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사슬·빙고' 게임 통해 체득하는 '자연의 이치'

할띠아 국립공원 '숲속의 비밀' 프로그램 생각열기

[중부매일 김금란·이지효 기자] 핀란드 에스뽀시에 위치한 헤르또니에멘란따(Herttoniemenranta) 초등학교 5학년 학생 23명이 지난 6일 누욱시오 할띠아 국립공원에서 체험한 '숲속의 비밀' 프로그램은 4시간 과정이다.

이날 프로그램진행을 맡은 안나 교사는 "숲을 헤치지 않고 존중하면서 다니라"고 짧게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숲 입구에 들어서자 안나 교사는 아이들을 동그랗게 모으고 숲속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실제로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아이들은 "트레킹을 할 수 있어요. 베리와 버섯을 딸 수 있어요, 연구할 수 있어요. 친구들과 산책할 수 있어요, 동물을 많이 만날 수 있어요, 조용하고 편안해져요" 등등 이야기하며 생각 열기를 했다.

이어 안나 교사는 이 숲에서 얻은 나무 조각, 식물 씨, 돌멩이, 날다람쥐의 배설물 등 7가지의 물건을 바닥에 펼쳐놓고 아이들에게 관찰할 시간을 준 뒤, 눈을 감게 하고 물건 하나를 숨겼다.

한 아이가 "나무 조각이 없어 졌어요"라고 하자 안나 교사는 나무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썩어가는 나무에서 버섯도 자라고 50년 된 나무와 100년 된 나무에서 사는 생물은 다르다"며 "숲에서는 썩어가는 나무 등 모든 것이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립공원은 보호구역이어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져도 치우지 않고 썩으면 숲의 자양분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산속에서 얻은 물건을 통해 자연의 이치와 소중함을 일깨웠다.

빙고게임판

이번에 빙고게임이 시작됐다.

아이들은 나무, 토끼, 뻐꾸기, 나비, 바위 팀으로 나눠 제시된 카드에 적힌 단어를 찾는 것이다.

빙고게임 규칙은 식물은 직접 찾아야 되고, 동물은 보지 못했지만 소리를 들었거나 발자국, 배설물 등 흔적을 발견하면 찾은 것으로 인정한다.

카드에는 딱따구리, 자작나무, 오솔길, 방울꽃, 블루베리, 까네르바(겨울에 나오는 식물) 삐흘라(빨간 열매) 링고베리, 까따야네르 향나무 등 학교 자연수업시간에 배운 것들이다. 학교에서 배운 식물을 숲에서 찾아보고 관찰하는 과정이다.

체험 참가 학생 베티는 "학교에서 이미 배운 내용이지만 직접 보니 기억이 더 잘 날 것 같고 독버섯과 식용버섯도 구분할 수 있게 됐다"며 "학교 수업보다 이 프로그램이 더 재미있고 숲에서 나는 향이 좋아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닥불피우는 교사

빙고게임을 마친 아이들은 10여분 정도 걸어서 캠핑장에 도착했다. 맛있는 간식 시간이다.

핀란드 국립공원에는 불을 피울 수 있는 장소가 있고 장작도 준비돼 있어 누구나 쓸 수 있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집에서 싸온 사과, 스낵 등을 먹고, 장작불을 피워 소시지도 구워 먹었다. 간식시간이 끝나자 먹고 남은 물로 장작불을 끄고 쓰레기는 각자의 가방에 넣었다. 자연보호 학습효과가 금방 나타났다.

할띠아 국립공원에는 인공으로 조성된 소나무숲도 있다. 이 곳에 다다르자 자연스럽게 숲의 작용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연숲과 인공숲과의 차이에 대해 알아봤다.

이 아이들은 지난 수업시간에 나무의 활용에 대해 배웠다. 수업내용이 나오자 학생들을 인솔한 가이사(Kaisa) 교사는 "그럼 인공숲은 왜 만들었을까", "숲에서 나온 나무는 왜 파니?" 라고 질문하고 아이들은 "목재로 팔고, 제지 만들 때도 쓰고, 가구도 만든다"고 대답하며 복습을 했다.

먹이사슬게임집게뽑기

이번엔 다른 장소로 이동해 게임을 통해 먹이사슬에 대해 알아봤다.

안나 교사는 노랑, 빨강, 파랑, 검정색 집게를 준비하고 게임규칙을 설명하며 먹이사슬의 개념을 알려줬다.

먹이사슬 게임 규칙은 노란색 집게는 식물이다. 노란색 집게를 뽑은 사람은 보이지않는 곳에 숨어서 움직이면 안된다. 파란색은 초식동물이다. 초식동물은 식물을 찾아다녀야 한다. 초식동물이 식물을 하나 먹었으면 그 식물이 가지고 있던 집게를 얻게 되고, 먹힌 식물은 제자리로 돌아온다. 초식동물은 또 다른 식물을 찾아 먹으면 된다. 빨간색은 육식동물이다.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을 잡아 먹는다. 초식동물은 천천히 다니고 육식동물은 빨리 다닐 수 있다. 그래서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이 가지고 있던 집게를 다 먹어치우면 된다.

