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칼럼] 이민우 편집국장

봄이 오면 수많은 꽃들이 다투어 피지만 매화(梅花)는 봄을 알리는 꽃 중에서도 가장 이르게 피는 꽃이다. 맑은 향기와 청아하고 고결한 자태로 봄을 알린다. 순백의 '목련'도 눈부신 꽃봉오리를 활짝 터뜨려 자태를 뽐낸다.

노란 '산수유'는 봄바람에 물결지어 이리저리 춤을 춘다. '철쭉'도 질세라 꽃망울을 터뜨려 온통 분홍 물결이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수목들도 옅은 녹색 옷으로 갈아입는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와의 '생존전쟁'(?)으로 지역 벚꽃축제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봄이 왔지만 봄을 느낄 수 없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상황이다.

보통 3월 말에 피기 시작하는 것이 청주 무심천 벚꽃개화였던 것 같은데 지난달 26일부터 벚꽃이 만발했다. 창밖에는 활짝 핀 벚꽃들과 개나리꽃들이 눈부시다. 그러나 봄이 이렇게 완연히 왔는데도 진정한 봄은 오지 않아 마음이 아프고 갑갑하다. 며칠이 지나면 벚꽃이 진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도 더불어 꽃잎을 떨구게 마련이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 라는 신종 바이러스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쟁은 눈앞에 적이 보이지만 이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도 않으면서 여기저기서 마구 감염시키고 있으니 전쟁도 보통 전쟁이 아닌 고약한 '재앙과 저주'의 단면이다.

이에 따라 청주시는 무심천 벚꽃길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지도를 강화하고, 자가격리 위반자는 형사 고발하기로 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달 29일부터 만개한 무심천 벚꽃길에 공무원 130여 명과 경찰 74명을 배치해 사회적 거리 두기 지도·점검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보행 시 2m이상 간격 유지, 마스크 착용, 노점상 영업 금지 등 시가 벚꽃 구간에 대해 내린 행정명령 이행을 유도하고 있다.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벚꽃 구경을 나온 상춘객 규모는 예년보다 확연하게 줄었다.

시는 또 지역사회 감염 차단을 위해 무단이탈 등 자가 격리 위반자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시는 자가 격리 중 정당한 사유 없이 무단으로 이탈하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즉시 사법기관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내국인은 자가격리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고, 외국인은 강제 출국당한다. 자가 격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생활지원비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손해배상 등 불이익도 받을 수 있다. 특히 시는 전용 KTX를 타고 오송역으로 이동한 해외 입국자들을 위한 선별진료소를 지난 달 29일 하루 동안 오송역에서 운영했다. 지난 달 30일부터는 충북도가 오송역에 도착하는 해외 입국자를 흥덕보건소 선별진료소로 수송해 검사를 진행했다. 이처럼 충북도를 비롯해 청주, 충주, 진천, 음성, 옥천, 영동 등 모든 지자체들이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다.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경제부장
이민우 편집국장


지금 동네의 식당이며 커피숍, 노래방들이 손님이 없으니 줄도산 중이고, 공장들도 많은 곳이 문을 닫고 있다. 당연히 호텔, 여행 등 관광산업도 문을 닫게 되고 국내외 항공노선도 승객이 없어 항공사와 여행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불황에 이번 사태까지 겹체 '경제난'이 극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들은 2020년 봄에는 그 어느해 보다 벚꽃을 만끽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 벚꽃이 햇빛을 받아 찬란히 빛나지 않아도, 그 벚꽃 밑에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환한 얼굴로 무엇인가 감격적 표정을 짓지 않아도, 봄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고, 우리 가슴에 스며들었다. 이 와중에도 봄은 오고 벚꽃이 피고 지고 있다. 우리 모두가 이 어려움 이겨 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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