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칼럼] 이민우 편집국장

'아파트(주택)'는 거주의 공간을 넘어 나를 알리는 수단이자 신분, 자산을 넘어선 욕망의 대상이 된 이상, 규제만으로 욕망을 꺾을 수 없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전, 세종, 청주 등 충청권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청주 집값이 무섭게 치솟는다. 오창 후기리 방사능가속기 유치 호재로 1억원씩 뛰는 아파트단지가 속출한다. 한마디로 아파트 광풍 수준이다.

청주는 이미 아파트 천지다. 집값 폭등은 거래량·공급 부족 탓이 크다. 공급이 부족한 게 아니라 매물이 부족한 것이다. 실수요자가 집을 사고 싶어도 매물의 씨가 말랐다. 집 상태도 안 보고 계약금을 입금해도 집값이 계속 오르리라는 기대감에 주인이 다시 거둬들이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니 한 두건 비싼 값에 이뤄진 거래가 전체 가격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빚어지는 것이다. 지금은 공급이 아니라 매물이 부족해서 생긴, 일방적인 매도자 우위 시장이다.

청주의 주택 보급률은 110%에 육박한다. 새로 집을 지어도 집 있는 사람이 절반 이상을 가져간다. 전문가들에게 최근 아파트가격 고공행진에 대해 "아파트만 한 재테크 수단이 없다는 인식이 지방까지 확산되고 있어 부동산에 부동자금이 몰려온다"는 등의 이유를 댄다.

부동산투기가 일면 정부는 대개 솜씨 없는 규제대책으로 헛발질을 한다. 그러는 사이 시장은 놀라운 투기의 힘을 보여 뜀박질해 스스로 '고소공포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비싼 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린다.

실제 아파트값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만 봐도 답은 나와 있다. 아파트값은 분양가에서 시작해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형성된다. 분양가 상한제를 하든 뭐를 해서든 분양가를 낮췄다고 해서 분양가가 내려간 만큼 집값이 낮아지지 않는다. 분양가가 낮아진 폭을 프리미엄이 곧바로 채우기 때문이다. 분양가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웃돈이란 이름의 시세차익이 커지기 때문에 이런 규제를 할수록 '로또' 청약이란 말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을 봐도 알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이 거론된 후로 상승세는 더 확산되고 있다.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 반등'과 '더 떨어질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은 그사이 '오를 것'이란 확신으로 바뀌었다. 각종 호재가 작용하면서 세종, 대전, 청주 곳곳에서 최고 거래가를 갈아치웠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상한제가 시행되면 주택 공급이 감소할 것이란 불안 심리까지 겹치면서 청약 시장에선 경쟁률이 70대 1이 넘는 광풍까지 불어닥쳤다.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경제부장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경제부장

규제카드로는 답을 얻기 어렵다. 그동안 부동산정책은 불황이면 '부양책'을, 호황이면 '규제책'을 제시해왔다. 특히 규제책은 또 다른 규제를 낳고, 부작용이 항상 뒤따랐다. 부동산시장의 이상기류를 정상화하려고 규제를 만든다면, 전체 시장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실수요자 중심의 건전한 시장조성을 위한 방안에 더 골몰해야 한다. 어설픈 시장 간섭은 부작용만 키우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부의 축적은 죄가 아니다. 다만, 얼마나 정상적인 방법으로 했느냐가 문제다. 아파트값 고공행진은 상당수 서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짓게 만든다. 장기적으로 상당수 잠재 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을 포기하면서 주택시장에 또다른 악재가 될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더 이상 시장상황을 오판하고 어설픈 대책을 남발해서는 안되며,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