안나 교사는 "먹이사슬 중에 숲속에 있는 무엇인가가 빠졌는데 무엇일까?"라고 묻자 아이들이 대답을 못했다. "먹이사슬의 맨 마지막 단계는 부패자, 균류, 미생물이다. 검정집게를 선택하면 미생물이 된다"고 이어 설명했다.

이번엔 한 아이가 "공룡이 부패자냐"고 물었다. 공룡이 육식동물을 잡아먹으니깐 먹이사슬의 최고 위단계인 부패자로 생각한 것 같다.

또 한 아이는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을 잡아먹기 위해 숲은 뛰어다녀야 하지만 부패자는 급할게 없네요" 라고 하자 "그렇지" 라고 안나 교사가 대답했다. 아이들은 이미 먹이사슬을 다 이해한 것으로 보였다.

아이들은 봉지에 들어있는 집게를 무작위로 뽑고 역할에 따라 숲속에 숨기도 하고, 뛰어다니며 먹이를 잡아 먹기도 했다. 게임이 끝나자 아이들은 교사와 함께 활동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역할을 바꿔 또 한번 진행했다

가이사 교사는 "이번에 교과과정이 바뀌면서 교실 바깥 활동을 권장을 하고 있다"며 "물론 학교 교사가 수업을 준비해서 다할 수 있지만 숲체험은 전문가가 많은 시간을 갖고 준비했기 때문에 굉장히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숲 체험은 교과 공부뿐만 아니라 친구와 함께 하면서 배려심과 사회성도 기르고 교실안에서 느낄 수 없는 것을 배우게 돼 밖에 나오는 자체만으로도 효과가 굉장히 크다"고 덧붙였다.

상상의 국립공원만들기

'숲속의 비밀' 프로그램의 마지막 미션은 상상의 국립공원 만들기다.

아이들은 조별로 줄을 이용해 여러 가지 모양의 국립공원을 만들고 지형에 맞춰 휴식공간, 레저공간 등의 기능을 부여했다. 이름도 지었다. '무당벌레 국립공원', '살아있는 다리 국립공원' 등등 자연환경을 고려했다. 아이들은 발표를 통해 국립공원의 설계과정과 구체적인 기능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안나 교사는 "국립공원에서 무엇을 하라고 말로 하는것 보다 직접 국립공원을 계획하고 만들어보면 왜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는데 도움돼 마지막 단계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날 3명의 아이가 결석했다. 이 학교는 다음 수업시간에 이번 체험에 대한 내용을 다시 짚어보며 참석하지 못한 아이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한 활동내용을 그림그리기로 연결해서 이번 숲체험을 마무리한다.

 

# 누욱시오 할띠아 국립공원 박물관

- 접근성 뛰어나 수도권 시민들에게 쉼터 제공
- 숲체험·자연보호 가치 일깨우는 학교 밖 교육

 

할띠아 국립공원 박물관 전경
할띠아 국립공원 박물관 전경

누욱시오 할띠아 국립공원은 헬싱키시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했다. 할띠아 국립공원은 핀란드 내의 40개의 국립공원 중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수도권에 위치해 편리한 접근성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또한 관내의 정보만을 중점적으로 제공하는 다른 지역 박물관과 달리 이곳에서는 40개의 핀란드 국립공원에 대한 정보도 서비스하고 있다.

할띠아 국립공원 박물관은 건축된 지 5년 됐다. 이 박물관 건축에는 알토대학 건축가 학생들도 참여했으며, 600개의 나무 조각을 이용해 만든 알 모양 전시관 등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어 학생들의 투어장소로 유명하다. 

박물관은 핀란드의 자연을 테마로 꾸며졌다. 1년 365일 사계절을 보여주는 파노라마를 통해 그린벨트로 조성된 헬싱키 주변의 녹지와 함께 핀란드의 대자연을 계절별로 소개한다. 또한 곰, 여우 등의 동물생태계를 설명한 동물물관과 자연의 소리를 감상하는 곳도 갖췄다. 특히 할띠아 국립공원의 테마동물인 날다람쥐의 생활을 실시간 관찰할 수 있도록 서식지에 CCTV를 설치해 라이브 보여준다. 
 

할띠아 국립공원 박물관은 편리한 접근성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새 모양 건축물.
할띠아 국립공원 박물관은 편리한 접근성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새 모양 건축물.

이 박물관 자연센터의 중요 업무 중 하나는 숲 체험 프로그램 운영이다. 

헤르또니에멘란따 초등학교 아이들이 참가한 '숲속의 비밀' 등 6가지의 숲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3세 이상의 학생들은 내비게이션을 활용해 숲속에서 생명, 삶게임을 한다. 그룹별로 진행되는 생명게임은 동물번식 등의 미션을 수행하며 자연생태계를 익힌다.

트레킹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도 있다. 날씨에 따른 트레킹 복장부터 장비 등에 대한 정보를 서바이벌 게임으로 알아보고 음식도 직접 해먹는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숲속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권리, 책임, 의무 등에 대한 규정을 배운다. 

박물관 관계자는 "할띠아 국립공원 박물관은 2015년 유럽피안 박물관에 선정될 만큼 디자인이나 내용 구성이 우수하다"며 "근접성도 뛰어나 수도권 주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숲 체험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자연보호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중요한 학교 밖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