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처럼 편안한 학교 아이들 등·하교 시간 바꿨다

[중부매일 김금란·이지효 기자] 충주앙성초등학교는 지난 3월 1일 강천초등학교와 통폐합하면서 학교를 리모델링했다.

새롭게 변신한 앙성초는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아이들에게 집처럼 편안한 '생활공간'을 만들어주자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앙성초는 이번 리모델링 작업에서 2001년 농촌현대화시범학교로 개축돼 일반학교와 차별화 된 공간의 활용도를 높였다. 일반학교보다 0.5배 더 넓은 교실은 아이들에게 수업공간과 별도의 놀이공간을 선사했다. 1층의 커다란 중앙홀은 놀이·체육·문화 등 경계가 없는 활동공간으로 만들었고, 건물옥상은 자연채광과 조경작업을 통해 자연적인 분위기에서 문화행사를 할 수 있도록 꾸몄다.

특히 앙성초는 찾아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 이농현상을 막고 차후 지역의 정주여건 개선을 이끌 수 있는 공간혁신을 고민했다. / 편집자

전체 6학급인 앙성초의 교실은 모두 다른 모습으로 꾸며졌다. 이 학교에서 유치원부터 시작하면 7년을 머물러야하는 아이들에게 학년이 바뀌면서 학습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려고 노력한 결과다. 교육공간의 변화를 통해 수업에 대한 흥미를 높여주려는 의도다. 유치원과 1·2학년, 3·4학년, 5·6학년으로 나눠 연령별 학습환경을 고려해 공간을 구성했다.

유치원 교실은 100% 놀이공간으로 편하게 놀면서 감각과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실내를 만들었다.

1·2학년 교실은 놀이공간을 80%, 3·4학년은 놀이공간과 학습공간을 50:50으로, 5·6학년은 학습공간을 80% 정도로 구성했다.

1학년과 2학년 교실의 내부공간은 똑같게 설계됐지만, 1학년의 경우 놀이시간 안전문제를 고려해 학생들의 동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공간을 오픈했다. 놀이학습 경험이 더 풍부한 2학년은 열린 공간을 조금 더 줄였다. 오픈공간의 범위를 통해 1학년과 2학년 교실의 변화를 줬다.

1·2학년교실에는 누다락을 설치해 좁은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활동의 기회를 제공했다. 소그룹으로 어울리는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누다락은 소소한 재미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 학교의 교실문은 일반학교에서 보기 드문 홀딩도어를 설치했다. 4쪽의 문을 자유자재로 여닫을 수 있어 수업내용에 따라 교실을 다양하게 활용하도록 했다. 홀딩도어는 방음·방풍 등의 장점도 갖고 있다.

2층과 3층의 복도 중간에는 놀이공간이 조성돼 있는데 저학년이 사용하는 2층은 순수 놀이공간으로, 고학년이 쓰는 3층은 놀이와 함께 원탁회의, 수업도 할 수 있도록 성격을 달리했다. 이 학교는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학습 분위기를 조성했다.

지난 2001년 농촌현대화시범학교로 선정돼 본관을 신축하면서 만들어진 1층 현관과 연결된 중앙홀은 다목적실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시원하게 오픈된 중앙홀은 체육활동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수업, 전교생이 참여하는 콘서트 등에 활용되고 있다.

쓰임이 적었던 옥상은 조경작업과 광덕트를 설치해 자연채광이 들어오도록 했다. 나무와 햇빛으로 소생한 옥상은 음악회, 시낭송회 등 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앙성초는 '교실은 공부하는 곳', '현관은 출입구', '옥상은 쓸모없는 곳' 등 정해진 공간개념에 대한 경계를 무너뜨렸다. 학교에서의 모든 활동은 결국 학습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북카페도 조성됐다. 학교는 이제 학생만 쓰는 공간이 아니고 지역주민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농어촌지역의 이농현상을 막고 인구를 유입하기 위해서는 교육환경과 지역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 유지가 중요하다. 교육환경을 변화시켜 정주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앙성초는 리모델링 사업을 마치고 지난 6월에 앙성면 이장협의회와 단체협의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학교투어를 실시했다.

앙성면 이장협의회 회원과 단체협의회장들은 새로 단장된 앙성초를 돌아보고 학교에 대한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학교와 마을을 잇는 다각도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권혁화 교장은 "근무하던 강촌초가 통폐합되면서 학부모들과 동문들에 대한 불편한 마음도 많았지만 새로 조성된 앙성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뿌듯하다"며 "지역사회와 협력해 좋은 학교가 되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학교가 좋다며 일찍 등교하고 수업이 끝나도 집에 갈 생각을 안 한다"며 "모든 구성원이 합심해 공간개선의 취지를 이해하고 활용도를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앙성초의 리모델링은 지난 1월에 시작해 5개월가량 걸렸다. 이 과정에는 교직원, 학생, 학부모, 학교운영위원, 동문 등이 참여했다. 충주교육지원청 시설사업팀이 만든 기초설계안을 토대로 사전협의회를 여러 번 진행했으며, 선진지 견학도 실시했다. 마지막에는 투시도까지 만들어 의견조율을 했다.

이덕희 충주교육지원청 시설사업팀장은 "통폐합에 따른 기대치를 갖고 있는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학교를 신설하거나 구조를 바꿀 때 열린 학습공간에 대한 교사들의 이해와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 스페이스사업의 성공은 변화하는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와 미래교육을 위한 공간혁신, 만들어진 시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교사들의 인식전환, 지역유관기관의 협력체계 유지다.

아이들이 오래 머물고 싶어 하는 학습 분위기를 조성한 앙성초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나머지 절반은 지금부터 구성원들의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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