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화려함 보단 소소한 거리가 좋아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공중파, 종편 등 각종 방송국에서 경연 프로그램이 인기다. 경연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절실함을 어필하며 스타성을 뽐낸다. 그들의 목표는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인기다.

천안에는 그들과는 다른 목표를 두고 노래와 랩을 하는 청춘들이 있다. 그들의 목표는 지역의 문화 리더다. 그래서 더 새롭다.

럭스레고는 '빛으로 가자', '소중한 빛을 쌓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7년전 임대건(28) 대표가 설립했고, 올해 박태민(24) 실장이 합류했다. 그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공사장 일용직과 아르바이트를 뛰어야 했다.
 

"상위 1%가 인기인이 독점하는 문화는 싫다"

임대건 대표는 홍대 등지에서 활동한 레퍼다. 중학교 시절 처음 레퍼로 활동을 하기 시작했고, 송탄과 서울을 돌아 학창시절을 보낸 천안으로 다시 돌아온 케이스다.

그는 복수의 국내 유명 연예기획사로부터 콜을 받은 이른바 유망주였다. 그러나 그 스타를 포기했다. 이유는 상위 1%가 독점하고 있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현실이 싫어서였다. "유럽에는 거리에서 피아노를 연주해도 실력이 있다면 인정을 받고 존경을 받을 수 있어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실력이 아닌 인기로 평가를 받지요. 그런 환경을 내가 극복해내고 싶다는 도전 의식이 생겼어요. 극복이 된다면 그것이 지역 문화의 힘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는 기획사와의 계약을 거부하고 7년 전 천안을 택했다. 지역의 문화리더로 천안의 문화발전과 지역의 후배를 양성하자는 포부를 안고서 말이다.

 

"노래는 내 삶을 온전히 살기위한 전부"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럭스레고에 몸담고 있는 친구를 따라 버스킹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임대건 대표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소속 아티스트가 아닌 실장으로 한배를 타게 됐습니다."

박 실장은 2016년 당시 최고 인기를 누렸던 경연프로그램에 참가해 본선까지 진출한 실력파 발라드 가수다. 21살에 입대를 했고 군 시절과 제대 이후까지 임 대표와 연락이 유지돼 자연스럽게 럭스레고에 합류한 케이스다.

그는 노래 부르는 것이 좋았고 부모님의 반대에도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기 위해서는 계속해야한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확신이 낮시간 알바와 럭스레고 활동을 병행할 수 있게하는 원동력이었다.

 

"오늘도, 수고했어!", 퇴근길 라이브

저녁, 늦은 밤, 심지어 새벽까지 누구나 퇴근길은 피곤하다. 거기에 고민까지 더해진다면 지친 어깨를 펴기란 여간 버거운 게 아니다.

럭스레고가 이런 시민들을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바로 '오늘도 수고했어!'라고 명명된 퇴근길 라이브다.

퇴근길 라이브는 지친 시민들을 력스레고가 직접 찾아가 손수 운전을 해 퇴근을 시켜주고, 차안에서 고민을 들어준 후 그 고민에 어울리는 노래를 불러준다는 구성이다.

럭스레고는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통해 신청자를 접수하고 그들이 직접 꾸민 준중형 뮤직카를 몰고 신청인의 회사로 찾아간다. 지역은 천안으로 한정했지만 퇴근 시간은 언제라도 상관없다.

임대건 대표가 운전을 하고 박태민 실장을 비롯한 소속 아티스트들이 신청인 대화상대가 돼 준다. 럭스레고는 사연에 어울리는 곡 또는 신청자의 신청곡 등으로 구성된 작은 라이브 무대를 차 안 또는 집 앞에서 진행한다. 진행상황은 신청인의 사생활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유튜브로 공개된다.

이 같은 럭스레고의 퇴근길 라이브 콘텐츠는 최근 2019 천안 NGO센터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지원금은 10회 분량으로 180만원이다.

럭스레고는 오는 4월말부터 퇴근길 라이브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럭스레고는 이번 10회로 제한된 시범사업을 통해 퇴근길 라이브가 천안지역의 대표 문화사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퇴근길 라이브는 어떤 의미?

"처음에 퇴근길 라이브 콘텐츠를 기획했을 때 이런 게 어떻게 지역의 대표 문화가 될 수 있냐는 지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각종 스트레스가 자살로, 범죄로 이어지고 결국 사회문제의 근원이라는 생각을 해보세요. 음악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고, 그 힘을 사람들이 가장 지쳐있는 퇴근길에 전달한다면 이 보다 더 괜찮은 콘텐츠가 있을까요?"

럭스레고가 천안NGO지원 사업 기획안 설명 과정에서 한 말이다.

"그저 얼마 지원받고 놀 무대가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기성세대의 편협한 생각에 경종을 울리는 말이었다.

럭스레고는 이번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래서 지원금을 넘어선 그들에게는 버거운 규모의 투자로 뮤직카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들은 시범사업 후 각종 기업체에 협찬 제안서를 전달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 사업을 꾸준히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들의 바람처럼 퇴근길 라이브가 천안의 대표 콘텐츠로 성장해 천안을 넘어 전국 각지에서 신청인이 폭주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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