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장병갑 정치부장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이후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방역체계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 속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했었다. 불과 10일 전 미국 ABC 한 기자는 "한국은 모든 것을 닦는다"며 인천공항의 코로나19 대응을 극찬했다. 중국을 떠나 한국에 도착한 이 기자는 인천공항 직원들의 빈틈없는 태세를 칭찬한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을 본 해외 네티즌들은 한국의 방역 체계를 높게 평가하며 자신들의 국가에 대한 코로나19대응을 질타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공항 미화원이 소독약을 묻힌 수건으로 무빙워크의 손잡이를 닦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소개하며 "사람의 손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닦으려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일본의 극우지로 분류되는 산케이신문도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칭찬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주재 객원논설위원은 '모든 재난은 인재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한국은 지금까지 코로나19를 막는데 성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비즈니스, 관광객, 중국 유학생 등 중국과의 왕래가 일본보다 훨씬 많은데도 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이후 상황이 급반전되는 분위기다. 전날 31명이었던 확진자는 이날 하루에만 22명이 늘면서 53명으로 급증했다. 20일에도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확진자 수는 이날 현재 82명으로 늘었다.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환자가 발생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31번 환자(61세 여성)으로부터 시작된 지역사회 감염의 고리가 결국 일을 키웠다. 지난 9일과 16일 31번 환자와 함께 교회 예비에 참석한 인원은 1천여명으로 추정, 확진자가 더 늘어나는 최악의 상황도 우려된다. 경기도 수원 확진자는 첫 어린이 감염 사례다. 이쯤 되면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결국 재난은 평상시 대비하지 않으면 국가 기반을 뒤흔드는 재앙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산업재해 등 인적재난은 재난 발생을 억지하는 예방활동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반면 집중호우, 태풍, 폭염 등 자연재난의 경우 완벽한 예방이란 있을 수 없다. 특히 바이러스로 인한 재난은 사전 예방이나 발생 후 신속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사태 발생 초기 우한교민의 수용 문제에서 드러났듯이 재난 대응에 미숙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지역 간 반목을 불러왔다.

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 사마 위강의 언행에서 유래된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란 성어가 있다. '평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고(居安思危) 대비를 하게 되면(思則有備) 근심이 사라지게 된다(有備則無患)'는 뜻이다. 평상시 아무 대처를 하지 않고 재난이 발생한 뒤에 아무리 애를 써도 이미 재난은 엄청난 재앙이 돼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강한 재난 피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장병갑 정치부장
장병갑 정치부장

지진과 해일로 인해 수천, 수만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은 단 한명이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재난 대비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여러 대책을 마련하지만 이번 사태만 넘기는 수준이면 곤란하다. 앞으로 어떤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신속하게 극복할 수 있는 태세가 확립돼 있어야 한다. 재난 대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비무환의 자세만이 안전한국을 이룩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