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진달랠조팝꽃·영산홍·복사꽃 등 각양각색으로 봄꽃들이 화려하게 4월의 봄날을 피워내고 있다.

나는 지금 우연한 기회로 음성경찰서를 찾아 그곳에 피어있는 봄꽃향에 취해 있다.

선량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누구나가 그럴 것이다. 우리는 보편적으로 평소 살아가면서 경찰서에 대한 관심을 가져 볼 일이 거의 없다. 특히, 유치장엔 죄지은 사람만 있다는 편견 때문에 그곳을 찾는 일을 가히 유쾌한 감정 보다는 반신반의하며 멀리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편견은 현실을 그릇되게 볼 수 잇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치장이 어둡고 칙칙한 곳이라는 생각에 문을 조시스레 열고 들어 섰을 땐 화들짝 놀란 눈빛을 감출길 없어 허둥대는 찰나, 가족과 화목하게 함께하는 풍요한 수확의 그림으로 죄짓지 않은 나도 함께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적어도 이곳에 머물렀을 죄수 들은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그리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으리라

또한, 성인의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가르침처럼, 1호실·2호실·3호실로 불리던 딱딱했던 감방은 음성의 특산물 고추방·수박방·복숭아방으로 이름을 바꿔 놓아 죄수 이전에 인간적인 대접을 받고 있었다.

특히, 여성인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본래 유치장에는 남자와 여자가 벽하나를 사이에 두고 생활하고 있는데, 여죄수가 용변을 보기라도 할 참이면 소리가 벽하나를 타고 옆방의 남자 죄수들에게 모두 들려 수치스럽기가 말 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한 경찰관의 세심한 배려로 에티켓 벨을 설치한 뒤로는 시원한 용변으로 인간의 기본적 생리문제를 편안하게 해결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화장실에 생리대까지 비치되어 있어 유치인 인권에 대하여 경찰이 얼마나 많은 관심과 배려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참여정부의 정통성은 인권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비록 유치인 신분이라도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사람도 있고 훈방이나 가벼운 벌금형에 처해 질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인간의 기본적 인권을 무시하고 유치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딱딱하고 차가운 바닥에서 수치스러움을 겪어야 했다. 음성경찰 유치장의 변화가 민중의 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척도라고 생각하니 오늘과 내일의 경찰 역시 대단히 희망적이다.

인권존중을 요구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대적 감각에 따라 변화와 실천하는 경찰이야 말로 인류애로써 인권존중을 소중하게 여기는 최고의 경찰이라 생각한다. 내가 본 오늘의 음성경찰 모습은 지금 막 갓 피어난 봄꽃처럼 싱싱한 빛으로 발긱만 하다. 또한 그곳은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과 향기로 그득하여 참회자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 방울이 새로운 삶을 잉태하는 씨앗이 되리라 믿는다. /시인 고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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