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명훈 소설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느껴지는 것 중의 하나가 취약성이다. 우리가 사는 지금의 문명은 대단한 것처럼 치부되어 왔다. 안전 면에서도 상당하다고 암암리에 믿도록 되어 있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뒤 시일이 지나도 상당수 국가들의 정치 리더들이 사태의 위험성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본도 그러하며 미국 등 서구도 그런 태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총균쇠'에 따르면 병균은 무기, 금속과 더불어 인류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역학자 래리 브릴리언트 박사는 오래 전에 바이러스에 대한 심각한 경고를 했다. 전문가들이 이미 그렇게 주장을 했음에도 각국의 정치 리더들은 외면하다시피 해왔다. 그것이 문제를 더 키웠다 그들이 자국 위주 정치에 많이 할애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것 말고도 '우리 문명은 안전해, 발전해 나가고 있어, 과학이 해결해 줄거야' 이런 믿음이 마음에 은근히 작동할 법하다.

근거도 희박한 그런 믿음 체제가 황망하게 부서진 것이 이번 코로나 사태가 주는 교훈 중 하나이다. 과학 및 의료가 그토록 발전했어도 코로나 사태에 대한 해결책이 근본적으론 없다. 백신만이 솔루션인데 만들어진다해도 시일이 걸린다. 그때까지 재앙에 대한 대책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손 씻기 같은 초보적인 것 외엔 없다. 그것들을 무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태의 본질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에도 어떤 바이러스가 또 생겨나 인류를 괴롭힐지 아무도 모른다. 바이러스는 예측되지 않고 생겨난다. 그러기에 유일한 솔루션인 백신 개발을 미리 할 수 없다. 예측되지 않는 것이 생겨나 인류를 쓰러뜨려 나갈 때 그 고통스런 과정을 견뎌내고 백신이 개발되어야만 재앙의 물결이 지나가는 것이다.

빙하는 하루가 달리 무섭게 녹아내리고 있다. 그 결과 해수면 상승, 염분 농도 하락, 기온 상승에 따른 생태계와 문화의 변화 등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빙하 속엔 고대 미생물과 바이러스들이 들어 있다. 그것들이 부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와 프랑스 공동 연구팀이 3만년 된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바이러스를 발견해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피토 바이러스라고 명명되었다. 그것은 아메바만 감염시켰을 뿐 위험성이 없다고 판명되었지만 빙하가 녹아 부활될 또 다른 고대 바이러스들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상상 초월이다.

환경 보호니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감이니 하는 말 자체가 아무 소용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관련 시민단체나 NGO가 강력하게 주장할 때 받아들일걸, 후회해봤자 헛 일이 될 날이 올 수도 있다. 우리가 사는 문명은 코로나 한방에 쩔쩔매는 취약성을 지녔다. 코로나만이 문제가 아닐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문제의 심각성을 가시적이고 살 떨리게 보여준 면이 있다. 현재 진행중이나 외면 당하는 당면 과제들이 허다하다.

인권 문제, 빈곤 문제, 핵 관련 활동 금지, 해양 동물 보호, 생물 다양성 유지, 아마존 밀림 보호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문명의 취약성이 더욱 도드라지면 그 문제들도 수면 위로 올라온다. 바이러스를 포함한 이런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개연성도 있다. 초연결 사회다 보니 취약성의 파급 효과도 크다. 그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명훈 소설가
이명훈 소설가

현재 문명의 취약성에 대한 인정이 급선무일 것이다. 과학은 정치나 경제와 결탁되는 경향을 탈피해 본연의 방향으로 되돌아와야 할 것이다. 세계의 정치 리더들은 이런 문제들에 대한 대처가 이미 늦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서 임하는 것이 결국은 자국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위기는 이미 글로벌화 되어 있고 그것이 인류가 사는 문명을 위협하는 강도가 갈수록 세어질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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