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라는 종이에 심금 울리는 시 한편 써야죠"
[중부매일 김홍민 기자] '접시꽃 당신'의 시인 도종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청주 흥덕구)은 청주 흥덕구 운천동에서 흙수저로 태어나 교사, 재선 의원에서 장관까지 인생의 전환이 남다르다.
그런 그에게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애장품이 있다.
'근조(謹弔)' 리본이 달린 작은 난초 화분이다.
도 의원은 이 화분을 항상 책상 옆에 두고 있다.
그는 "제가 2012년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의원이 됐다는 소식에 한 문인이'시인 도종환은 이제 끝났다'라며 검은 근조(謹弔)리본을 매단 화분을 보내주었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시 쓰는 사람이 혼탁한 정치판에 발 디뎠으니 그 자체로 사망선고를 받은 거나 다름없다는 뜻이었을 거예요. 그 화분을 두고 늘 출퇴근할 때마다 제 자신에게 묻곤 합니다. '정말 나는 끝났는가'라고...초심을 잃지 않게 해 주는 고마운 선물이라 늘 아끼며 살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질문 시기가 많이 늦었지만 언제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는지 궁금했다.
도 의원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화가가 되고 싶은 꿈이 좌절되면서 제 문학은 시작됐습니다. 상처가 있으니까 문학을 하는 거지요. 살아온 길이 너무 힘드니까 사물과 세상과 현실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그 연민에서 시가 시작됐어요"라고 답했다.
그는 "대학에 들어가서 상처받은 마음에 많이 방황하고 좌절했어요. 방황하는 제 모습을 문학에 끼가 있다고 오해하는 바람에 선배들이 문학 서클에 끌어들였고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라며 밀리언셀러 작가로서 겸손의 자세를 유지했다.
그는 "아무래도 시를 쓸 때 가장 행복합니다. 시는 제 삶의 길이자 나침반이고 희망이자 살아가는 이유니까요"라고 덧붙였다.
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매우 친근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어떤 인연인지 물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난 뒤 노 대통령이 이루고자 했던 의로운 가치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그 뜻을 지켜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노무현 재단 이사를 맡아 일하게 되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과는 노무현 재단에서 함께 일을 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2012년 문재인 대선 후보 대변인을 맡아서 일 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도 의원은 2017년 6월 문재인 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취임해 2019년 4월까지 재직했다.
가장 보람됐던 일을 하나 꼽으라고 했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7개월 앞두고 장관을 맡았는데, 다들 실패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어요. 하지만 평창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치러내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특히 남북 평화공존의 길을 트고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등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하고요. 이를 계기로 체육교류, 남북문화예술교류, DMZ 평화관광 등이 시작되는 걸 보면서 스포츠가 정치를 견인했다는 점, 스포츠와 문화예술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지역구 현안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결정의 주체, 집행의 주체, 책임의 주체로 장관직을 수행했던 경험은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고, 지역 현안 및 예산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일축했다.
그는 지난해 가을 청주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및 현대화 사업이 공모에서 최종 선정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기획재정부 차관과의 면담을 통해 탈락될 위기에 몰렸던 사업을 살려낸 것이다.
이외에도 환경부 장관을 직접 만난 끝에 지난해 말 오송에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를 유치해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청주테크노폴리스 유적 보존·활용과 관련, 문체부·문화재청장·국립중앙박물관장 등과 순차적으로 협의해 내년부터 통합형 수장 문화관 건립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지역의 굵직한 현안들을 해결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도 의원은 올해 총선을 앞두고 중책인 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에 임명됐다.
그는 "지난달 27일 제1차 전략공천관리위원회 회의가 열렸는데, 지금은 현황파악 및 실태조사 단계입니다. 2월 초는 돼야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전략공천 범위에 대해 질문했다.
도 의원은 "당규에는 20% 범위 내에서 전략공천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안 될 것으로 봅니다. 대상이 되는 선거구에 대해서는 위원회 차원에서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세밀하게 살펴가며 진행할 예정이고요. 전략 지역이나 후보자 선정에 있어서는 민주당의 정체성·개혁성·확장성을 대내외에 보여주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도 의원은 보은에 27평 규모의 작은 흙집을 갖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신경실조'라는 병을 앓으면서 지인의 소개를 받아 요양 차 구입해 살게 됐다.
요즘에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 텃밭을 가꾸거나 글을 쓴다고 한다.
그는 "인생에서도 가끔 쉬어갈 시간이 필요하잖아요"라고 말했다.
3선에 도전하는 그가 정치라는 종이에 어떤 시를 써나갈지 주목된다.
도종환 의원 셀프 프로필
-1955년 청주 흥덕구 운천동 출생
-충북대(국어교육과)·동 대학원(석사)·충남대(박사)
-시인, 교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재선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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