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눈] 김동우 YTN 충청취재본부장

"하야 하야 하야. 이게 나라냐? 이게 나라냐? 근혜 순실 명박 도둑 간신의 소굴 범죄자 천국 서민은 지옥 이제 더는 참을 수 없다!. 박근혜는 당장 하야하여라. 하옥 하옥 하옥 하옥시켜라! 박근혜를 하옥시켜라."(4절 중 1절) 민중가요 작곡가 윤민석이 작사, 작곡한 민중가요다. 그냥 노래만 아니고 율동과 조합을 이뤄 한층 노래의 가치와 의미를 더했다. 이 노래는 목청 터지라 외친 아우성에 더 가깝다.

이 노래는 지난 2016년 가을 광화문 일대 등에서 해를 넘기며 애창됐다. 이유는 당시 박근혜 정부가 국정을 농단했기 때문이다. 노래 가운데 눈여겨 볼 것은 '이게 나라냐'라는 소절이다. 국가에 대한 반감과 불만을 쏟아낸 것 이외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가와 위정자들에 대한 개별적 부정의 감정과 비난을 공동의 감정과 비난으로 감정이입(感情移入)시키는 프레임(Frame)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학문적 용어로 집단적 감정, 정동(情動:affect)의 발현이다. 이 노래는 촛불과 어우러져 촛불 시위대의 정신과 신체가 정동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촛불시위 참여자의 시위 목적과 의식 강화로 이어졌고 시공간적으로 분리된 시민들을 촛불시위 참여로 이끌었다. 이듬해 3월까지 지속해서 목청껏 이 노래를 불렀던 시위대들은 이런 노래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길 기원했다. 그들의 기대는 무참히 깨지고 있다. 이 노래가 요즘 다시 불린다. 역사의 치욕으로 박물관에서는 들어야 할 노래가 부활했다는 얘기다. 참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부르지도 듣지도 말아야 할 노래가 왜 부활할까?

촛불시위 당시 이 노래는 일본 방송에서 오합지졸, 중구난방의 한국을 빗대는 상징으로 방영한 적이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반정부 시위대가 자신의 나라 꼴에 비유하며 즐겨 부를 정도다. 불명예스러운 한류다.

이 노래와 국회의 탄핵 의결 등 정치적 기회구조에 힘입어 박근혜 정부는 몰락했고 많은 관련자는 감옥행이 됐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그 정부는 촛불 민심 덕분이라며 겸손해했다. 겸손은 그저 위장이었다. 그 후 나라가 바뀌어도 너무 많이 바뀌었다. 정치부터 학생운동 세대의 개판이더니 뒤이어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까지 엉망진창이다. 조국(曺國)을 조국(祖國)을 사랑하듯 끝까지 밀고 나가더니 결국 꼬리를 내렸다. 대타자도 좌충우돌이라 뭐 그리 밝은 장래가 보이지 않는다. 영 아니다. 그래도 칼자루 쥐었다고 마구 휘두른다. 삼권, 특히 사법부를 시녀로 만들고 있다. 여기에 제4부라 일컫는 언론도 시녀에 포함하고 있다. 아니 대다수 언론이 시녀를 자처했다. 여론(輿論)이 아닌 여론(與論:여당의 의견)을 형성하고 전달하는 언론을 자임하고 있다. 똘똘 뭉쳐도 위기 탈출이 어려운데 정치는 제 밥 그릇 챙기기에 분주하다.

경제는 추락하는데 날개가 없다. 10m 지나기 무섭게 상점들은 '임대'를 알린다. 사무실용 건물은 공실이 태반이다. 자영업자들은 대책 없이 오르는 시급 때문에 알바(Arbeit)를 내보내고 가족 경영을 선택하거나 폐업한다. 가혹한 세금에 명맥을 유지하는 대중영합주의는 조장(助長)이다. 산속에서 시아버지와 남편을 호랑이에게 빼앗겼지만, 호랑이보다 세금이 무서워 하산할 수 없다는 한 과부의 이야기가 실감 난다는 의사, 변호사 등 전문가들의 얘기도 허투루 들을 게 아니다. 오죽 세금이 가혹했으면 하산하지 않았겠는가?

사회도 만신창이다. 시민과 시민, 국가와 시민, 사회와 시민, 조직과 조직의 신뢰에 골이 깊고 사이가 넓은 크랙이 갔다. 불신이 팽배하며 공동체가 무너져 간다. 대한민국 역사 이래 이런 경우는 없다고 많은 사람이 이구동성 말한다.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다. 운전대만 잡으면 모두 전쟁에 나가는 사람이다. 법규가 무시된 지 오래다. 코로나19로 온통 사회가 대혼란이다. 전파력의 강도를 무시할 수 없지만 전국적 유행병 화는 정부의 초동대처 부실과 재난 대응 능력 부재다. 정부를 믿으라 하지만 믿을 만한 게 없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다. 한국은 이제 아노미(Anomie)에 진입했다고 진단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YTN 충청취재본부장

1573년 율곡은 당쟁을 보다 못해 선조에게 상소문을 올렸다. "후부일 심지대하 기국비국(朽腐日 深之大厦 其國非國: 나날이 더 깊이 썩어가는 빈집 같은 이 나라는 지금 나라가 아닙니다) '이게 나라냐'는 '기국비국'의 부활이다. 어찌 한국은 늘 이 모양인가? 고려 때 원나라 지배, 조선 때 명.청(明淸)의 눈치 보기와 조공, 대한제국 이후 36년간 일본 지배, 동란 이후 미국 신탁통치, 최근 중국과 북한의 눈치 보기. 이래도 주권국이라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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