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최원영 세광고등학교장

코로나19 바이러스 공포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있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재확진자가 다시 나오는가 하면 싱가포르처럼 학생들이 개학을 하면 그 상황이 어떨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과 대만, 중국 등이 안정되고 있는 반면 일본을 비롯한 미국과 유럽은 정점을 모를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 

바이러스에 대처하고 있는 국가별 상황을 보면 국가지도자와 사회적 자본의 수준에 따라 회복이 다르다. 유럽에서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의 인기가 오르고 있는데, 이유는 바이러스라는 국가적 재난에 대한 그의 겸손하고도 냉정한 리더십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정체에 대해 잘 모르기에 모든 국민이 냉철한 이성과 연대로 대처하자는 메르켈의 진정성 있는 호소에 독일 국민들이 깊이 공감하고 정부의 방역 지침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최고의 공공의료 수준을 갖추기도 했지만, 지도자의 탁월한 리더십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독일을 유럽에서 코로나19로부터 가장 안전한 국가로 만들고 있다. 안이한 자세로 사태를 오판하여 재앙적 사태를 맞고 있는 트럼프의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극복하는 데는 훌륭한 지도자와 성숙한 시민의식, 양질의 공공의료 수준 등이 요구되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다. 특별히 이 백신은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접종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의료 복지라는 차원과 함께 초 연결사회에 살고 있는 오늘날, 국지적인 해법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전염이 순식간에 지구 전역에 확산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최근 빌 게이츠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면 "세계적인 공공재로 다뤄져야 하고, 적정한 가격으로 모두가 접근 가능해야 하며, 진단키트를 비롯한 방역물품도 G20 선진국이 공동 출자해서 대처해야 한다." 고 주장한 것은 다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세계적 연대'(The Great Binding)의 기반 하에 저렴한 백신을 신속하게 보급하는 것이 코로나19를 종식시키는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백신을 통해 세계 역사에 공헌한 과학자들은 많지만, 특별히 특허를 포기함으로써 세계인의 중요한 질병, 소아마비를 퇴치시킨 조나 솔크(Jonas salk)를 잊을 수 없다. 정재승 교수의 저술을 통해서도 소개되었지만, 솔크는 백신은 물론 다른 학문의 영역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과학자다. 러시아계 유대인으로 바이러스 학자였던 솔크는 세계인의 의료 숙원 중 하나이던 소아마비 백신 프로젝트 개발에 참여, 혼신을 다한 노력 끝에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솔크의 위대한 점은 과학자들이 신약개발에 성공하면 자신의 특허를 제약회사에 팔아 엄청난 이득을 챙기는데 반해, 자신이 개발한 백신의 제작과정을 전 세계에 무료로 공개한 점이다. 그 결과 아프리카를 비롯한 열악한 환경의 어린이들까지 접종을 받게 되면서 지구상의 소아마비 환자가 사라지게 되는 결정적 기여를 하였다. 

당시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그의 높은 뜻을 기리기 위해 연구소를 건립하였다. 건물을 시공할 당시 솔크는 설계를 담당한 세계적 건축가 루이스 칸에게 자신이 백신의 아이디어를 얻었던 이탈리아 아시시의 수도원 성당 천장처럼 높은 공간을 요청했고, 그 뜻에 따라 1959년 솔크 생물학 연구소가 세워졌다. 

흥미로운 것은 이 연구소에서 50여 년 동안 노벨상 수상자가 12명이나 배출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건축공간이 창의적 사고를 촉진한다는 새로운 연구가 시작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신경과학과 건축학의 융합을 도모하는 새로운 학문의 지평을 열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후일 연구과정에서 다른 평가도 있었지만 솔크의 이타적 헌신이 세계 의료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건 분명하다.

최원영 세광고 교장
최원영 세광고 교장

코로나19의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시점에  바이오 클러스터의 중심이 되고 있는 우리 지방 오송의 기업들이 백신을 비롯한 신약 개발에 야심차게 도전하고 있다. 영리적인 차원도 중요하지만, 솔크 처럼 세계인의 질병퇴치에 공헌하는 인물이 우리 지방에서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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