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장

즐겨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다. 백종원은 누구나 인정하는 외식업 전문가다. 그런 전문가의 조언에 대응하는 점주들의 반응이 무척 흥미롭다. 어떤 이는 적극적으로 수용하려고 하고, 어떤 이는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이는 찰떡같이 알아듣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간다. 보통 사람은 다른 사람의 충고를 그다지 달갑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보다. 기업지원 컨설팅도 다르지 않다.

최근 스마트공장 도입 지원사업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10년 전 쯤 공장자동화라는 이름으로 당시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 소관으로 막대한 비용의 사업이 시행된 적이 있다. 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들고 기업의 생산여건에 맞춰 커스터마이징 컨설팅을 통해 공장자동화를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결국 이 사업은 실패였다. 이유는 커스터마이징 과정에서 기업대표나 담당자가 소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었다. 물건 만들 시간도 없는데 가외의 시간을 더 투자해야하는 것이 귀찮고 낭비로 느꼈기 때문이다.

신문을 보다가 광주광역시의 보도를 보게 되었다. '광주광역시와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의 MOU체결'. 그냥 지나칠 만한 흔한 보도 내용이지만, 제목을 보는 순간 지난 5월 25일 충북기업진흥원의 경영자문상담회 모집 안내 공고가 있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지원기관이 여럿이고 지원사업도 다양하다. 분야별로 금융지원, 기술개발 지원, 인력지원, 판로지원, 수출지원, 창업기업 지원 등을 제공한다. 사업마다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것이 컨설팅 지원이다.

컨설팅은 어떤 분야에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도움을 원하는 사람에게 상세하게 상담하고 도와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만나본 많은 창업자들은 대부분 특정 분야에 특화된 분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씨리얼을 만드는 공장에서 오래도록 일하면서 씨리얼 제조의 노하우를 터득하고 직접 씨리얼을 만들어 팔려고 창업을 하려는 분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공장을 지을 토지와 건축비용이 필요할 것이고, 기계설비를 갖춰야 한다. 금융지원을 받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씨리얼을 만들고 판매하는 것은 바이어를 찾는 영업직원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판로지원사업에 기대볼 수 있을 것이다. 생산직 직원과 사무직원을 채용하고 근무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원대한 꿈을 키워 사업확장으로 수출까지 계획하고 있다면 고민해야할 일은 더 많아진다. 이렇게 사업단계별로 중요한 순간에 조언이 필요할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창업자는 씨리얼을 만드는 기술에는 전문가 이지만 회사의 경영이나 판로개척에는 초보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업대표들은 대부분 컨설팅에 대해 괜한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추측하건데 전문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컨설팅의 효과를 최대로 끌어내는 것은 컨설턴트의 역량에 더해서 조언을 수용할 사람의 마음가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광주시와 협약을 체결한 기관 이름이 생소하다고 느낄 것이다. 전경련이라고 하면 익숙한 이름일 텐데,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는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전경련은 경제5단체에 속한다. 각종 경제 현안과 사회문제에 대해 기업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경련에서 1994년에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목적으로 설립한 재단법인이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이다.

협력센터의 사업은 주로 교육과 컨설팅으로 되어 있다. 경영자문봉사단 운영, 경영닥터제, 비즈니스멘토링, 지방경영상담회, 법무상담 등을 서비스한다. 그중 경영자문봉사단의 활동은 주목할 만하다. 전경련 회원사는 대기업이 대부분이다. 회원사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경영베테랑과 법무전문가 200여명이 중소기업 경영애로 해소와 창업 아이디어 사업화를 자문해주고 미래세대의 진로선택을 도와주는 국내 유일의 무료 재능기부단이기 때문이다.

충북기업진흥원은 이미 2009년에 협약을 체결하고 해마다 20여 기업대표님들이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하고 있다. 10년을 훨씬 넘게 경영자문봉사단과 우리 지역의 기업대표님들이 만날 수 있도록 상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만족도는 매우만족이 90% 넘게 집계된다. 광주시의 협약도 지역기업에 이런 혜택을 주고 싶었을 것이다.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경영자문단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은 대기업의 경영시스템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경영전문가, 기술전문가들이다. 컨설팅 비용을 받지 않고 순순한 봉사활동으로 자문을 한다는 것도 훌륭하다. 지난해 상담회장에서 느낀 열기가 아직도 뜨겁게 느껴진다. 열정적으로 묻고 답하고 궁금증을 해소하고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였다.

누군가의 얘기를 경청하는 것은 얘기하는 사람에게도 힘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 컨설턴트는 자신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기업대표에게 고무된다. 경영자문상담회가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이런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상담회는 7월 8일 오송 C&V센터에 마련한다고 한다. 많은 기업대표들이 참여하길 바란다. 올해도 상담장에 나가볼 생각이다. 뜨거운 배움의 열기에 나 자신도 고무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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