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약리적 가치 모두 으뜸…금산곡삼 시대 다시 열겠다 "

금산국제인삼시장조합 정승철 조합장이 '강처사 설화'를 그림으로 그린 작품 앞에서 국내 인삼산업 발전을 위한 약사법 재개정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 김정미
금산국제인삼시장조합 정승철 조합장이 '강처사 설화'를 그림으로 그린 작품 앞에서 국내 인삼산업 발전을 위한 약사법 재개정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 김정미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인삼은 생육환경과 지리적 조건, 채취 기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일교차가 심한 금산에서 생산된 인삼은 몸체가 작지만 단단하고 순백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형세견백차원(形細堅白且圓). 바로 백제삼의 특징이다. 모양도 작고 연근도 4년근에 불과하며 볼품도 없지만 금산인삼은 곡삼으로 가공돼 유통되며 금산을 인삼 유통의 집산지로 만들었다. 곡삼을 유통했던 중심 시장이 바로 금산국제인삼시장이다. 인삼산업의 재도약을 꿈꾸는 정승철 금산국제인삼시장조합장을 만났다. / 편집자

금산곡삼./금산국제인삼시장조합 제공

#곡삼은 금산의 자부심

전매청이 1972년 인삼규제법을 제정하기 전까지만 해도 금산인삼은 곧 금산곡삼으로 통했다. 4년근, 소형, 곡삼형태가 특징이다. 1922년 창설된 금산삼업조합은 독자적으로 품질 규격을 마련해 금산곡삼을 상표로 상품화했다.

정승철 조합장은 금산에서 인삼산업이 발전한 것도 금산곡삼의 약미가 강해 효력이 좋다는 인정을 받고부터라고 기억했다. 실제 금산에선 인삼에 대한 규제 법령도, 지도하고 감독하는 공공기관이 없을 때도 자율능력과 사명감으로 인삼의 품질을 구분하고 보증했다.

1986년 금산인삼국제시장 기공식./금산국제인삼시장조합 제공

한국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인삼시장은 6년근 직삼의 개성인삼과 4~5년근 곡삼의 금산인삼이 양대 산맥을 이뤘다. 종자가 같아도 입지와 삼포관리, 채취시기, 가공방법이 달랐다. 고가에 거래됐던 직삼과 달리 금산 곡삼은 약에 쓰는 삼으로 유명했다.

몸통보다 중세미 부위가 발달해 구부려 말아 올려 곡삼으로 가공했다. 정승철 조합장은 "한약재로 쓰이는 절삼과 비교해도 곡삼의 유효성분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금산곡삼의 우수성을 역설했다.


#국제인삼시장의 미래는 있다

1980년대 금산에는 인삼 관련 3개의 큰 시장이 있었다. 생삼을 파는 수삼센터, 종자와 종묘를 팔았던 종묘시장(금산 사람들은 이곳을 옛(舊)시장이라고 부른다), 1986년 설립한 국제인삼시장이다.

지금은 수삼센터가 더 활성화 됐지만 당시만 해도 국제인삼시장이 압도적 명성을 얻었다. 인삼산업법에 의해 무 검사 판매 행위가 금지되기 전까지만 해도 자율검사와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되던 금산곡삼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았다.

정승철 조합장이 국제인삼시장과 인연을 맺은 것도 그 즈음이었다. 삼원인삼사를 열고 곡삼 유통을 시작하며 고향 금산, 금산인삼의 덕을 많이 봤다. 청정지역 금산을 지켜내는 일, 지역 발전과 인삼산업 발전에 대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제시장은 1980년대와 1990년대가 르네상스였어요. 2010년까지도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2011년 약사법이 시행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1천500억원 규모였던 건삼시장이 지금은 50억원 규모로 형편없이 위축됐어요. 약사법을 재개정해야 합니다."

 

#전통과 산업 모두 포기 못해

정승철 조합장은 약사법 재개정 필요성을 역설하는 이유가 금산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금산곡삼은 백제삼의 전통을 잇고 있습니다. 백제시대 주요 인삼 생산지가 금산이었어요. 무엇보다 금산인삼농법은 선조들의 삶의 지혜가 담긴,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농업유산입니다."

중국 고문서에도 나와 있는 금산곡삼의 우수성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절삼 형태로만 한약재로 검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현재의 약사법은 재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라서 말린 삼과 곡삼의 약리효과를 과학적으로 비교 연구할 필요가 있어요. 또한 씨앗부터 경작, 제조, 검사, 유통,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수입인삼이 혼합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정승철 조합장은 인삼산업법에서 검사한 인삼이 약사법에서도 제조, 검사, 판매, 유통되도록 특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집산지, 종주지라는 위상이 땅에 떨어졌어요. 파삼 1차(750g) 가격이 7천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대로 가면 미래를 낙관할 수 없어요. 전통과 산업 어느 것 하나 소홀 할 수 없습니다. 금산은 물론이고 국내 인삼산업 발전을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충남인삼약초세계회추진단 개소식에 참석한 양승조 충남도지사. 문정우 금산금수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정승철 조합장. /금산국제인삼시장조합 제공

#집산지가 살아야 인삼이 산다

"상품으로 불리는 좋은 인삼은 전국 어디에서나 환영을 받습니다. 그러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하품, 파삼은 집산지가 아니면 거래되기 힘들죠. 그래서 집산지가 있어야 합니다. 금산에선 파삼도 거래가 됩니다.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이죠. 금산이 집산지 기능을 못하면 그만큼 관련 시장도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삼산업 발전을 위해 금산인삼이 재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정승철 조합장은 충청남도가 금산에 설립한 충남인삼약초세계화추진단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충청남도가 인삼산업 세계화를 위해 추진단을 만들고 금산에 사무실에 개소한 이후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열린 개소식에서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어려움에 처한 인삼산업의 재도약을 고려인삼의 종주지이자 대표적 집산지인 금산에서부터 시작하겠다"며 "충남인삼산업발전위원회를 통해 금산은 물론 충남지역 인삼 및 약초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승철 조합장이 바로 충남인삼산업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 조합장은 "인삼산업 발전과 재도약을 위해서는 금산군과 군민들이 뜻을 모아야 한다"며 "농가별 생산정보시스템 구축, 인삼의 우수한 효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약사법 재개정이 필요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준비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승철 조합장은

금산 남일면이 고향이다. 1992년 고향으로 돌아와 인삼 농사를 지었다. 2005년 금산국제인삼시장에 삼원인삼사를 개업하고 본격적인 건삼 유통을 시작했다. 2010년 금산국제인삼시장조합 조합장 직무대행을 시작으로 2011년 제9대 조합장으로 취임해 13대 조합장까지 역임하고 있다. 약사법 개정, 금산 의료폐기물 소각장 유치 반대 등 지역 발전을 위한 일에 앞장서고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