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충남문화재단 이사

필자는 문화예술 프로젝트의 마스터플랜을 설계하는 문화정책컨설턴트다. 동시에 문화재, 전통예술 분야의 연구자이기도 하다. 작년부터 고대사 속의 음악과 춤 재현에 주목하고 있다.

필자가 속한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는 사단법인 일무보존회와 함께 지난해부터 그 복원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먼저 웅진백제시대의 다섯 왕을 추모하는 제례를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충남 공주시 의뢰로 추모제의 예법과 격식 등 제례 전반에 관한 학술연구를 진행했다. 더불어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지원으로 '전통예술 복원 및 재현사업'을 통해 백제시대 음악과 춤의 재창조 방안을 마련했다.

그 연구결과를 지난 9월 선보이게 됐다. 백제문화제의 개막을 알리고, 역대 왕들에게 술을 올리는 '웅진백제 5대왕 추모제'에 전격 적용했다. 유네스코 등재 인류무형유산인 국가무형문화재 제56호 종묘제례의 홀기를 통해 무형유산의 보편적 가치와 동방의 예악을 반영했다. 제례 헌관의 백제복식을 고증·재현했으며, 출토유물을 통해 복원된 제기의 경우 웅진백제의 시대상을 나타냈다.

특히 고대부터 왕의 제례에서 예(禮)와 함께 중요하게 여겨졌던 악(樂)은 국보 제287호 백제금동대향로에 나타난 완함, 배소를 비롯한 백제시대의 악기와 금과 비파(슬), 훈과 지 등 고대로부터 전승하는 악기로 제례악을 편성했다. 장엄한 선율과 함께 왕의 공덕을 칭송하는 악장, 의미가 정제된 몸짓으로 구현된 일무를 적용하여, 의례와 함께 진행된 악가무(樂歌舞)는 가히 '대악필이(大樂必易), 대례필간(大禮必簡)'의 모습이었다.

이 밖에도 백제의 노래로 발생했다가 현재는 '수제천'으로 전해지고 있는 백제의 유일한 향가 '정읍사'를 연주했는데, 이를 노래하는 북춤 '어긔야 어강됴리'를 백제의 춤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그 시대의 전통공연예술을 재현하는 작업은 우리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한편, 필자의 연구팀은 경북 고령군의 의뢰로 지난 3~7월까지 '대가야 종묘제 재현 연구'를 진행했다. 2020년에 대가야 역대 왕의 신위를 모시는 사당이 건립되는데, 여기에서 거행되는 '대가야 종묘제'의 제례와 악무, 복식과 제기 등 제례 전반을 재현하는 과제다. 내년부터 대가야 종묘제를 통해 대가야에 담긴 가야인의 정신이 제례와 함께 노래와 연주, 춤으로 구현될 예정이다.

경북 고령은 지금으로부터 1600여 년 전 우리나라 고대사의 한 축을 이루었던 대가야의 도읍지였다. '고령 지산동 대가야고분군'은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이기도 하다. 또 우리나라의 3대 악성인 우륵이 가실왕의 명을 받아 가야금을 만든 곳이기도 하다. 우륵이 작곡한 '가야금 12곡'은 현재까지 전해진다.

5세기 후엽의 대가야 영역은 지금의 고령을 중심으로 남으로 여수 고락산성, 서로는 지리산을 넘어 장수 삼봉리, 남원 두락리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이르렀던 것이 밝혀졌다. 또한 강성한 국가로서 중국 남제에 사신을 파견하여 '보국장군본국왕'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영·호남이 어우러진 대가야는 동서 화합의 중심축으로 당시 가야문화권의 가교였다.

이러한 가운데 영호남 가야문화를 국민들에게 통합적으로 선보이는 축제 '영호남 가야문화권 한마당'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1월 15~17일까지 열린다. 또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12월 3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가야본성-칼과 현' 특별전에서 가야의 주요문화재 1천여 점을 전시한다.

신비의 왕국 가야, 그 찬란했던 고대문화가 이제 부활한다. 영호남 문화의 매개체는 가야다. 이제 1600년 전 가야인의 정신을 되살릴 콘텐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과거의 정신문화를 오늘날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문화원형의 핵심은 음악과 춤이다.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충남문화재단 이사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충남문화재단 이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