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실천해왔다. 회사에서 연간 업무일정에 맞춰 실시하던 교육, 행사를 모두 연기했고, 직원들도 가급적 출장이나 외부활동을 자제하도록 했다. 직원 모두 각각 개인적으로도 모임활동을 줄이고 휴일에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지 않도록 당부했다.

덕분에 미뤄뒀던 책을 손에 잡는 시간이 많아졌고, 보고 싶던 영화를 받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그렇게 우연히 보게 된 영화가 2013년 작품인 '비긴 어게인(Begin Again)'이란 작품이다.

유명가수가 된 남자친구의 버림을 받은 싱어송라이터(singer-song writer)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가 역시 동업자에게 버림받은 유명한 음반제작자 댄(마크 러팔로)을 만나 우여곡절 끝에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음반을 만들어 낸다는 해피엔딩의 결말을 갖는 작품이다.

사람들에게는 절망의 아픔, 시련의 시기가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아픔과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감내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마음가짐임을 새삼 깨닫게 해준 영화다.

코로나19는 아직도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 걸쳐 맹위를 떨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확진자가 단단위로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안정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그런 까닭에 철저히 실천해온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속 거리두기'로 전환되었다는 것은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집에만 박혀있던 학생들도 고등학교 3학년부터 단계적으로 등교할 수 있게 되니 부모님들의 부담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 더욱 반갑다.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감염병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옥죄었던 경제를 차분히 회생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협조했던 그런 마음으로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이웃과 기업들을 돌아봐야 한다.

더구나 5월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코로나 탓에 화단의 목련이 환하게 피었다가 이미 꽃잎을 모두 떨구고 대신 가로수에 이팝나무 꽃이 눈 쌓인 듯 소담하게 피었다는 것도 모르고 지냈다. 가족의 소중함과 이웃들을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달이다.

이번 발표된 '생활 속 거리두기' 기본지침은 5가지 수칙으로 정리되는데 첫 번째 수칙인 아프면 3, 4일 집에서 머물기는 꼭 지켜야할 수칙이지만 실제로는 적용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위축되었던 지역기업들은 생산활동에 박차를 가해야할 시점에 필요한 직원들이 아프다는 이유로 출근 못하게 되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도적인 정비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업에게 주어진 어려운 환경을 그저 시련이란 입장에서 보지 말고 다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부터 '일가(家)양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흔하게 사용하는 말이지만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이해하기 편하도록 만든 말이다. 교대제 개편, 회의시간 단축, 집중 근무제 등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시차출퇴근제, 탄력근무제, 시간선택제 등 유연근무제도를 활용하도록 하고, 정시퇴근을 위해 회식과 야근을 줄이고, 자기계발을 위한 휴가와 연차사용을 촉진하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각각의 제도 도입을 한 기업에게는 금전적 인센티브가 제공된다는 점도 주목했으면 좋겠다.

지금 상황과 연계지어 기업에서는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마음으로 이런 제도의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충북대학교 국가미래기술경영연구소에서 발행하는 '기술경영' 제4권(2019.6)에는 흥미로운 논문이 실려 있다. "워라밸 정책, 개인취업역량 및 대학취업지원프로그램이 대학생의 취업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이다. 우리 지역 대학생 1,360명이 응답한 자료를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결론은 워라밸 정책이 청년들이 직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은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여러 정책들을 자신의 직장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성세대들이 급여의 많고 적음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라는 것이 새삼 흥미롭다.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 발표에 따라 중소기업지원기관 등 공공기관들도 다시 지원활동을 시작하고, 기업들도 경제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기업들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워라밸 정책, 즉 일가양득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의 도입이 향후 필요한 인력을 원활하게 수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 점에 무게를 두어서 말이다.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가정의 달인 5월에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이 되었다는 것.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기업의 생산활동이 중요하듯 그 활동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가정도 중요하다는 것을 연상시키는 것은 묘한 우연의 일치일까.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 생활 속 거리두기의 다섯 번째 지침을 생활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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