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창근 콘텐츠산업컨설턴트·문화칼럼니스트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크리에이터와 예술가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지난해 7월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남한의 고분벽화'를 출간했다. 필자는 역사의 재현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는 아이디어의 저장소라고 본다. 벽화를 떠올리면 많은 문화예술인의 기억 속에 고구려 '무용도'가 존재할 것이다.

잘 알려진 무용도는 무용과 음악이 있는 연회 장면이다. 중국 길림성 집안현에 소재한 무용총의 벽면에 기록돼 있는데, 고구려 벽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한쪽 뜰에서는 남녀 혼성의 춤사위가 벌어지고, 왼쪽에 있는 가옥에서는 맨발의 시녀 세 명이 음식을 밖으로 나르고 있다. 흥겨운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묘주로 보이는 인물이 말 위에서 춤을 구경하고 있다. 무용총이라는 이름도 이 장면에서 유래하였으며, 가무악을 즐기는 고구려인들의 풍류문화를 엿볼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는 무용총의 '무용도' 속 이미지들이 퍼포머로 등장하기도 했다. 인면조와 기녀가 재현되어 세계 평화의 춤을 선보여 큰 찬사를 받기도 했다.

책은 남한의 10개 고분에 그려진 벽화들을 소개하고 그 내용을 연구한 자료를 모아 단행본(328쪽)으로 편집한 것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구려 고분벽화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가야, 신라, 백제, 고려, 조선의 벽화가 담겼다.

책에는 당시 생활풍속과 사신, 십이지신, 별자리, 인물 그림 등이 다양하게 표현된 벽화들의 사진이 그림과 함께 자세히 소개됐다.

백제의 고분에서는 공주 송산리 고분군과 부여 능산리 고분군 중 일부에서 벽화가 발견되었다. 공주 송산리 고분군(사적 제13호)은 웅진 도읍기에 재위하였던 백제의 왕들과 왕족들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 6호분에만 벽화가 그려있다. 부여 능산리 고분군(사적 제14호)은 백제의 성왕이 538년 수도를 공주에서 지금의 부여인 사비로 옮긴 이후에 조성되었다. 중앙고분군, 동고분군, 서고분군 3곳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중앙고분군 동편 하단부에 있는 동하총에만 벽화가 그려있다.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에 위치한 고령 고아리 벽화고분(사적 제165호)은 대가야 시대에 축조된 고분으로 지금까지 발굴된 가야 고분 중 유일한 벽화 고분이라고 한다. 긴 터널식으로 되어 있는 이 고분의 널방과 널길의 천장에는 연꽃무늬가 장식되어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와 닮은 듯 다른 백제, 신라, 가야 고분 벽화들의 특징과 이후 전개되는 고려, 조선 초기의 변화상을 미술사적 시각에서 살펴본 글들과 고고학자의 발굴 현장 이야기, 벽화 훼손 방지를 위한 보존 처리 노력 등 다채로운 내용도 함께 실렸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일반 대중들도 고분 벽화의 가치와 역사를 쉽게 이해하도록 지금까지 발굴된 남한 소재 벽화 고분들의 사진과 도면 등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벽화를 그림으로 그려낸 자료를 새롭게 추가하여 이번에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한다.

오래전 만들어진 무덤 속의 벽화들은 당시 사람들의 문화와 그들이 가졌던 종교관과 내세관 등 기록이 없어, 알 수 없었던 많은 것들에 대해 상상과 유추를 할 수 있게 해준다. 고분 속 그림에는 죽은 이의 영원한 안식과 내세에서의 평안한 삶을 기원하는 간절한 바람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릴 당시 화려했던 채색이었을 고분벽화는 이제 흔적만 남았지만 옛사람들의 사상과 생활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문화데이터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이 더욱더 좋은 이유는 누구나 쉽게 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비매품으로 문화재청 누리집과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유산 연구지식포털에 공개되어 PDF 파일로 이용할 수 있게 서비스했다.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충남문화재단 이사
이창근 콘텐츠산업컨설턴트·문화칼럼니스트

역사를 전하는 콘텐츠는 보물이요, 최상의 예술작품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벽화 속의 등장인물, 시대상을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콘텐츠로 복원, 재현할 예술가 저마다의 창의적 작품이 기대된다. 그렇기 때문에 고분벽화는 예술작품 창작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