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로 농산물 가격 폭락… 쌈채소로 재기했죠"

정천흥 형제농장 대표는
정천흥 형제농장 대표는 "한 때는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젊은 시절의 추억이 깃든 이 농장을 끝내 유지했다"며 "자갈을 이용한 '역경수경재배'를 성공시키며 새출발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완종

[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대학교 졸업반에 농사일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왔네요. 지금도 더 좋은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정천흥(57) 형제농장 대표는 젊은 나이에 '청년농부'로 시작해 지역의 대표 농부로 성장했다. 정 대표는 앞서 1991년 충북대학교 농과대학 졸업을 앞두고 농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마음이 맞는 학과 동기 4명과 함께 '학사농장'이라는 이름으로 부농의 꿈을 꾸며 야심차게 출발했다. 당시 이들의 행보는 침체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1천㎡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첨단 농업기술인 수경재배로 케일(양배추의 일종)과 고추묘 등 무공해 작물을 재배하며 화제를 모았다.

"마음이 맞았던 농대출신 동기들과 부농의 부푼 꿈을 꾸며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전문기술을 교육받은 젊은이들의 도전은 당시 화제였습니다. 여러 행정기관에서 저희들의 농촌 정착을 위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었죠. 농촌 어르신들께서는 젊은이들의 도전에 반신반의 했지만 응원해주셨죠."

그러나 이들의 부농에 대한 꿈은 실현되지 못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국내 개방화의 바람이 불며 작물들의 가격이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대외개방의 가속화로 함께 농장을 운영했던 친구들은 하나둘씩 떠났다. 결국 농장에는 정씨 혼자 남게 됐다.

"농사일을 시작하고 실패가 없었습니다. 농과대학 출신들로 체계적인 시스템과 젊음을 앞세워 농사일을 시작하니 탄탄대로를 걸었죠. 그런데 갑자기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대외개방이 빠르게 진행되며 작물들의 가격이 정말 말도 안되게 떨어졌습니다. 그동안 일궈온 모든게 허무하게 무너졌습니다. 때문에 동기들이 하나둘 떠나갔습니다."

이후 혼자남게된 정 대표는 오랜 고민에 빠졌다. 농장을 유지와 포기의 기로에 섰다. 하지만 그는 농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상황은 어려워졌지만 포기대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노력했다. 수입이 어려워 경쟁력이 있고 출하가 적을 때 집중 생산하거나 연중 꾸준히 출하할 수 있는 품목들을 찾았다. 이 같은 조건에 딱 맞는 품목이 바로 '쌈채소'였다.

정 대표는 쌈채소류를 주 품목으로 집중 육성했다. 수경재배와 토경재배로 병행했고 연중 생산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특히 안전한 수경재배를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자갈을 이용한 '역경수경재배'를 성공시켰다. 이 재배법은 한여름에도 적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등 안정재배가 가능하다. 다만 비싼 배양액이 문제였지만 농화학을 전공한 정 대표는 전용 양액 대신 같은 성분의 유기질 비료를 물에 녹여 사용하는 등 대체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혼자 농장을 운영하게 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때는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추억이 남은 이 농장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주작목을 쌈채소로 바꾸고 농장의 이름도 동기들을 생각하며 '형제농장'으로 바꿨습니다. 여기에 전공을 십분 발휘해 비용을 크게 줄인 역경수경재배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 새출발을 했습니다."

여기에 품질차별화를 위해 무농약을 원칙으로 가격도 연중 비슷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 더구나 직접 발로 뛰어 탄탄한 판매루투를 형성했다. 지역의 식당들과 수십년째 직거래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1년에는 농협의 새농민상에 선정됐다.

"수십년이 지났지만 품목들의 가격을 연중 최대한 비슷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과의 약속이며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쌈채소를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 정 대표는 충북새농민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침체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지역의 농가는 심각한 양극화 현상에 빠져있다. 탄탄한 판매루트를 가지고 있는 일부 농가들은 매년 수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영세 농업인들은 매출이 바닥을 치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들 영세 농업인들을 위한 판매루트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이를 위해 지역의 마트 등에 이들 영세 농업인들이 물건을 납품할 수 있도록 지자체 등 행정기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는 농민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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