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봄기운이 어느새 가득합니다. 미호천의 새들은 점점 사라지고 들판에는 초록이 듬성듬성 올라옵니다. 봄을 기다리기 조급한 생명들은 자신들을 드러내고 다시 한 해를 맞이 합니다. 올봄은 갑작스러운 바이러스로 인해 불안과 공포 속에서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중국에서 번지기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세계는 긴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과 가까운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긴장감으로 삶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확실하게 감기환자가 줄었습니다. 이 시기에 몇 명씩 병원을 내원하는 감기나 독감 환자들이 있었지만 이젠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개인 위생과 마스크가 다른 병들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왜 이런 바이러스가 자꾸 생겨 나는지에 대한 공포입니다. 예전에 2003년 사스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메르스는 전 세계를 공포로 만들었습니다.

현재까지 인간 코로나바이러스는 6가지 종류가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이 중 가장 강력한 변종인 두 가지 바이러스가 사스와 메르스입니다. 사스는 야생동물에게 전파된 것으로 보고 발생지역에 야생동물 조사를 하였고, 특히 중국 관박쥐가 의심되어 박쥐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그 후 박쥐로부터 분리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총 390종 정도를 밝혀냈습니다. 따라서 중국 우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시장에서 유통되던 박쥐를 원인으로 뽑았습니다. 그 후 사스 때 바이러스의 중간 숙주로 알려진 너구리, 오소리, 사향고양이 등 역시 모든 접촉을 금지하도록 했습니다. 최근에 학자들은 멸종위기종인 천갑산이라고 불리는 아르마들로를 용의 선상에 올렸습니다. 여러 야생동물이 오르내리자 사람들은 박쥐나 아르마딜로를 없애자라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과연 야생동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원인일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인수공통 감염병으로 자연 숙주(야생동물)에서 인간으로 넘어왔다고 보입니다. 사스 때는 박쥐에서 사향고양이로 넘어왔고, 메르스 때는 박쥐에서 낙타, 말, 돼지를 통해 인간에게 옴겨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부분 바로 인간에게 전염되지 않고 다른 야생동물 사이에서 돌연변이를 거듭하며 종간의 장벽을 극복하고 전이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변종 바이러스는 계속 등장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입니다.

당장 치료와 백신 개발이 가장 중요하지만 왜 10년 주기로 새로운 바이러스 등장을 겪어야 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야 합니다. 이번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한 중국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첫 번째는 야생동물과의 접촉입니다. WHO 영양식품안전부의 벤 엠바렉 박사는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야생동물 종과 서식지를 접촉하고 있고, 과거에는 결코 접촉이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있기에 신종 질병을 얻었다."라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훼손되고 파괴되었다는 점. 그래서 사람 주변에 이런 야생동물이 근접하게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원인입니다. 또한 이런 야생동물 중에 몇 종은 인간과 가까이 살며 풍부한 먹이를 제공받고 도시에서 더 잘 서식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중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행해지는 야생동물 밀렵과 불법 야생동물 거래가 역시 바이러스의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연 상태에서 박쥐, 뱀, 고양이, 오소리, 돼지 등 야생동물이 한 곳에 있지 않습니다. 각 동물들은 자신들의 서식지와 생태적 지위가 있어 노아의 방주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진 않습니다. 야생동물 밀렵은 이런 동물을 한 곳에 모아서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도살이나 애완동물로 거래를 합니다.

동물 보호론자는 이번에 야생동물 매매 및 밀거래를 종식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동안 야생동물들은 애완동물, 식용, 약용 등으로 한 해에 200억 달러 가까이 불법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멸종위기야생생물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바이러스의 전파자라는 강력한 혐오의 생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박현수 숲 해설가
박현수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치킨은 살이 찌지 않습니다. 우리가 찌는 것이라는 문장과 비슷합니다. 야생동물은 바이러스로 인간을 죽이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스스로 죽는 것입니다.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은 서로 연결된 생태계이며 이 고리가 끊어질 때마다 우리는 더 회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것은 바로 인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입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