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신록은 참으로 신비해서 푸른 기운이 도는 것 같더니만 어느새 바람에 일렁이는 속살도 아기의 푸른 웃음이다.

얼마 전 내가 근무하는 음성에서는 한바탕 신명나는 전국품바축제가 열렸다. 꽃 전시장에는 남녀노소 구분이 없고, 학생들은 백일장으로 상상의 날개를 펴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움막과 품바 분장을 한 사람들이 아련한 추억을 돋우고 풍물소리, 꽃향기가 햇볕에 그을린 주민들의 얼굴을 환하게 만들었다. 행사를 주최한 음성예총에서는 기관단체장이 품바복장을 하고 덕담으로 축사를 대신하는 모습을 연출, 지위고하, 남녀노소가 없는 화합의 마당을 열었다.

갈등 없이 어울리는 모습은 봄 햇살 아래 반짝이는 꽃들보다 정겨운 풍경이었다. 우리 사회가 오래도록 이렇게 정겹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주일 남짓 시간이 흐르고 신록은 더 푸르건만 지역 곳곳에 갈등의 현장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갈등을 빚는 양측이 어떤 위치에 있든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들일텐데 양쪽 수레바퀴의 궤적처럼 평행선을 달릴 때면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관으로서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경찰서 마당의 노송은 한 겨울 눈보라에도 푸른 바늘로 쉼없이 바느질을 하였는데 천의무봉(天衣無縫), 봄의 대지가 곧 사람의 도리를 일러주는 것 같다. 갈등 없는 사회가 오히려 이치에 맞지 않겠지만 이러한 갈등을 서로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는 것 또한 인간이 가진 숭고한 미덕이라 생각한다.

가정의 달, 오월을 맞아 우리가 잊고 있었다면 다시 그 따듯한 마음 길을 찾아 화합하고 어울려 오월의 산처럼 푸른 웃음이 가득한 사회가 되길 소망해 본다.

/음성경찰서 정보보안과장 강태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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