏟고 있는 김태훈(35) 푸디웜 대표는 충북 미래 먹거리 산업은 곤충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전문분야 활용 창업…정치이슈에 막힌 꿈

진천에서 태어나 충북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2009년 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에서 인턴생활을 하던 중 동애등에에 대한 무궁무진한 상품성을 확인하고 창업을 결심하게 된다. "처음 창업을 할 때는 무조건 서울에서 해야 되는 줄 알았어요. 정보도 많고 관련기관들도 다 서울에 있으니 지역 창업은 생각도 안했어요" 창업을 하고 동애등에를 가공사료 개발에 성공한 푸디웜은 그해 겨울(2016년 12월) 창조경제혁신센터 전국대회 등 2개 대회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우승을 하면 상금은 물론 각종 투자협약이나 연구개발 지원 등이 약속돼 있었어요. 이제 우리 대박날 일만 남았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정치적 상황이 푸디웜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해 12월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로 촛불정국이 전국을 뒤덮었던 시기다. 이로 인해 박근혜 정부가 적극추진해온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도 존폐위기에 놓일 만큼 불안정한 시기였던 것이다. "정권교체의 바람이 불면서 기존 정부가 해왔던 사업들은 유명무실해졌죠. 입상경력이 오히려 부담이 됐어요.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한 청년기업에 색안경이 씌워진 거죠" 창업 후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김 대표는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고자 고향인 충북 진천으로 내려올 것을 결심한다.

 

#지역 도움으로 재도전

김태훈 푸디웜 대표가 진천군 초평면 스마트팜 농장에서 동애등에의 성장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 신동빈

2018년 초 고향인 진천으로 내려오기로 결심한 김 대표는 충북 각 기관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던 중 진천군과 충북 각 기관에서 가능성을 보고 과감한 지원을 받게 된다. "지역에 내려오고 단 며칠 만에 서울에서 창업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싹 사라졌어요. 너무나 많은 기회와 지원시스템이 지역에도 마련돼 있었죠. 그리고 제게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따뜻한 관심과 응원이었어요.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이 공간(진천군 초평면 동애등에 농장)이 어렸을 때 제가 뛰어놀던 시골집 자리에요. 파리목에 속하는 동애등에를 키운다고 하면 주변 주민들이 반대하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이곳 어르신들은 어릴 적 봤던 태훈이가 여기서 농촌 사업한다고 하니까 기특하다며 선뜻 허락해주셨죠. 사업을 하면서 지역부심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지역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김 태표의 사업은 이후 꽃길을 걷게 된다. 동애등에 파우더와 파충류 사료를 개발하면서 곤충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했고 올해 8월 출시한 반려동물 건강간식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제는 반려동물을 가족공동체로 인식하기 때문에 사람이 먹는 수준을 반려동물도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요. 푸디웜의 제품은 그런 측면에서 건강, 맛, 가격 모두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각광받는 미래자원

"한 평생 동애등에만 연구해 제품을 개발해도 부족할 정도로 장점만 가지고 있는 무시무시(?)한 곤충입니다. 외국에서는 피닉스웜이라고 불려요. 곤충에 대한 고정관념만 깨면 미래 먹거리로 손색이 없습니다" 고단백질에 키토산을 함유하고 있어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대체식품이 될 수 있다는 김 대표는 식품산업 뿐만아니라 의약품 개발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활동이 진행되고 있어요. 관상어 사료 개발 등 향후 몇 년간은 식품개발에 주력하겠지만 미래성장 동력인 바이오산업에 접목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파리목 곤충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비호감 영역에 있지만 인간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요. 성충이 되면 섭식구조가 퇴화해 물만 마실 수 있어 사람 음식에 관심이 없죠. 파리처럼 병균을 옮기거나 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며 사람들의 인식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특산물 '동애등에'

푸디웜 강아지 간식 제품. / 푸디웜 제공
푸디웜 강아지 간식 제품. / 푸디웜 제공

김태훈 푸디웜 대표는 단순히 사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나고 자란 농촌과의 상생을 꿈꾸고 있다. "푸디웜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요. 이 연구가 완료되면 고령화로 수입창출이 어려운 농촌에 획기적인 수입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해요. 농촌에 3~4평 크기의 컨테이너 사육장만 설치하면 저강도 노동력으로 월 50~100만원의 수입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죠. 일단 지금 푸디웜 농장이 있는 초평면에서 시작해보려 합니다. 성과가 있고 사업이 안정화되면 많은 농가에서 필요로 할 거에요. 그렇게 한걸음씩 나아가다보면 충북 특산품 '동애등에'가 미래 먹거리 시장을 선도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비판하는 분이 있을 수 있지만 푸디웜은 동애등에 가공기술만 가지고 있는 신생 창업기업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곤충산업을 선도하는 국내 대표기업으로 성장했죠. 단순히 개인의 꿈이 아닌 충북의 꿈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당찬 포부를 밝히며 1년 뒤 다시 찾아달라고 말했다. 창업 후 지금까지의 성과보다 오늘부터 1년 뒤 푸디웜의 성장이 더 눈부실 거라는 자신감 넘치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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