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선 '육아맘 맘수다' 시민기자

세상에 태어나 처음 엄마가 된 지도 어언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무엇이 효과적인 교육 인지에 대한 고민과 시행착오는 끝이 없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한 달이 넘게 방콕 육아에 매진해야만 했다. 벚꽃은 이미 피고 봄이 완연했지만 집콕을 하며 봄을 느끼기엔 봄이 멀었다.

그렇게 집콕의 나날을 보내던 중에 주말을 이용해 가족끼리 오랜만에 청주 명암 유원지를 다녀왔다. 아이가 자전거에 드디어 즐거움을 발견한 덕분이다. 마스크와 소독제로 무장한 채 자전거를 차에 싣고 나갔다. 우리 집에서는 제법 거리가 있는 장소지만 넓게 트여진 곳이라 사람이 비교적 적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방문했다. 24시간 주차장이 개방돼 있어 가족 나들이로 제격인 곳이다.

청주에서 가장 큰 타원형의 저수지 둘레를 따라 산책길이 잘 조성돼 있다. 다만 산책코스 도중 주변 상가의 이용차량과 동선이 겹치고 길이 데크로 구성돼 있는 등 아이의 자전거 운전연습 코스로 쉽지는 않다. 코로나19로 학교 운동장이 대부분 폐쇄돼 있어 좋은 연습장을 찾기가 꽤 힘들다. 결국 자전거 연습을 접고 재빠르게 킥보드로 태세로 전환했다. 저수지를 오른쪽으로 빙 돌아 반 이상 돌았을 즈음 아이는 힘들다며 갑자기 시내버스 승강장 의자에 앉아 한참을 쉬었다.

그곳 승강장의 이름은 '뿌르뜸'. 참 재미있는 이름이다. 문득 유독 버스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아니는 적어도 일주일의 반은 시내버스를 타자고 졸랐을 터였다. 아이는 아빠와 차를 타고 가다가도 재미있는 승강장 이름을 만날 때면 세워달라고 졸라댔다. 아이를 위해 재미있는 승강장 이름의 뜻을 찾아주는 것은 우리가 꼭 해야 하는 일이 된 지 오래다.

'뿌르뜸'은 명암방죽 도로변에 있는 마을로 '뿌르'는 '산부리'와 관련되는 것을 추정되고, '뜸'은 '듬'의 변화형으로 현대 지명에서 '둥글다'를 뜻한다고 한다. 그러다 의미가 변해 '산이나 골짜기로 둘러싸인 작은 분지 마을'을 뜻하게 됐다 한다. 따라서 뿌르뜸은 산부리에 있는 작은 분지 마을을 뜻한다. 이곳 마을은 산 중턱에 조성돼 있어 대부분 동향(東向)의 집들이 비탈진 곳에 자리잡고 있고 드문드문 조성돼 있다.

바로 얼마 전에도 사천동 쪽에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가 만났던 시내버스 정거장이 있는데 바로 '질구지'라는 곳이다. '질구지'는 질과 구지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는데 질은 길다(長)이라는 뜻, 구지는 고지에서 변형한 것으로 곶을 뜻한다고 한다. 즉 본래 어형이 길곶이 되는데 이는 긴 형상의 길게 뻗친 땅이라는 의미로 실제 매봉산이 평지를 향해 길게 내리꽂은 형상을 하고 있고 이 지형을 따라 마을이 길게 형성됐던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지명인 정상과 정하. 시내버스 안내 편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지명이다. 과거 청주 상당구 정상동 돌꼬지라는 마을에 큰 샘이 있었다고 한다. 이 샘을 기준으로 그 위를 정상, 그 아래를 정하라고 나눈다고 한다. 특히 오창 사람들은 청주 나들이를 하면서 청주에서 술 마시는 것보다 돌꼬지샘의 물을 마시는 것이 낫다고 할 정도로 물맛이 좋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샘은 있지만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에게 이런 재미난 지명이나 버스승강장 이름을 쉽게 설명해주기 위해 부모도 열심히 공부를 해야만 한다. 이렇게 특이한 지명들을 하나씩 배워나가는 과정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좋은 교육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함께 글을 읽어보고 어려운 단어를 유추해가는 과정은 비록 교육적 효과가 바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아이에게 실생활에서 체득할 수 있는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매일 접하는 '청주'이지만 새로운 버스정류소 이름으로 알아보는 또 다른 '청주'.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교육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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