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콩·신선한 우유' 좋은 재료 고집… 건강까지 생각

김민수 푸루향 대표는 "국내산 콩과 잡곡, 신선한 우유를 고집해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지역의 농촌에 새바람을 불어넣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푸루향 제공

[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모두가 우려한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성공에 한걸음 더 다가간 것 같네요."

김민수 푸루향 대표는 직접 재배한 국내산 콩에 우유를 섞은 치즈 맛 두부를 만들며 대박을 치고 있다. 그가 만드는 제품은 겉모양은 두부 그 자체지만 냄새는 치즈 향이 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치우(치즈, 우유) 두부'로 이름을 지었다. 이 치우두부는 서양의 음식인 치즈와 동양 음식인 두부의 조화로 소비자들로부터 각광 받고 있다.

"농사를 시작한 지 1년도 안된 초짜 농부입니다. 막연히 '콩이나 키워 두부를 팔아볼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죠. 그러면서 조금은 특별한 두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몽골족이 우유로 치즈를 만드는 걸 본 터키 사람들이 콩물로 두부를 만들었다'는 설이 있었습니다. 치즈와 두부의 단백질 추출 원리가 같다는 것을 깨닿고 치즈 맛 두부를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김 대표는 사실 농업과는 큰 인연이 없었다. 20대 초반에는 대학에 진학해 평범한 대학 생활을 보냈고 졸업 이후에는 경찰 공무원을 꿈꿨다. 그러나 몇 차례 낙방으로 실패의 쓴맛을 겪었다. 그러다 지난해 봄 삶을 되돌아보고 '농업'으로 전향을 결심하며 인생 2막을 걷게 됐다.

"대학에서 경찰행정학을 전공하고 20대를 경찰의 꿈을 꿨죠. 그 유명한 서울 노량진 고시촌에서도 공부도 해봤고 외국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 미국으로 어학연수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번번히 낙방하며 10년이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당장 앞으로의 생활조차 막막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나 짓자'라는 생각으로 불현듯 농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콩이나 키워 두부를 팔아볼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농사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무모한 도전'이었다. 한때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머물렀던 전북 정읍의 사찰에서 찾아 스님에게 1천600㎡ 부지의 농토를 빌려 콩을 심기 시작했다.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머물렀던 전북 정읍의 사찰에서 스님을 도와 콩, 배추, 토마토 수확을 돕거나 장터에 내다 판 경험이 전부였다. 농사를 결심한 그날도 용돈 벌이 삼아 밭일을 도와주고 들어오던 참이었다. 땀 식힐 겸 머리를 감으며 낮에 밭에서 본 콩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면서 전국의 치즈 공장이나 두부 장인을 찾아다니며 제조법을 터득하는 한편 치즈와 두부 이 두 가공 제품을 융합시킬 방법을 고민했다.

"두부와 치즈는 엄연히 제조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융합시키기가 여간 힘들더라구요. 그러다 콩을 가루로 갈아서 물에 섞어 콩물을 만들고 응고제를 넣어 굳히는 '전두부' 방식을 알게됐죠. 이 방식이 포인트였습니다. 가루로 간 콩을 우유와 섞어 두유를 만들고 굳혔습니다. 바로 전두부 방식을 응용했죠."

이 같은 성공 이후에는 사업 계획서를 만들고 틈나는 대로 지원 사업에 도전했다. 콩과 우유를 이용한 신개념 가공식품에 대한 반응은 의외로 뜨거웠다. 또 공모전에도 문을 두드렸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아이디어상', 농협의 '테드 농식품 아이디어' 경연대회에서 우수상, 전북발전협의회의 '원스톱플랫폼구축 청년창업 대상' 등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단순한 상상이 무모한 도전으로, 또 현실로 이뤄지기까지 1년 정도 걸렸네요. 무모했지만 되돌아보면 제 스스로 간절했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에 올라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10년 공시 준비를 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처리하는 '창업'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김 대표는 지난 10월 '치우 두부'와 더불어 찹쌀과 보리, 현미, 서리태, 수수, 조 등 22가지 국내산 잡곡만을 갈아서 만든 가루 형태의 가공식품인 '곡물세끼'를 개발, 대표브랜드로 내세워 '푸른향'을 세웠다. 이 푸른향은 '푸르고 맑은 향'이라는 뜻으로 '향기를 나누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김 대표의 바람이 담겨있다.

"수입산 잡곡이나 가루우유 등을 써서 단가를 맞출 수 도 있지만 국내산 콩과 잡곡, 신선한 우유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 신조인 '자신에게 부끄럽지 말자'를 지키기 위해서죠. 그러면서 농사를 하며 '농촌의 어르시들과 함께 성장하자'는 것도 목표입니다. 저 혼자만의 성장이 아닌 아닌 기술력이 뛰어나고 농토도 우수한 농촌 어르신들과 융화해 농촌에 새바람을 넣는 기업을 만들겠습니다." /이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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