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량동 빌라공사, 주민들 조망권·일조권 피해 조정 요구
시 "사업주에 갑질운운·민원접수 시공사 전달" 소극 대처 비난

마을에서 바라본 빌라의 모습. 오후 5시쯤으로 해는 벌써 빌라에 가려 어둑해지고 있다. 유창림/천안
마을에서 바라본 빌라의 모습. 오후 5시쯤으로 해는 벌써 빌라에 가려 어둑해지고 있다. 유창림/천안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 천안시가 건축주와의 민원해결을 요청한 주민들에게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해 눈총을 사고 있다.

도로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도 찾기 어려운 천안시 유량동 분텃골. 13가구 30여명이 사는 이 조용한 마을에 공사 소음이 시작된 건 2017년 10월 17일부터다. 마을과 바로 인접하고 있는 야산에 A건설이 시공하는 72세대 규모의 빌라 공사가 시작된 것. 평균 연령이 70대에 가까운 분텃골 주민들은 마을 옆 산이 훼손되는 것이 아쉬웠지만 "시대가 변했으니"라며 위안하고,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을 말없이 지켜봤다.

그러나 말없이 지켜본 게 패착이었다. 2월 준공을 앞두고 있는 이 빌라는 4층 규모로 설계됐지만 산 중턱에서 공사가 진행되다보니 마을에서 바라봤을 때는 어림잡아 10층 높이는 돼 보인다. 조망권과 일조권이 사라졌다. 야산은 가파른 옹벽으로 마감됐다. 비가 오면 빗물이 고스란히 마을로 쏟아질 것으로 주민들은 예상하고 있다. 소음과 분진에 대한 양해도 없었다. 3.3㎡당 300만원이 넘던 땅값은 200만원대로 곤두박질치며 재산상 피해도 입었다.

마을주민들은 이 같은 피해에 대해 건축주와 협의를 할 수 있게 해달라며 지난 3일 천안시청을 찾았다.

그러나 천안시 관계자의 "사업주에게 갑질을 할 시대가 아니다"는 말이 주민들에게 더 큰 상처를 입혔다.

주민 A씨는 "우리가 무슨 구체적인 요구를 한 게 없고, 다만 분쟁해결을 위해 시가 조정을 해달라는 것인데 갑질을 운운하냐"면서, "우리는 갑질을 시키러 시청을 갔던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공무원이 도대체 책상에 앉아서 우리가 어떤 어려움에 처해있는지 알 수가 있겠냐"며, "한 번이라도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돌아봤으면 갑질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민원을 접수해 시공사에게 전달하고, 시공사의 의견을 받아 다시 회신하고 있는 상황이다"는 원칙적인 답변을 내놨다.

한편, A건설은 중부매일의 취재가 시작된 후 23일 현장소장을 통해 주민들과의 대화를 시작했으며, 일정을 다시 잡아 대표가 직접 주민들을 찾을 방침이라고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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