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코로나(Covid19) 전염상황이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된 첫날 미명에 집을 나서 송화 가루를 피해 공림사 옆의 활엽수림 숲길로 낙영산을 오른다. 정상은 아직도 멀었는데 중턱의 작은 암봉에 이르러 대야산 쪽을 바라보니 이글거리는 해가 막 얼굴을 내밀었다. 정월 초하룻날 하지 못한 해맞이를 여기서 하니 새로운 맛이 난다. 코로나가 빨리 진정되기를, 그래서 주저앉은 경제가 다시 일어나기를, 생이별의 가족 친지를 만나 생기의욕 넘치게 해달라고. 그래서 모두모두 환하게 웃게 해달라고.

정상에 올라 맑고 시원한 상쾌한 공기로 땀을 들이고 마음을 여는데 저 아래 화양구곡에선 햇살 받은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티 없이 깨끗한 은백의 반투명 안개가 물길을 덮는가 했는데 금시 계곡이 사라진다. 보기 싫은 것들이 있었는지 지저분하게 널려있던 것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덮어버린다. 그러는 새 해는 중천이다.

산 아래는 금방 탄 목화솜을 펴 놓은 듯 폭신폭신한 물안개로 푹 덮여있다. 그 평온한 모습을 바라보며 앉아 있으니 마치 선계에서 인간세상을 굽어 살피는 신선이 된 기분이다. 넋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하늘 향해 심혈에 담아둔 소망을 전한다. 모두모두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잘 보살펴달라고.

물안개가 두툼하게 핀 날 용추폭포 아래 늪에 살던 황룡이 사람 눈을 피해 승천하려다 신선에게 들켜 이무기가 됐다는데, 이런 날에는 자연의 섭리가 어긋나지 않도록 살포시 눈을 덮고서 목화솜안개 속을 헤매던 땔 돌아본다.

혼사 날 받아놓고 누나의 혼수이불을 꾸미던 날, 방안 가득히 펼쳐놓은 폭신한 햇솜이불 위에 벌렁 드러누워서 이리저리 제멋대로 뒹굴다가 바느질꾼의 대바늘에 엉덩이 찔려서 아파죽는다고 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란 케케묵은 흔적이 환상처럼 현신한다.

발아래로 넓게 멀리까지 부시도록 하얗게 펼쳐진 물안개 위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실안개를 보면서 그 속에서 부끄럼도 모른 채 알몸으로 물장구치며 수수미꾸리 잡던 어릴 적 그림이 살며시 나타난다. 그러다 똥 침놓고 도망가는 친구를 잡으려고 절벽 위에서 다이빙한 그곳이 황홀하고 환상적인 천국행 크루즈선상이었음이 이승이라고 차마 잊힐 리야.

순백의 청렴을 좋아하는 물안개가 천부의 자연을 훼손하면서, 아름다운 환경을 파괴하는, 배려할 줄 모르는, 보통사람들이 멀리하고 싶은, 그리고 남의 수명이나 앗아가는, 그런 폐기물들을 심산유곡의 구석구석까지 누비며 찾아가 묻어버려 정말 고마웠는데, 무허가라 하늘이 진노하니 비단결의 물안개는 예를 갖춘다.

물안개가 산허리까지 올라오던 날 미세먼지들 데려가 숨쉬기가 부드럽다고 매일처럼 호호백발까지 찾아와 온 종일 쉬다갔는데, 우한바이러스는 중국산이라 코드가 잘 안 맞는 건가? 천둥벼락도 용서하고 끌어안는 권능이니 내친김에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흔적 없이 날려달라면 지나친 청촉이라 거절하려나?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섬섬옥수처럼 보드랍고 엄마 품처럼 포근하며 바다처럼 널리 용서하는 물안개에 진저리치는 이도 있다니 만장일치는 어렵겠지만 세상물정 모르는 갓난아기의 소망이기도하니 선향의 특단을 근엄하게 보여주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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