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 1920년대로 가보자.

세계 1차 대전이 끝난 뒤, 미국에서는 연일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뉴욕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마천루가 생겨났다. 사람들은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공장을 지었고, 동시에 '훨씬 더 많은' 이들이 투자에 나섰다. 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10년 후, 이상한 일이 생겼다. 물건 사는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실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일해서 받는 쥐꼬리만 돈으로는 더 이상의 상품은 살 수는 없었다. 1929년 10월 24일 목요일. 뉴욕 증권 거래소는 충격에 빠졌다. 주식 값이 갑자기 떨어지자 주식을 팔려는 사람들로 넘쳐, 하루 만에 절반이나 급락했다. 검은 목요일'은 이렇게 탄생했다.

추가 하락 몇 달 뒤에는 문 닫는 회사가 늘어났다. 문제는 회사에 돈을 빌려 준 은행 역시 줄도산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당시 사라진 은행만 무려 5천 개나 됐다. 1932년에는 미국 노동자의 25%가 실직 상태였고, 경제는 역대 최저 성장률(-12.9%)을 기록했다. 실업자는 쓰레기통을 뒤졌고, 농장주들은 오렌지를 땅에 묻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시간 농장 밖에서는 영양실조에 걸린 노동자들은 오렌지를 훔치다가 경비원의 총에 맞아 쓰러졌다.

이제 시곗바늘을 앞당겨 2007년으로 가보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마침표를 찍은 뒤, 미국에서는 또 한 번의 놀라운 일들을 경험했다. 이번에는 거대한 공장은 손바닥만큼이나 작은 전화기 속으로 들어가 가상의 공간에 지어졌다. 또다시 사람들은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가상의 공장에 투자했다. 주가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했고 미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열광했다.

10년 후, 아시아에서 시작된 감염병은 전 세계로 확산, 여지없이 미국에도 상륙했다. 혹독한 시련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미국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만 120만 명을 넘겼고, 사망자도 7만 명에 이른다.'강 건너 볼 구경하듯'했던 미국 경제는 또 다른 의미로 경제분야의 '팬데믹(감염병 세계 유행)'을 연상케 하고 있다. IMF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세계경제 전망을 마이너스 -3%로 진단했다. 미국(-5%), 프랑스(-7%), 이탈리아(-9%) 등 선진국 다수가 역성장을 예고했다.

1933년 32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실업과 경제 위기를 해결할 대책으로 케인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공공주택, 도로건설, 전력망 확충 등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그의 해결책을 우리는 '뉴딜(New Deal)'로 알고 있다. 케인스 이론의 핵심은 정부가 대공황 타개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경제에 간섭하는 것이다. 정부 지출을 늘려 유효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대량 실업을 없애고 완전 고용을 이룬다는 전략이다. 그래서 1차 뉴딜은 후버댐, 테네시강 유역 개발공사(TVA)와 같은 대규모 공공일자리 정책을 만들었다. 이어 2차 뉴딜로 최저임금제 도입, 노조의 교섭권을 인정과 대기업의 횡포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장기 호황의 신호탄이 됐다.

케인스는 '코로나19 시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환자의 증세는 비슷하지만, 그사이 세계경제는 몸집이 더욱 커졌고, 얽히고설켜졌다. 따라서 처방 또한 다르지 않을까?

이미 수요와 공급 사이에 국가는 또 다른 섹터의 조정자다. 오늘날 많은 국가들이 인위적으로 수요 창출을 위해 자유로운 시장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코로나 19에 동원한 각국의 재정 부양책 규모는 9천804조 원으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이른다.

1930년 케인스는 '손자 세대를 위한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소론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 '기술혁신으로 인한 실업'이라는 표현을 자주 듣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코로나 19 시대 인간의 육체적 노동은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에게 밀려나고 있다. 다만 코로나 19는 촉매제가 됐을 뿐이다.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 100만 원 지급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한 발짝 더 나가'재정투입 정책'과 연동해 '새로운 산업구조'에 적응할 수 있는 정책을 빠르게 실행해야 한다. 새로운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노동자 정책, 기업정책, 국가정책을 시급히 실행해야 할 때다. 데니스 스노어 글로벌 솔류션 이니셔티브 회장은 이를 '재적응 정책(Readaptation Policy)'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즉 영국은 근로자들이 무급휴가나 실업으로 받는 수당을 비대면 분야 취업과 훈련받을 수 있는 '수당 이전 프로그램(Benefit Transfer Program)'을 운영 중이다.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우리나라는 '2030 제조업 4대 강국' 진입을 위해 '스마트 제조혁신' 정책을 이뤄내고 있다.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모든 공정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수집해 생산성을 향상하겠다는 것이다.

'모두에게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 새로운 물결에 대한 적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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