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축 성공하니 '호강축'·'전강축'으로 해달래요"

강원~충북~호남을 잇는 새로운 국가발전축인 '강호축' 연구를 하고 있는 충북연구원 정초시 원장(오른쪽부터), 정용일·오상진·홍성호 박사. / 김용수
강원~충북~호남을 잇는 새로운 국가발전축인 '강호축' 연구를 하고 있는 충북연구원 정초시 원장(사진 오른쪽부터), 정용일·오상진·홍성호 박사. / 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강호축'이 국가아젠다로 부상했다.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에 반영됐고, 강호축의 핵심인 충북선 철도 고속화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에 포함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제 국토활용에 대한 가장 최상위계획인 정부의 제5차(2020~2040년) 국토종합계획 반영만을 남겨두고 있다. 강호축은 강원~충청~호남을 연결하는 새로운 국가발전 축이다. 서울~부산을 잇는 경부축에 대응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2015년부터 5년째 '강호축'을 연구해온 충북연구원의 핵심 연구진들로부터 그동안의 연구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들어봤다. / 편집자주


연구보고서 및 자료집 20권, 국회토론회 3회, 시·도지사 공동건의문 채택 3회, 정부·연구원·지자체 발표자료에서 강호축 발전의 중요성 언급 64건, 신문보도기사 3천140건….

'강호축'을 연구한 결과물들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강호축 종합발전계획'이 나왔고 네이버 지식백과에도 '강호축'이 등재돼있다.

강호축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은 모두 19명. 충북연구원에서는 정초시 원장을 비롯해 총괄책임 홍성호 박사 등 12명이 강호축 개념정립부터 여건 분석, 경제성 분석, 발전전략 구상 등을 연구해왔다. 강호축 관련 시·도(강원, 충북, 세종, 대전, 충남, 전북, 광주, 전남)에서도 각 1명씩 연구책임이 함께했다.

충북연구원의 '강호축 종합발전계획' 연구진은 정초시 원장, 정연정·이경기·정삼철·우장명·원광희 수석, 윤영한 선임, 홍성호·오상진·정용일·이종수·송지연 박사 등 12명이다. 

무관심했던 반응, 이젠 8개 시·도 '호응'

"초기에는 웃음거리였어요. 2018년 2월까지만 해도 그랬어요. 대외행사를 하면 "강호축이 뭐냐"고 받아치고 상황이었고 무협소설 느낌이 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홍성호 박사)

초창기부터 연구를 총괄해온 홍성호 박사는 '강호축'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부터가 일이었다고 떠올렸다. 초창기에는 충북도내에서도 비판여론이 있었고 중앙정부에서도 '강호축' 이름을 반대했었다고도 털어놓았다.

"강호축이 잘 되고 나니까 이름을 '호강축(호남~강원)'으로 바꿔야 한다고 광주전남지역에서 제안했고, 전북에서는 '전강축(전라~강원)'이라고 해야 한다고 심각하게 항의하기도 했어요."(홍성호)

강호축 관련 주요 일정. 강호축 개념은 2015년 첫 등장한뒤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에 반영됐고, 강호축의 핵심인 충북선 철도 고속화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에 포함되는 성과를 거뒀다. / 충북연구원 제공
강호축 관련 주요 일정. 강호축 개념은 2015년 첫 등장한뒤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에 반영됐고, 강호축의 핵심인 충북선 철도 고속화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에 포함되는 성과를 거뒀다. / 충북연구원 제공

충북연구원은 2018년 4월부터 1년간은 공감대 형성 작업에 주력했고, 추진동력을 얻었다. 그 일환으로 강호축 관련 8개 시·도와 손잡고 공동간담회 5회, 시민단체 간담회 2회, 8개 시·도별 연구 등을 진행됐다.

"가장 먼저 화답해준 지역은 강원도였어요. 후반부에는 호남에서 호응해줬고"(홍성호)

연구진들은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강호축에 대한 8개 시·도의 관심을 끌어내는 과정을 꼽았고,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로 강호축의 핵심사업인 충북선 고속화사업이 예타면제 대상으로 선정됐을 때를 꼽았다.

"충북에서 노력한 점도 크지만,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와 잘 맞은 점도 강호축이 잘 되는데 기여한 것 같아요."(오상진 박사)

지난 50년 '경부축', 앞으로 100년 '강호축'

경부축은 1971년 제1차 국토종합계획에서 처음 개념이 확립됐고, 강호축은 2018년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서 반영됐다. 그동안 각종 개발혜택에서 소외됐지만 성장잠재력이 풍부한 호남과 충청, 강원을 연결해 초광역적 상호협력구조를 만들자는 것이 강호축의 큰그림이다.

강호축 발전계획. / 충북연구원 제공
강호축 발전계획. / 충북연구원 제공

충북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경부축과 강호축은 면적은 54% 대 46%이지만 예산은 경부축 76%(194조원), 강호축 24%(61조원), 인구 역시 경부축 84%(3천800만명), 강호축 16%(600만명), 산업·농공단지 또한 경부축 88%(318개), 강호축 12%(44개)로 경부축 편중이 심각하다.

