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소장, 서울문화투데이 편집위원

지난해부터 충남도의 공주에서는 국립국악원 중부 분원 설립, (가칭)국립충청국악원 유치를 위해 국악인은 물론 지역의 문화기관과 예술단체가 합심하여 유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설 연휴부터는 주민과 귀성한 가족들까지 나서 유치 찬성 서명운동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또 전국 각지에서도 유치를 성원하는 응원 메시지를 공주에 전하고 있어 공주는 그 어느 때보다도 국립국악원 설립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층 고조돼 있다. 그러나 비단 이것이 최근의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다. 공주는 오래전부터 국립국악원이 설치돼야 할 당위성을 갖고 있었다.

국립국악원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소속기관으로 중앙정부의 국립예술기관이다. 서울 서초동의 본원을 중심으로 지역에 지방국악원을 설치해 국악 활성화를 위한 공연과 강습 등 다양한 진흥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북 남원에는 판소리와 창극으로 특화된 국립민속국악원이, 전남 진도에는 굿을 비롯한 남도의 무형유산으로 국립남도국악원이 있다. 2008년에는 영남지역 전통춤과 연희의 중심지로 부산에 국립부산국악원이 설립됐다.

국가가 추진하는 문화정책의 대상은 국민이다. 문화는 개인 삶의 가치를 높이고 우리 사회 많은 사회갈등을 치유하며 창의적 미래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함에도 지난 정부에서는 문화정책이 지나치게 정치적 이념과 권력의 이해관계에 종속됐다. 다행히도 문재인정부의 문화정책은 사람 누구나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문화정책의 근본적 전환의 기틀을 마련했다.

앞으로의 과제에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가 중요하다. 또 지역의 문화정체성에 따른 특성화된 육성이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보면 아직 충청지역에 중앙정부의 국악 인프라가 부재하고 활성화를 위한 지원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오래전부터 논의돼왔던 국립충청국악원 설립에 대한 의견이 최근 공주를 중심으로 모인 것이다.

충남 공주는 유네스코(UNESCO)에 등재된 문화유산 중 2019년 2월 현재 국가 전체로는 한국의 세계유산 13건 중 2건(3개)을 보유하고 있다. 3개는 백제역사유적지구(2015년) 8개 중 2개인 공산성, 송산리고분군과 산사-한국의 승지선원(2018년) 7개 중 1개인 마곡사다. 전 세계인이 누리는 세계문화유산 3개가 소재한 역사문화도시인 것이다.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국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각국의 무형유산을 유네스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제도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인류무형문화유산 총 20건 중 3건을 충남 공주가 보유하고 있다. 3건은 판소리(2003년), 아리랑(2012년), 농악(2014년)이다. 충남 공주는 국창 박동진 명창의 출생지로 현재에도 박동진판소리전수관, 중고제판소리연구원에서 전승되고 있는 중고제가 있으며, 공주아리랑을 비롯하여 공주풍장(풍물), 농요 등 여러 무형유산의 전승이 활발한 지역이다. 그리고 충남연정국악원이 있다. 이것은 충청감영이 주재했던 330년의 역사 속에서 충남 공주가 충청전통공연예술의 산실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또 웅진백제의 옛 도읍으로 미마지가 전한 백제기악 등 백제시대 음악과 춤을 간직하고 있다.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소장, 서울문화투데이 편집위원<br>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소장, 서울문화투데이 편집위원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악원의 중부권 지방국악원 설립은 역사의 맥락을 찾는 일이고 지역문화 분권을 실현하는 시대정신이다. 대한민국 국격의 근간은 '문화'다. 백제의 고도, 충청감영의 역사,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을 품은 충남 공주에 국립국악원 설립은 지역주민의 염원을 넘어 문화의 수혜자인 모든 국민에게 공동체의 다양성과 사회의 창의성을 실현하는 '사람이 있는 문화'의 이행으로 문화가 있는 삶을 바라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이다.

서울에 집중된 문화 혜택을 지방에도 균등하게 보급하기 위해 지역 간 문화여건을 진단하고 국립기관과 문화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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