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로 시작한 온사 … 이제는 '고추 마이스터'

권혁중 대표는 "고추 육묘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하며 올해 농사를 지을 고추 모종을 선별하고 있다. /이완종
권혁중 대표는 "고추 육묘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하며 올해 농사를 지을 고추 모종을 선별하고 있다. /이완종

[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고추 외길인생 40여년, 어느덧 '권혁중'이라는 이름보다 '고추박사'라고 더 많이 불리는 것 같습니다."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생명태양고추농장 권혁중(69) 대표는 주변에서 흔히 '고추박사'로 불린다.  그는 1971년 첫 고추농사 이후 수 십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고추'만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3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 필기, 심층면접, 현장심사 등을 거쳐 '고추 마이스터' 자격을 취득하는 등 전국에 손꼽히는 '고추 전문가' 소문나 있다. 그러나 '고추박사'로 불리는 권 대표도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걷지는 않았다.

"71년도에 첫 고추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돈도 없고 땅도 없었기 때문에 '소작농'으로 시작했죠. 하지만 농사라는게 어깨넘어로 배웠던 농사기술로는 택도 없더라구요. 의욕만 앞섰지 당시 몇년간은 허탕만 쳤죠."

첫 농사 이후 수년간의 실패를 경험한 그는 본격적으로 농사기술에 대해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농사에 대한 전문서적을 찾아 정독하고 '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해 농업 기술을 교육받으며 기반을 쌓았다.

"당시에는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로 '먹고 사는 일' 부터 걱정해야 했습니다.때문에 시골에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였죠. 저 역시 평생을 책을 멀리해왔었는데 농업기술 교육을 위해 정말 필사적으로 매진했습니다. 낮에는 밭에서 일을하고 밤에는 전문서적으로 농사 기술을 배웠습니다."

권 대표는 '주경야독' 숙달한 농사기술을 접목하며 1978년 첫 농사 이후 7년만에 대대적인 성공을 이뤄냈다. 여기에 당시 고추파동의 영향으로 고추값이 금값으로 뛰어 큰 돈도 벌 수 있었다.

"70년대 후반에 고추값이 금값처럼 뛰었는데 그 이듬해 그동안 배운 기술을 접목시키며 고추농사가 대대적으로 성공했습니다. 당시 큰 돈이 수중으로 들어와 지금의 아내와 결혼도 했고 1981년도에는 제 명의로된 땅을 갖게 됐습니다."

권 대표는 이후 탄탄대로를 걸었다. 1981년 농림부장관상을 받았다. 다른 농가들의 곱절에 해당하는 양의 고추를 수확하며 소득증대 상을 받았다. 4천700㎡크기로 시작했던 농사는 현재 3만3천㎡규모로 10배 가까이 넒어졌다.

이렇듯 농사일은 규모화 됐지만 권 대표는 여전히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50이 훌쩍넘은 나이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고 대학까지 졸업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의 '고추 마이스터' 자격을 획득하는 등 각종 수료증만 해도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다.

"생업으로 평생을 책을 멀리해왔었는데 늦깍기 교육이 쉽지 않았죠. 그러나 '농업에 대해서 농자도 모르는 사람이 과연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란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미뤘던 중등, 고등교육을 끝내고 만학도로 대학을 진학해 농업관련 법률도 배웠고 각종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그랬더니 고추 농사 분야에서는 전국에서 손 꼽을 정도로 전문가가 돼 있더라구요."

고추박사로 불리는 권혁중 대표는 재배기술과 관련해 육묘관리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고추는 육묘관리가 50%를 좌우합니다. 특히 육묘는 물과 온도관리가 중요하죠. 남들보다 광합성을 매일 1시간씩 더 해주면 육묘기간 70일 동안 70시간을 더 하게 됨니다. 그만큼 육묘성장에 더 이득이 되는 것이 노하우입니다. 여기에 밤은 물론 새벽에도 나가서 온도관리를 합니다. 그만큼 좋은 품종을 위해서는 정성이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농업기술을 전수해 침체된 농촌이 다시 활기를 띄는 것을 꿈꾸고 있다. 매번 기회가 될 때마다 강의를 나가 농민들에게 그동안 터득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지역농가소득 향상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저와 같이 탄탄한 작물 판매 루트가 있는 일부 농가를 제외하고 지역 농가 대부분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동안 내 삶을 위해서만 살았다면 이제는 지역을 위해 힘쓰고 싶습니다. 40여년간 연구한 농사기술을 농민들과 공유하고 더불어 상생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고추 마이스터'로서 앞으로도 지역 농가소득 향상을 위해 앞장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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