하지만 강호축의 잠재력을 보면 국가산단 16개, 혁신도시 4개, 과학벨트 거점·기능지구 4개, 경제자유구역 4개, 기업도시 3개, 연구개발특구 3개, 첨단의료복합단지 1개 등 성장동력 인프라가 있다. 생명·건강 산업자산으로는 과학벨트 헬스케어(대전), 기업도시 의료기기(강원), 오송 바이오밸리(충북), 국가식품클러스터(전북), 해양 바이오 헬스케어(전남) 등을 갖고 있다.

"작년 연말에 '목포포럼'에서 특강을 했는데 강호축이 충북뿐 아니라 호남, 강원에도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오송~목포간 KTX로 1시간37분이 걸리더라고요. 교통망이 잘 돼있으면 교류가 잦아 경제가 활성화되고 사회적 갈등도 줄어듭니다."(정초시 원장)

첫 등장은 2015년…이시종 지사가 제시

강호축 이라는 용어는 2015년 6월 첫 등장했다. 전국 시·도 연구원에서 X축 교통망 관련 세미나를 했는데 그 자리에 참석했던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강호축' 이라는 큰 발전축을 내놓은 것이 출발이다.

앞서 박병호 충북대 교수가 국회토론회에서 오송을 분기역으로 하는 교통망 X축을 제시했는데 경제성분석에서 0.3밖에 나오지 않자 충북도가 고심끝에 내놓은 것이었다.

정초시 충북연구원장. / 김용수
정초시 충북연구원장. / 김용수
강호축 연구를 총괄한 홍성호 충북연구원 박사. / 김용수
강호축 연구를 총괄한 홍성호 충북연구원 박사. / 김용수

"X축 이라고 하면 충북선 때문이라는 걸 알아서 다른 지역 참여가 시원찮았어요. 강호축 국회토론회를 3번 했는데 처음에는 참석한 국회의원이 5명밖에 안됐지만 얼마전 세번째때에는 20명 가까이 왔어요. 강호축이 국가적 아젠다로 부상했다는 얘기죠."(정초시)

교통분야 전문가인 오상진 박사는 충북선 철도 고속화 등 철도망을 중심으로 연구를 해왔다. 충북선만 고속화할 경우 경제적 효과가 없다는 판단하에 호남선, 중앙선, 원강선 등 4개 노선을 연결해 환승하지 않고 가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는 경제적 타당성만 보다 보니 충북도의 추진방향을 알고 연구를 하는 충북연구원 입장에서는 힘들었죠. 당시의 예타 평가기준으로 보면 강호축은 포기했어야 하는 사업이었는데 충북지역발전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는 가치였어요. 예타면제를 받지 못했다면 사업추진이 불가능했을 겁니다."(오상진)

2018년 가을께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송재호 위원장이 강호축을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에 넣어야 한다고 공식입장을 발표했고, 이듬해 1월 반영이 됐다. 지난 1월29일 정부의 예타면제사업 대상에 강호축의 핵심인 충북선 고속화가 포함되면서 국가아젠다로 떠올랐다.

강호축은 [      ]다.

수년간 강호축을 연구해온 이들이 보는 '강호축'은 국가발전패러다임의 '전환'이자 '기회'이고 '시작점'이다.

"강호축은 '기회'다. 새로운 발전을 위해, 새로운 시대를 위해 기회가 될 것이니까. 충북이 그 기회를 잡았고 주도하고 있습니다."(정초시)

"강호축은 '전환'이다. 서울을 향하던 경부축에서 강호축으로의 관점의 전환이자, 남한만을 바라보던 국토계획이 북한까지, 나아가 유라시아대륙까지 바라보게 된 패러다임의 전환이니까."(홍성호)

"강호축은 '연결'이다. 20년전부터 해왔던 충북선 고속화 연구의 '연결'이면서 각 지역을 연결하는 사업이니까."(오상진)

"강호축은 '시작'이다. 국가균형발전의 시작이다."(정용일)

오상진 충북연구원 박사. / 김용수
오상진 충북연구원 박사. / 김용수
정용일 충북연구원 박사. / 김용수
정용일 충북연구원 박사. / 김용수

앞으로 연구는 문화적 접근

앞으로의 연구는 강호축 8개 시·도의 공통분모인 '유교문화권', '동학' 연구를 추가해 공감대를 넓히는 쪽으로 맞춰져있다.

"지금까지는 사업 구상 단계였다면 올해부터는 실행시켜나가야 합니다. 강호축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려면 교통망에서 시작해서 산업으로 가고 문화를 채워넣어야 완성됩니다. 오는 6~7월쯤 강호축의 정신사적 기반인 동학을 주제로 8개 시·도 연구원이 모여 세미나를 해보려고 합니다."(정초시)

정용일 박사는 후속연구로 백두대간 국가순환도로망 구축 연구, 충북선 고속화에 따른 철도 기반의 공간구조 재편방안 연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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