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교실, 공간마다 놀이시설 즐비한 '평곡 놀이공원'

[중부매일 김금란·이지효 기자] 충북 음성 평곡초등학교(교장 이득희)는 학교 전체가 작은 놀이공원 같다. 이 학교의 커다란 운동장에는 각종 놀이시설이 즐비하다. 방방이(트렘펄린), 회전무대, 정글짐, 밧줄놀이, 흙 놀이동산, 인라인스케이트장 등이 운동장의 가장자리를 장식하고 있다. 운동장 바닥에는 달팽이 놀이, 오징어만세, 동서남북 등 전래놀이터를 만들었다. 여름시즌에는 평곡 워터파크(미니 수영장)도 개장한다. 낙서로 즐기는 상상놀이터도 있다. 교실에는 미니 당구대·탁구대, 보드게임, 레고, 놀이텐트 등 다양한 놀잇감과 자전거, 짐볼 등 운동기구를 설치해 실내 놀이터를 조성했다. 평곡초는 매일 첫 스쿨버스가 도착하는 오전 7시 40분부터 전교생 59명의 '와글와글 행복 놀이터'로 변신한다.



평곡초의 놀이문화는 3년 전 이득희 교장이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아이들에게 놀이의 즐거움을 주자'는 목적을 갖고 자연스럽게 출발했다. 그래서 평곡초의 놀이는 어떤 형식이나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다.

평곡초는 지난 2015년부터 자유놀이를 연구해 아이들 스스로 원하는 놀잇감을 찾아 놀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우선 학교의 일과시간을 조정해 놀 시간을 확보하고 아이들이 선호하는 놀이기구를 비치해 놀이가 습관화 될 수 있도록 했다.

이 학교 아이들은 아침에 등교하면 교실로 들어가지 않고 운동장에서 동요를 들으며 자유놀이 시간을 갖는다. 운동장 가운데서는 학년, 성별 구분 없이 어울려 축구경기를 한다.

올해 설치한 밧줄놀이터도 인기다. 운동장 뒤편 줄지어 있는 은행나무를 활용해 만든 밧줄놀이터는 안전, 활용도, 아이들에게 미치는 정서적인 측면까지 고려해 심혈을 기울였다. 밧줄은 아이들의 신장과 운동능력을 고려해 코스의 난이도를 다양하게 구성했다. 밧줄놀이는 나무라는 자연환경을 이용해 새로운 놀이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침 자유놀이의 마무리는 이어달리기다. 아이들은 매일 아침 3개조로 나눠 이어달기를 한다. 몇 년간 꾸준히 진행된 이어달리기는 아이들의 체력단련과 함께 음성관내 육상경기대회에서 종합우승의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아침부터 맘껏 뛰어 논 아이들은 교실로 이동, 수업 시작 전 20분 동안 음악의 즐거움에 빠진다. 평곡초는 아이들의 감성을 채워주기 위해 학년별로 1인 1악기를 가르친다. 1학년은 핸드벨, 2학년은 멜로디언, 3~4학년은 리코더, 5학년은 오카리나, 6학년은 기타를 배운다.

평곡초의 점심시간은 75분이다. 아이들에게 충분한 놀이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학생, 교사의 의견을 거쳐 10분의 쉬는 시간을 5분으로 줄이고 점심시간을 늘렸다. 한 때 새로 부임하는 교사들이 수업 준비 등 쉬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잠시 중단했다 지금은 75분의 점심시간이 정착됐다.

평곡초의 놀이 공간 활용 능력은 뛰어나다. 요즘 많은 학교에서는 다목적체육관의 건립으로 운동장 사용 회수가 많이 줄었지만, 평곡초의 운동장은 다양한 놀이기구로 연일 북적인다. 전래놀이판도 다른 학교와 달리 운동장 중앙을 활용해 활동공간을 넓혔다. 또한 교문을 옮겨 조성한 인라인스케이트장, 식생활관과 교실로 이어지는 틈새공간에 설치된 소형 방방이 놀이터는 '평곡 놀이동산'의 짜임새에 한 몫 한다.

6학급인 평곡초의 한 반 학생 수는 7명에서 13명사이다. 학생 수에 비해 여유로운 교실에는 미니 당구장·탁구장, 텐트 등 놀이물품을 갖춰 놓고 수업공간과 함께 실내놀이터로도 활용한다.

기자가 평곡초를 방문했던 지난달 18일은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놀이 활동 일환으로 대한체육회의 스포츠버스를 신청해 명랑운동회를 열었다. 이날 명랑운동회는 학부모와 인근 주민들도 함께 했다. 아이들은 다트, 테이블축구, 하키, 미니볼링·농구, 제기차기 등 다양한 경기와 VR을 통해 타구, 볼링, 자동차 경주 등 가상스포츠도 체험했다. '건강', '튼튼' 팀으로 나눠 진행된 운동회에는 학부모들도 경기에 직접 참여했다.

이날 명랑운동회에 참가한 김은옥(5학년 남예린 어머니) 씨는 "놀이로 인해 아이들의 성격이 밝아졌다"며 "앉아서 수업만하면 스트레스를 방출할 기회가 없는데 밖에서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학부모 중에는 놀이시간 때문에 진도가 늦어져 수업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하지만 부족한 아이들은 교사들이 별도로 지도를 하기 때문에 성적에 대한 걱정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승빈 학생(6년)은 "모든 학년이 어울려 놀다보니 저학년 동생들과도 친해지고 왕따, 학교폭력도 없다"며 "중학교에 진학하면 이 시간이 그리울 것 같다"고 말했다.

3년의 놀이시간 운영은 아이들의 생각을 확장시키는 긍정적인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이들은 놀이의 형태를 변형시키기도 하고 놀잇감을 수업교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2학년 학생 5명은 방방놀이터에서 피구경기를 한다. 2명씩 팀으로 나누고 한 명이 남자 누워서 경계선 역할을 한다. 누워있는 아이는 굳이 뛰지 않아도 친구들의 힘으로 방방놀이의 효과를 함께 느낀다. 또 유치원 놀이터의 경계선으로 사용된 타이어를 달팽이놀이판으로 활용한다. 타이어 위를 걸으면 땅바닥에서 느끼지 못했던 탄성으로 색다른 재미를 스스로 만들어 경험한다.

아이들은 평소 갖고 놀던 놀잇감을 학습교구로도 활용한다. 2학년 교과 통합시간에는 '동네'를 주제로 마을을 만드는 과정이 있다. 교과서에는 종이상자로 건물, 마트 등을 만들라고 예시했지만 아이들은 교실에 비치된 레고 블록을 이용한다.

이득희 교장은 "초등학교는 기초기본교육에 충실해야 하고 기초기본 학습능력을 갖춘 아이들은 맘껏 놀려도 학력에 큰 문제가 없다"며 "놀이를 통해 학교 만족도가 높아졌으며 놀이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놀이의 장점으로 유연성과 상상력을 들었다.

이 교장은 "요즘 아이들은 자기주장이 아주 강한데 놀이를 통해 여러 상황을 경험하게 되면 억지 주장이 사라진다"며 "놀이는 사람 수, 장소 등 상황에 따라 변형하고 응용을 하면서 생각이 유연해 진다"고 말했다. 더불어 "입학하면서부터 놀이를 접한 아이들은 장난감 없이도 잘 논다"며 "작대기 등 주변에 있는 물건을 활용해 스스로 새로운 놀이를 만들고 즐긴다."고 설명했다.

평곡초는 올해 충북도교육청의 행복키움 놀이문화 조성사업 학교로 선정돼 3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 받아 놀이의 형태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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