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변광섭 컬처디자이너

언제부터였던가. 왜 그런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을까. 그날의 일은 아득하지만 기억만은 생생하다. 어린 시절, 옆집 대청마루에 나뒹굴던 솔제니친의 장편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던 그날, 나는 연필을 들었다. 나의 삶, 나의 꿈, 나의 아픔을 원고지에 한 자씩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연필은 지적광산이라고 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수많은 책을 읽으며 지식과 지혜를 쌓아야 했고, 삶의 최전선에서 피와 땀과 눈물로 웅변해야 했다. 그것들이 글이 되고 책이 되었으며 내 삶이 되었다. 죽는 날까지 내 키 높이만큼의 책을 펴내겠노라 다짐했다. 도전은 무모했지만 가슴 뜨거웠다. 그 꿈을 향한 앙가슴 뛰는 나날이 나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부 우수도서로 두 권이 선정되었다. '생명의 숲 초정리에서'는 어린 시절, 고향의 아련한 추억을 담은 책이다. 내가 글을 쓰고 손순옥 화가가 그림을 그렸다. 초정약수의 탕마당에서 뛰어놀던 악동과 동네 풍경과 세종대왕 초정행궁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소개한 것이다. '즐거운 소풍길'은 글과 그림과 사진이 있는 책이다. 내가 글을 쓰고 강호생 화가가 그림을 그렸으며 홍대기 작가가 사진을 담았다. 충북의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엮었는데 유럽에도 소개됐다.

최근에는 극작가 한운사 선생의 삶을 재해석한 스토리북 '이 생명 다하도록'을 출간했다. '빨간 마후라', '남과 북', '잘 살아보세' 등 영화와 드라마 극작가로, 작사가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한운사 선생이 새롭게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다. 또 '초정리 사람들'과 '세종대왕과 초정10경'이라는 책을 펴냈다. 세종대왕이 초정행궁에서 121일간 머물며 어떻게 요양을 했는지, 조선의 르네상스를 어떻게 펼쳤는지를 찾아 나선 것이다. 초정약수 주변의 문화관광 자원 10곳을 선정해 '초정10경'이라는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다시, 불꽃의 시간'은 크리에이터 이어령 선생과 함께한 가슴 뜨거운 여정을 담았다. 당신과 함께 했던 수많은 프로젝트와 당신의 가슴 뛰는 창조의 메시지를 소개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나와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엄연해진다. 문화현장의 이야기를 담은 '가장 아름다운 날'은 말 그대로 문화의 꽃으로 가득한 세상을 꿈꾸며 써 내려간 책이다. 크고 작은 축제와 공연, 스토리텔링과 문화콘텐츠, 문화복지와 문화나눔 등의 다양한 문화현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변광섭 컬처디자이너·에세이스트
변광섭 컬처디자이너

'크라토피아'는 공예를 뜻하는 크라프트(Craft)와 유토피아(Utopia) 합성어다. 공예를 통해 아름답고 행복한 일상을 꿈꾸는 마음이 담겨 있다. 공예는 실용성과 예술성이 공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일수록 공예적 풍토가 깊게 자리 잡고 있으며 공예를 통해 지역과 국가를 융성케 한다. 이 책에서는 세계의 공예현장을 소개하고, 공예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통도사 성파스님의 행복 다이어리 '서운암에서'는 성파스님의 예술적 영혼을 담은 책이다. 통도사의 방장으로 계신 성파스님은 예술적 재능이 뛰어나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통도사 서운암에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생명문화를 주창하며 들꽃축제를 개최하고 발효음식을 보급하며 부처님의 말씀을 전파하고 있다. 성당에서 세례를 받으며 쓴 시집 '밥알을 씹으며'는 눈물로 빚은 책이며 성찰의 책이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내 이름으로 펴낸 책이 10권이 넘는다. 사람들의 기억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책도 있지만 진한 감동으로 기억되는 책도 있다. 그래서 죽기 전까지 내 키 높이의 책을 펴내기로 작정한 것이다. 내가 쓴 글밭이 내 삶의 모든 것이다. 내가 쓴 책이 나의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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