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교사 관점으로 탄생한 교내 오아시스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단양중학교에는 학생들의 휴게공간인 '단그늘'이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단그늘'은 수요자 중심의 관점에서 탄생한 학생 맞춤형 공용공간이다. 학생과 교사가 공동설계자로 참여해 설계부터 공간구성, 시설물 선택·배치, 색상까지 공사의 전 과정을 함께 진행했다. 이름도 공모를 통해 단양중 학생들에게 시원한 오아시스와 같은 쉼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단그늘'로 지었다.

'단그늘'은 충북도교육청의 학교공간혁신 '뉴 스페이스(New Space)' 사업으로 탄생한 첫 번째 결과물이다. 도교육청은 기존 학교의 공간재구조화를 통해 행복·감성 공간을 창출하는 '뉴 스페이스'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뉴 스페이스'사업은 기존 공급자 중심의 학교시설을 학생들의 관점에서 다양하고 유연한 공간으로 재구조화 하고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교육활동을 통해 학습과 놀이, 휴식 등 균형 잡힌 삶의 공간으로서 학교 만들기를 목표로 한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시범 학교로 초·중·고 7개 학교를 선정했으며, 단양중은 '수요자 참여 설계'를 반영해 도내 첫 학생들의 공용공간을 창출했다. / 편집자

단양중은 이번 학교시설의 공간재구조화사업을 위해 위원회를 구성하고 설문조사 등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학생들은 처음에 댄스 연습실을 위한 공간을 희망했다. 벽에 거울을 설치하고, 바닥은 마루를 깔아 춤을 연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댄스 연습실은 소수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다수의 불만이나 불평을 불러올 수 있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다용도의 공용공간으로 개념을 바꿨다. 이 공간에는 소수의 의견도 반영해 한쪽 벽에 거울을 달고 바닥에는 마루를 깔아 춤 연습도 하고, 편안하게 바닥에 앉아 게임 등을 할 수 있도록 활용도를 높였다. 또 한 두 학급이 함께 영상 관람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단그늘'의 분위기는 시중의 카페 같다. 천장의 인테리어는 요즘 커피숍 등에서 유행하는 배관 등 구조물을 드러내는 형태로 꾸며졌다. 바닥에는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빈백쇼파가 놓여 있다. 사람의 자세에 따라 형태가 바꾸면서 몸을 편안하게 해주는 빈백쇼파는 잠시나마 편안하게 쉬고 싶은 학생들의 요구로 갖춰졌다. 학생과 교사가 공동설계자로 참여한 '단그늘' 공사에서 이 공간을 직접 사용하게 될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이번에 공동설계자로 참여했던 엄민지 학생(3년)은 "단그늘을 만드는데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서로 협의하는 과정에서 양보와 협업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면서 "학생들이 만든 공간이라 만족도도 높고, 학생들 스스로 사용규칙을 만들어 시설을 아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단그늘은 위치상 1학년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2학년과 3학년들을 위한 휴게공간도 더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단양중은 뉴 스페이스 시범사업에 선정된 뒤 먼저 학교 구성원과 건축설계사와의 컨섵팅을 진행했다. 설계사는 컨설팅 결과와 공사현장을 점검해 3개의 설계안을 제시했다. 학생과 교사들은 시뮬레이션으로 3개의 설계안을 살펴보고 그 중 1개안을 선택했고, 나머지 2개안에서 필요한 부분을 골라 반영했다. 이 후 공사를 진행하면서도 공동설계자로서 여러 차례의 의견조율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우선 학생과 교사들의 시각, 관점, 생각의 차이를 좁히는 작업도 쉽지많은 않았다. 건축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학생들이 즉흥적으로 툭툭 던지는 요구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수용범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논란도 있었다. 건축을 보는 교사와 학생들의 시각 차이는 좁힐 수 없는 부분도 있고, 좁혀야 되는 부분도 있고, 좁혀진 부분도 있다. 학교공간혁신사업 처음 도입된 수요자 참여 설계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박승룡 교감은 공사과정에서 학생들과의 의견 조율이나 교감의 시기를 적절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감은 "교사가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진행하게 되면 학생들에게 공간혁신에 대한 취지가 정확하게 전달 안 돼 종합적인 의견 수렴이 어렵다. 그렇다고 공사 방향을 결정한 뒤에 의견을 수렴하게 되면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생들과 교감할 수 있는 내용을 미리 구상해서 의견조율에 대한 시의적절한 시기를 잘 판단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의견충돌은 충분히 예상해야 하고 서로 협의해 나가는 과정에서 어른들이 미처 보지못했던 부분을 아이들의 시각으로 찾아낼 수 있는 아이디어도 많다"고 덧붙였다.

단양중은 당초보다 일정이 늦어져 학기 중에 공사를 시행했다. 수업하는 시간에 차단막을 설치하고 공사가 진행돼 학생들의 안전문제와 소음 등의 불편함도 뒤따랐다. 학교 공사는 학생들이 없는 방학 중에 실시되도록 공사 시기 조절도 필요하다.

단양중은 이번 공용공간 조성 사업비로 교육청 지원예산 5천만원과 자체 예산 1천여만원 들여 공사를 마쳤다. 도교육청은 뉴 스페이스 사업 공용공간 조성사업비로 시범학교에 각각 5천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일률적인 예산지원보다 학교상황을 반영한 탄력적인 편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명수 교장은 "지금도 학생회 자치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학교운영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며 "이번에 새로운 경험을 통해 학생들의 사고력, 창의력 등을 신장시키는 계기가 됐다다"고 말했다. 이어 "2학기에 영상기기 등을 추가로 설치해 단순한 휴게공간을 넘어 동아리 활동, 소규모 특강, 수업연계 등 단그늘의 활용영역을 넓혀 공간혁신의 모범사례가 되도록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뉴 스페이스 사업을 통해 학생들의 성장과 공간혁신의 중요성을 터득한 단양중은 올해도 뉴 스페이스 사업에 공모했으며 사업의 타당성·우수성이 인정돼 또 선정됐다. 이번에는 공동설계자에 학생,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들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양중이 이번엔 어떤 공간혁신을 이루어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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