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황증거만 있고 진술 수차례 번복"… 무리한 수사 도마위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 중국에서 한국인 사업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탈북 남매 2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자신을 김일성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또 다른 탈북자 김모(53)씨의 말을 믿고 이들을 기소한 사법기관의 무리한 수사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형사1부는 강도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50·여)와 강도살인혐의로 기소된 B씨(48)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 남매의 살해 혐의를 입증할 직접 증거는 김씨의 진술과 정황 증거 뿐이며 더구나 김씨의 진술이 여러 차례 번복되고 허위 진술의 동기가 있어 믿을 수 없다"며 판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스스로를 김일성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김씨는 중국 흑룡강성에서 한국인 사업가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에서 재판을 받고 2011년 징역 19년 6개월을 선고받은 후 2017년 한국으로 이감됐다. 김씨 단독범행으로 일단락되는 듯 했던 사건은 김씨가 국내로 이감된 후 재심을 요구하면서 국내 사법기관의 수사로 이어졌다.

김씨가 아산경찰서와 대전지검천안지청 등 국내사법기관에서 살인의 공범으로 자신의 전처와 그의 동생를 지목했던 것. 재수사를 지휘한 검찰은 김씨의 주장을 바탕으로 50대 사업가와 A씨는 불륜관계였으며 사건당시 김씨가 불륜 사실을 알고 A·B씨와 함께 사건을 공모한 것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또 A씨가 사업가와 의도적으로 중국으로 건너갔고 2010년 6월 21일 불륜현장을 덮친 김씨가 사업가와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B씨가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것으로 조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공범으로 지목된 남매는 김씨의 주장을 허위라고 주장했고 김씨의 주장은 재판과정에서 신빙성을 잃었다.

김씨는 재판과정과 수사기관에서 시신 유기를 "자신이 했다, A씨와 함께 했다, A씨가 했다"는 등 엇갈린 진술을 이어갔으며, 재판과정에서는 "자신의 아버지는 김일성이고 어머니는 김정숙의 동생 김경숙"이라고 주장했다.

또 "블라디보스토크의 은행에 아버지가 물려준 112조원의 재산이 있으며 자신의 딸은 푸틴 막내 아들과 결혼을 할 것이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이들 남매의 변론을 맡은 강인영 변호사는 "직접 증거는 없고 수사기관에서 의지했던 증거는 이들 남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가 있는 김씨의 진술이 전부였다"면서, "김씨는 믿기 힘든 허황된 발언을 이어갔지만 경찰과 검찰은 김씨를 의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 남매는 재판으로 경제 상황이 나빠져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으며, 형사보상청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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