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칼럼] 이민우

범죄 의혹으로 자택을 압수수색당하면서 수사하는 검사에게 전화를 통해 "신속하게 해 달라"고 말할 수 있는 국민은 과연 몇이나 될까. 조국 법무부장관은 자신의 이런 행동이 논란이 되자 "아내가 염려돼서 그랬다. 이것은 인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검사에게 전화로 항의도 못하는 국민들은 과연 '패륜'이란 말인가.

지난 9월부터 한달 간 조국 법무부장관의 가족 관련 비리가 터져 온나라가 술렁이고 있다. 사모펀드, 자녀 입시비리 등 수많은 의혹이 제기된 조 장관과 친·인척들에 대해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면서 정국이 혼란하고 어수선하다.

조 장관 청문회 직전에 사모펀드 주역들은 해외도피상태였다. 누가 봐도 증거인멸 내지 도주우려가 뚜렷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 것은 오히려 '직무유기'가 아닐까. 사모펀드 관련돼 횡령·배임 혐의로 조 장관 5촌 조카가 구속된 것으로 미루어 보아도 검찰 수사가 터무니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검찰이 조 장관 자택을 11시간 동안 압수수색 할 당시 때 아닌 '자장면 논란'이 불거졌다. 수사관들이 장시간 압수수색 도중 자장면을 시켜 먹으면서 가족들을 모욕 줬다는 비난의 목소리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까지 했다. 압수수색 당시 3명의 변호사도 참관했으며, 자장면이 아닌 한식을 시켜 먹었고 식사대금도 각자 지불했다는 것이다. 조 장관 주위에 각종 혐의가 드러나도 일부 국민들은 검찰을 믿지 못하고 있다. 개혁에 저항하는 수사로 여기는 국민도 있다.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윤석열 검찰은 억울할지 모르겠지만 이는 오랜 기간 '불신의 싹'을 키운 검찰의 업보이기도 하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도 나서 "검찰은 성찰해야 한다"고 경고장을 보내는 등 조 장관을 보호하고 나섰으며, 윤 총장은 "법대로 원칙대로 수사하고 있다"고 대응했다. 윤 총장의 조국 수사에 대한 확고하고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법치주의'는 모든 국민들에게 공정하고 평등하게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조국 비리 의혹이 갈수록 막장 드라마처럼 연출되고 있다. 자녀 입시와 재산 증식 등 비리 의혹은 허위 서류와 증거인멸 의혹 등으로 커졌다.

조국 비리는 서울법대 교수와 민정수석의 지위까지 이용할 정도로 수법이 교묘하다. 조 장관이 양심적인 진보 지식인처럼 행세하면서 다른 사람에 대해 가혹한 비판을 쏟아내었기에 부도덕함을 빗댄 '조로남불'이라는 유행어까지 생겼다. 문 대통령과 측근들도 조 장관을 감싸고 조 장관 자신은 한술 더 떠 검찰 개혁한다고 사퇴를 거부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의 극성 지지자들은 적반하장이다. 조국 사퇴에 찬성하는 사람은 물론 검찰까지 공격하고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폴리페서(정치판에 기웃거리는 교수)로 유명세를 얻어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고위공직에 올라 특권을 이용한 비리 의혹으로 대다수 보통 사람들은 할 수 있어도 안하거나,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것이므로 당사자는 부끄러워야 한다.

나라의 모든 눈이 이번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 국정은 조 장관 때문에 멈춰 섰고 국회의원들은 삭발경쟁(?)도 벌어졌다. 검찰의 개혁을 막기 위한 수사인가, 조 장관의 비리를 밝히기 위한 수사인가 '설전'도 벌어졌다. 언론의 기사는 지난 한 달간 조 장관의 이야기로 최고의 건수를 기록했다. 이 전대미문의 상황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처럼 '조국 회오리바람'에 정국이 아수라장이다. 이러한 모습으로 검찰의 개혁이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과연 얼마나 될까.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가고자 하는 의지는 본인의 의지일 뿐 누구도 용납하지 못하는 길이 됐다. 작금의 상황이라면 구속영장을 눈앞에 들이미는 순간까지 그는 '마이웨이'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부장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부장

경기 침체와 무역 압박, 미국의 방위비 공세,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중국과 일본 등 민감한 상황은 물론 태풍, 돼지열병 등의 각종 산적한 업무가 즐비하다. 우리는 '언행불일치의 내로남불'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무엇이 현실감각 제로의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무엇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 길인가를 먼저 생각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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