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공유 플랫폼서 시작… 배움·네트워킹·창업 '도전의 장'

 

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자립하고 싶은 청년들이 스스로 만든 협동조합 '들락날락'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적당히 벌고 잘 사는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한다. / 들락날락 협동조합 제공
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자립하고 싶은 청년들이 스스로 만든 협동조합 '들락날락'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적당히 벌고 잘 사는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한다. / 들락날락 협동조합 제공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도시보다 지역을 좋아한다.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추구한다. 많이 버는 것보다 적당히 벌면서 잘 사는 삶을 지향한다. 농업이 아니어도 시골살이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발굴하고 싶다. 충남 금산에 위치한 청년문화예술 협동조합 들락날락 활동가들의 얘기다. 일자리와 살자리를 고민하며 자립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에게 들락날락은 도전의 장이다. 누군가는 들어오고 누군가는 나가기도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지역에 남아 새로운 청년들과의 네트워크를 실험한다. / 편집자
 

#금산에서 살고 싶은 청년들

자치단체 마다 앞 다퉈 청년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광역은 물론이고 기초 지방자치단체도 예외가 아니다. 귀농하거나 귀촌만 하면 미래가 보장될 것 같은 희망마저 갖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일자리가 없고, 주거공간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으며 무엇보다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취약하다.

금산지역 청소년들에게도 이런 고민이 있었다. 군 단위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은 대안학교가 위치하고 있는 곳이 금산이다. 4개교에 약 600여명의 학생들이 졸업하고 있지만 머물다 갈 뿐 금산 정착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들락날락은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금산에 터를 잡고 자립하려는 청년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청년문화예술 협동조합이다.

단순한 도전과 실험을 넘어 지속가능한 삶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재능과 문화적 자원을 공유하고 있다.

박성연 이사장은 "정책으로 해결되지 않는 청년들의 일자리와 살자리, 그들만의 문화를 지원하고 싶었다"며 "농촌에서 살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지역을 충분히 탐색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 플랫폼을 운영하다 역량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절망을 말할 때 희망을 썼다

들락날락 협동조합의 구성원은 모두 다섯 명이다. 박성연 이사장을 비롯해 이세연·김은진·조혁민·김해주 이사 등 20대 초·중반의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고 있다.

실험과 도전만 5년째.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금산청년네트워크가 지난해 문을 연 들락날락 협동조합의 뿌리다. 금산은 충남 15개 시·군 가운데 인구 소멸 위험단계에 진입한 8개 군에 포함됐다. 평균연령 47세의 고령화된 지역. 모두가 절망적인 미래를 예단할 때 이들은 희망을 설계했다.

대안학교 교사, 청년활동가, 유리공예 작가, 극단의 단원, 디자이너 등 들락날락 청년들은 저마다의 재능을 비즈니스 모델 만들기의 자원으로 활용했다.

그렇게 청년 자립학교 아랑곳과 금산군 셰어하우스, 지역 청년 네트워크가 만들어졌고 삶의 수단으로서 청년 창업이 시작됐다.

5년간의 커뮤니티 플랫폼 사업을 통해 청년들은 이미 버스킹 문화, 생태공동체 탐방, 해외 문화예술교류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였다. 두려울 것이 없었다.
 

#재능은 어떻게 밥벌이가 될까

배움의 영역을 책임지는 청년자립학교 아랑곳은 지역에서 느리고 소박하지만, 자연스럽고 행복하게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는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당돌하고 선한 문화의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취지다.

3명만 모이면 못 배울 것이 없는 배움터. 인문학, 언어구조학, 페미니즘, 몸 치유, 숲에서 살기, 시골집 고쳐 살기, 글쓰기, 대장간까지 관심 있는 모든 것을 배웠다.

까짓 창업도 했다. 금산시장 청년몰의 조사장커피와 안녕하식빵, 술하다가 아랑곳을 발판으로 문을 열었다.

배움에서 시작된 네트워킹은 창업인큐베이팅에 머물지 않았다. 금산군과의 거버넌스를 통해 주거 문제에 대한 해법까지 제시했다.

게스트하우스 성격의 연하다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통해 개업했고,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제안했던 셰어하우스 정책이 실현됐다. 더불어 일자리와 살자리에도 숨통이 트였다.

이세연 이사는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문화예술로도 밥벌이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만들고 싶었다"며 "들락날락의 실험은 인구소멸 우려와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행복한 금산 만들기는 가능하다는 희망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대안학교 졸업 후 대전에서 프로젝트 낭만이라는 법인을 설립해 운영했던 이세연 이사는 인맥도 없고 연고도 없지만 스스로 선택한 금산에서의 삶이 흥미진진하다고 고백했다.
 

#청년이 바로 서야 지역이 산다

금산간디학교 고등과정 교사, 충남도청 청년정책위원, 금산전통시장 청년몰 창업지원팀장. 들락날락 청년들의 멘토인 박성연 이사장은 협동조합 실험이 중요한 이유로 주체성을 꼽았다.

청년들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게 실험과 도전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청년들은 스스로 고민하면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

예술 창작품을 판매하는 여우잡화점, 인삼약초의 고장 금산을 알릴 수 있는 쌍화탕 약첩, 금산시장에서 매달 열리는 월장 문화기획 등 상상하는 모든 것은 현실이 된다. 시행착오조차 의미 있는 자립의 과정이다.

박성연 이사장은 "청년의 현재가 지역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청년들이 자기 발견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할 수 있는 힘을 키워 사회적 주체로 존중받고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지역사회 변화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세연 이사는 공동체를 형성해 서로 응원하고 연대하면서 삶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들락날락의 지속가능한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도 좋다. 다른 꿈을 꾸어도 좋다. 실패해도 괜찮다. 다만 꿈꾸고 도전하기는 멈추지 말자. 지역형 청년허브 들락날락의 실험이 금산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정길호 금산군 지역인구정책팀장 인터뷰

 

정길호 금산군 지역인구정책팀장
정길호 금산군 지역인구정책팀장

"일자리·주거 적극 지원 '젊은 금산' 만들 것"

금산지역 청년 활동가들에게 정길호 팀장은 믿고 의지해도 좋을 든든한 지원자로 통한다.

지역사회의 청년 문제를 청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는 LAB 조성사업과 공유주택인 쉐어하우스 운영도 정 팀장의 열정으로 시작됐다.

도비와 군비를 매칭해 3억원을 확보한 청년LAB 공간 조성은 지역의 청년들에게 활동의 거점을 마련해주는 사업이다. 청년 사무실과 작업공간, 세미나실과 휴게실로 구성돼 있으며 들락날락 사무실도 입주할 계획이다.

주거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위해서는 쉐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정착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군비만 3천900만원을 투입해 7개소에서 18명이 최대 2년까지 머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기자가 줄을 설 정도로 금산군 청년 쉐어하우스의 인기는 높다.

정길호 팀장은 청년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이유에 대해 "금산의 미래를 일구는 주체가 청년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일자리와 주거문제,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않으면 타지역 청년들이 금산에서 정착하기 어렵다"며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금산군은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청년지원정책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팀장은 "젊은 금산은 청년을 통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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